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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작부터 서러운 결혼 준비..

... 조회수 : 4,944
작성일 : 2014-02-28 23:27:44
이주일 전에 
집에 사귀는 남자 데려간다고 연락 드렸었어요.

예비사위 데려가는 것이니
집에서 밥 한끼 정도는 차려줄 수 있지 않으려나 싶었는데
제가 많은 걸 바란 것이더라구요.
밖에 식당 예약해서 식사 대접해달라는 식이시길래 
부모님과 언니, 그리고 저와 제 남자친구 그렇게 다섯명
한정식집 하나 예약해뒀네요.

서울에서 대구까지 내려가는 먼 길이라 
야간 근무 뛰는 제 스케쥴에, 남자친구 스케쥴에 
겨우겨우 맞춰서 날 잡아놓은 거였는데..

오늘 점심 무렵에 아버지에게서 전화 한통 오더라구요.
거래처 접대 골프 있어서 그날 시간이 안 되신다고,
얼마나 멀리 가시는지 몰라도 
약속 시간을 늦춰달라 하시길래 
그날 저녁 11시부터 또 서울에서 근무를 해야 해서
도저히 시간을 못 맞춘다고 했더니 
늦게 오실지 모르겠다고 
자기 빼고 식사 하라고 하시데요.

전화 받고 나서 
어쩜 그렇게 서운한 건지
어쩜 그렇게 원망스러운 건지..

십대 무렵에 
못 살겠다 싶어서 가출해서 집 나와 산지 어언 십년..
집에서 돈 한푼 안 받고 
혼자 고시원 생활하면서 궁핍하게 끼니 걱정, 교통카드 걱정 해가면서 
그 궁상을 떨며 살면서 
이제 겨우 형편도 좀 펴고, 
결혼도 좀 생각할 수 있을까 싶었더니..

제 팔자에 결혼은 무슨.. 그런 생각 들데요.

결혼 허락 받으러 가는 자리에 
남자친구가 괜찮은 집안의 장남이 아니라, 
서울역에서 노숙자 데려간다고 해도
아버지는 별 관심이 없겠구나 싶고..

밥 한끼 대접해주려 하지 않는 
부모님 생각하면 
대접받지 못하는 내 남자친구가 어찌나 안스럽고 가여운지 

남자친구 만나서
이야기 전하면서 
그냥 눈물이 주책없이 흐르는데 ...

결혼하고 나면
본가쪽으로는 처다보지도 않을 거라고, 
결혼하기 전까지만 참자면서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말은 해보지만 ..

대기업 다니는 남자친구 수준에서는
한참 뒤처지는 콜센터 상담직...
딸 사랑은 커녕 무관심하기 그지없는 아버지에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새어머니..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가뜩이나 
시댁에서 반길 만한 제 처지가 아닌데 ..

하루종일
세상이 저에게 속삭이는 것 같아요.
제 형편에 결혼은 과분한 것이라고..
니 팔자에 무슨 행복이 가당키나 한 말이냐고 
저에게 불행해지라고 불행해지라고
그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아요.


IP : 182.219.xxx.209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구..
    '14.2.28 11:31 PM (223.33.xxx.19)

    토닥토닥..
    좋은 날이 올 거에요.

  • 2. 건너 마을 아줌마
    '14.2.28 11:31 PM (211.36.xxx.237)

    시집가서 보란듯 복 받고 잘 사세요~ 힘내시고... ^^

  • 3. 에구
    '14.2.28 11:33 PM (112.151.xxx.81)

    옆에있음 차라도한잔 드리고싶네요...저도 친정부모님이 안계셔서 결혼준비할때 많이속상했어요 처가가없어서 신랑한테도 미안하기도하구 근데 그게 뭐 제잘못인가요 제가 잘하면돼지 결혼준비하면서 이래저래 힘들고 속상한일많답니다 신랑되실분이랑 서로 힘이되어주면서 즐겁게 준비하세요 결혼축하드려요

  • 4.
    '14.2.28 11:33 PM (211.36.xxx.216)

    아빠 너무하셨네요
    다잊고 남편한테사랑받고
    시집가셔서 행복하게사세요

  • 5. 음..
    '14.2.28 11:35 PM (180.228.xxx.111)

    여러번 글 올리시던데 글 올려서 위로가 되신다면 좋겠지만,
    계속해서 나쁜 상황을 곱씹는것도 별로 안좋습니다. 스스로 더 불행해지지 마세요.

  • 6. 해피
    '14.2.28 11:46 PM (110.70.xxx.241)

    그럴수록 더 행복해지겠다고 다짐하세요. 결혼 많이 많이 축하드릴께요. 참고로 더 안 좋은 상황인 사람들도 제법 있으니 자신을 깎아내리지 마셔요. 행복하세요♡

  • 7. duffy
    '14.3.1 12:05 AM (113.154.xxx.39)

    제가 행복해 지라고 행복해 지라고 기원해 드릴께요 ^^ 행복해 지실거예요

  • 8. ㅇㅇ
    '14.3.1 12:07 AM (222.112.xxx.245)

    토닥토닥 힘내세요.

  • 9. 기대를
    '14.3.1 12:12 AM (14.32.xxx.157)

    아래글 읽었어요.
    원글님이 가출해도 그닥 크게 신경쓰거나 걱정하지도 않는 부모에게 너무 기대를 많이하신거 같네요.
    오히려 그동안 키워줬는데 가출이나 해버린 딸이라고 배은망덕해 하실수도 있을겁니다.
    앞에글에도 댓글 달았습니다.
    보통의 친정부모님 역할 기대하지 마시고, 무늬만 친정부모인 자리만 남겨 놓으세요. 그럼 덜 서운할겁니다.
    결혼해서 열심히 앞만보며 살다보면 서운했던 기억은 잊게되고 친정부모님들이 다시 원글님을 찾아올날이 올겁니다.
    행복한 결혼생활만 생각하시고 친정은 잊으세요~~

  • 10. ....
    '14.3.1 1:12 AM (220.120.xxx.252)

    곧 행복해지실거예요.
    친정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마시고
    행복하고 행복하게
    잘 사시길 바랍니다.
    제가 맘이 다 아프네요.

  • 11. 토닥토닥
    '14.3.1 1:18 AM (72.194.xxx.66)

    원글님이 가출해도 그닥 크게 신경쓰거나 걱정하지도 않는 부모에게 너무 기대를 많이하신거 같네요.
    오히려 그동안 키워줬는데 가출이나 해버린 딸이라고 배은망덕해 하실수도 있을겁니다.22222

    기대하지 마시고 아버지 안나오시면 식장에서 보세요!

    남친앞에서 우시는것은 그만하시고요.
    굳굳하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시길 바래요
    혼자 그나마도 개척하셨으니 잘 하실 수 있어요.
    행복하시길 빕니다.

  • 12. 저기요~
    '14.3.1 1:47 AM (117.111.xxx.243)

    남자가 여자집 처음 인사가는데
    밥 안차려줘요.
    차나 한잔 하는거지.
    그리고 접대골프 같은건
    약속 어길수가 없어요.
    가출하신지도 십년이라면서요.
    세상물정에 아직도 많이
    어두우시네요.
    요는 서운해할게 하나도 없다는거죠.
    약속 다시 맞춰 내려가시면 되는거예요.

  • 13. 이제
    '14.3.1 5:28 AM (122.36.xxx.73)

    대접바라지마요..님남편대접하고 대접받으며사세요.그리고 남편될분이 성정이 너무좋아도 자꾸 친정의 이런모습 드러내면 님한테손해에요.적당히 가릴건가리셔야지 남편한테 너무 기대지는마세요.기대가 크면 늘 실망도 크답니다..아버지날짜 안되시면 되는 날 간다하고 약속취소하세요.님이 보여드리고싶은건 솔직히 아버지인거지 새엄마는 아닐거아니에요..

  • 14. 엄마가
    '14.3.1 11:39 AM (121.186.xxx.147)

    엄마가 음식솜씨가 좋아도 사위식성 맞춰
    한상차림 어려워요
    전 무지 이쁜 외동딸 사윗감 인사오는데
    한정식집 예약해서
    즐겁게 먹고 집에와서 다과와 와인 마셨어요
    번잡하지 않게 같이 어울려 대화하고 분위기 즐길수 있어서
    다 만족 했어요
    그리고 골프약속은 미리 잡는거라
    인사드리러 간다고 미리 이야기 하지 않았음
    님 실수도 있어요
    그렇다 해도 특별한 일이니 양해구하고
    담에 돈으로 해결할생각으로 빠지고
    사윗감 맞아주셨으면 좋았을탠데 하는
    아쉬움은 남네요

  • 15. 엄마가
    '14.3.1 11:41 AM (121.186.xxx.147)

    사위 한상차림은
    신혼여행 다녀오고 처가 인사올때
    차려줄려구요

  • 16. ,,,
    '14.3.1 12:56 PM (203.229.xxx.62)

    아버님은 너무 하셨고
    집에서 인사 가면 상 차려 주시는 분도 계시지만
    요즘은 힘도 들어서 좋은데(가격 비싼데) 가서 식사 들 많이 해요.
    계산은 부모님이 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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