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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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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대단한 우리 엄마

하하 조회수 : 2,430
작성일 : 2014-02-28 16:17:39

사촌 중에 부모 잘 만나 부모 덕으로 중견기업에 입사한 애가 있습니다.

그 애가 무슨 아파트 어쩌고 하면서 우리 집에 주소를 옮겨 놓아서

대부분의 서류가 우리 집으로 오고,

그러면 우리 보고 그걸 보고 알려달라고 하거든요.

 

며칠 전에 그 사촌 국민연금 관련 서류가 왔더군요.

총 납부 금액이 얼마, 앞으로 받을 금액이 얼마.....

중견기업에서 급여도 잘 받는다더니 납부금액도 많고 앞으로 받을 금액도 많더군요.

(제 입장에서는 많다는 것이었어요)

일반고졸로, 회사 사장과 부모가 지인이라 낙하산으로 꽂혀서

일 제대로 못하고 업무 몰라도 잘리지도 않고 연봉도 잘 받고 잘도 다녀요.

 

저는 인서울 대학을 나왔지만, 장애인 가족부터 시작해서

내내 제 발목을 잡는 여러 일들 덕분에 취업시험도 제대로 못 봤고,

그나마 간신히 발악해서 들어간 회사조차

아버지의 폐암 3년 투병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고

어머니와 하루 12시간 교대로 간병했습니다.

그렇게 3년 단절되고 다시 들어가려고 하니 큰 회사는 안 받아주네요.

 

어쨌든 사촌보다 급여가 적다 보니 국민연금도 적죠.

 

그런데 어제 그 서류를 보시던 어머니가 저에게 제 국민연금은 얼마냐고 물어요.

저도 확실한 액수 기억이 안 나서 '걔보다 약간 적을 거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다른 이야기하느라 화제가 다 끝난 줄 알았어요.

자러 제 방으로 돌아갔는데 어머니가 뭘 막 찾으시더니 제 방으로 오셔서 보여주시네요.

"걔보다 약간 적은 거 아냐. 많이 적어. 너 ~ 얼마밖에 안 돼. 나중에 받을 돈도 얼마 안 돼."

 

하하하...

저에게, 사촌보다 국민연금이 한참 적다는 거 확실히 알려주기 위해

12시가 넘은 오밤중에 서류 넣어둔 서랍을 다 뒤지고 계셨던 겁니다.

 

그래서 어쩌라구요?

부모 잘 만나 일반고졸로 중견기업 들어갔고,

인맥으로 들어갔으니 낙하산으로 뻐대면서 절대 안 잘리고 지금까지 회사 다니는 애 부러우면

엄마도 좀 인맥 만들어 날 회사에 넣어주시니 그러셨나요?

이 말이 입까지 올라오는 걸 참았습니다.

 

6개월간 하혈할 때, 너무 심한 하혈로 빈혈과 부종이 생겨

몇 번 안 본 남들조차 어디 아프냐고 묻는데도

부모라는 사람들은 전혀 눈치 못 채고 아버지 칠순만 거창하게 하려고 할 때도

그래, 부모가 신은 아니다, 약한 인간이다, 나보다 나을 게 없을 수도 있다....

수천 수만번 외우며, 퉁퉁 부어서 손가락이 접히지도 않는 몸으로

아버지 칠순을 했었습니다.

 

하긴, 원래 그렇죠. 우리 엄마가.

제가 옷 한 벌을 사오면 반드시 흠을 잡아내야 직성이 풀렸고,

뭘 좀 사오라고 해서 사다 드리면 니가 사온 건 이상하게 꼭 물건이 이상하다고 하시네요.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오뚜기참기름', 그것마저도 제가 사다드리면

안 고소하고 기름이 찐득거리고 맛이 없으시답니다. 하하.

 

아버지가 투병하실 때, 코로 삽관하고 유동식 드시게하는 게 있는데

호주인가에서 나온 유동식을 사다 드렸어요.

그런데 엄마 동생인 이모 부부가 다른 사람이 사다 놓았던 그 유동식이 20개 있다고 갖다 줬죠.

같은 회사, 같은 상표, 같은 종류의 유동식이었어요.

캔으로 나와서 파는 건데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그런데 엄마가 아버지에게 그 유동식 드리면서 한 마디 하시네요.

"이모네가 가져온 게 훨씬 진하고 냄새도 고소하다. 넌 어디서 똑같은 돈 주고 그런 이상한 걸 사오니?"

 

이런 어머니가 남들에겐 참 잘 해요.

그래서 우리 엄마를 참 좋아하던 제 사촌이,

가까운 데 살면서 엄마가 제게 하는 걸 보고는

"내가 너로 태어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다.'라고까지 하더군요.

 

에휴.............. 그냥....... 넋두리에요...

IP : 115.21.xxx.178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
    '14.2.28 4:26 PM (39.113.xxx.58)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원글님 긍정적이시고 착하시네요
    좋은 끝 있을것이라고 옛 어른들 말씀 맞을거라 생각하고
    힘내고 살어요

  • 2. 눈높이
    '14.2.28 4:32 PM (220.76.xxx.244)

    이상하게 그러신 분들이 있어요
    맘속으로는 님을 많이 생각하는지도 몰라요.
    표현이 그러셔서그렇지....
    가족에게 남들보다 못하게 대하는 집들이 가끔씩 있는거 같으니..
    맘 푸세요

  • 3. 왜 참았어요???
    '14.2.28 5:00 PM (175.210.xxx.70)

    부모 잘 만나 일반고졸로 중견기업 들어갔고,

    인맥으로 들어갔으니 낙하산으로 뻐대면서 절대 안 잘리고 지금까지 회사 다니는 애 부러우면

    엄마도 좀 인맥 만들어 날 회사에 넣어주시니 그러셨나요?

    이 말이 입까지 올라오는 걸 참았습니다.


    ㄴ이 말을 하면서 한밤중에 집구석을 뒤집어놨어야죠!!!!!!!!!!!

    그냥 넘어갔으니 맨날 그런 소리 듣는겁니다

    아버지 투병도 좋지만,,,,요새 같이 취업도 힘든 세상에 직장을 놔버리다니요??

    취업 잘하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길 빌게요 _()_

  • 4. 에휴
    '14.2.28 6:49 PM (121.147.xxx.125)

    직장은 다니시면서 간병인을 쓰던지 하셨어야지

    왜 멀쩡한 직장을 때려치고 병구완을 하셨는지

    그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네요.

    앞으론 원글님 앞길이 잘 열리시길 ~~~

  • 5. 앞으로는
    '14.2.28 7:49 PM (175.197.xxx.75)

    부모위해서 원글님 인생을 스스로 포기하지 마세요.

    부모가 님의 희생을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하지맙시다.

  • 6. .....
    '14.2.28 9:31 PM (222.108.xxx.139)

    이미 지난 일 곱씹어 봤자 속만 상합니다.
    이제부터라도 할말이 있으면 하세요. 아픈때는 아프다고 말하고
    어머니께서 억지부리면 그건 억지라고 얘기하세요.
    싸움이 나더라도 그렇게 해야지 그냥 참고 넘어가면 더 하십니다.
    물건 사온거에 트집잡으면 다시 안사다주시면 됩니다.
    사온 음식이 이상하다고 하면 먹지마세요.
    저만 먹을테니 엄마는 엄마 입맛에 맞는거 직접 사다드세요라고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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