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5살 두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지라 층간소음 문제에 대해선 늘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고 쓰고 살아왔는데 참 어렵네요. 82에서 층간 소음 관련 글도 자주 읽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스트레스가 될 수 있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평소에 아이들이 뛰지 못하게 많이 단속을 하는 편이고, 3년 전에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고 지금까지 아래층으로부터 층간 소음문제로 한번도 항의를 받은 적이 없어서 우리 아파트는 최근에 지어져 다행히도 층간 소음 문제가 심각하지 않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퇴근 하고 엘리베이틀 탔는데, 같이 타셨던 남자분께서 먼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저도 같이 인사를 했는데, 제가 그 분보다 한층 위 버튼을 누르자 저를 보시더니 "***호 사세요?"하고 물으셨어요. 그렇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이들 있으시지요?" 하시더군요. 순간, 놀라서 "아 네. 혹시 많이 시끄러우세요?" 하고 물었고요. 아저씨께서 "아이들이 좀 뛰는 것 같더라고요" 하기실래 바로 죄송하다고, 앞으로 더 주의를 주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와서 생각해 보니, 아래층이 새로 이사오신 분이실 수도 있고(이전에 사셨던 분이 소리에 많이 덜 민감하신 분들이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면 그 동안 층간 소음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으나 그냥 참아주고 계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퇴근 하는 남편에게 과일 한박스를 사오라고 해서, 남편 퇴근 후 같이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벨을 누르고 위층에서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여성분께서(엘리베이트에서 뵌 아저씨의 부인이신 것 같았어요) 무슨 일이냐고 하셔서, 애를 뛰는 소리 때문에 힘드셨을 것 같아서 사과드리러 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문을 열어 주셔서, 남편하고 같이 층간 소음 때문에 아래층에서 많이 힘드신 줄 잘 몰랐다, 더 신경 썼어야 하는데 죄송하다, 앞으로 더 단속하고 주의시키겟다고 말씀드렸어요.
남편이 가져간 과일상자를 현관 앞에 내려놓았는데, 아무말 없이 듣고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바로 필요없으니 가져가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남편도, 순간 무척 당황했어요. 제가 거듭 죄송한 마음을 담은 작은 성의라고 생각해 달라고 사과를 하고, 더 주의시키겠다고 여러번 말씀드렸더니 한참 있다가 알겠다고 잘 먹겠다고 하셨어요.
돌아서서 나오는데 참 마음이 불편하고 무거웠습니다. 얼마나 화가 나고 쌓이셨으면 저렇게 차가운 표정과 말투이실까 싶어서 죄송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속이 상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물론, 아이들 더 단속하고 주의시켜야겠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구요.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좀더 튼튼하게 지었음 좋겠다는 생각, 아이들이 후딱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러저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