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에 일반대학원 말고 특수대학원이라고 해서 최고위과정이라는 게 있죠. 서울대에도 있어요.
**관련 직종 중에서 공공기관 중간관리자나 사업체 사장, 의료계 인사 등등...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등록해서 수업 듣고 논문 쓰고 그러는데 연세가 지긋하시거나 젊은 기업인들, 아니면 의사가 주로
입학을 했어요. 꽤 이름 있는 분들도 많이 있었고 그 중에 지금의 빙상연맹 회장인 그 분도 있었어요.
신입생환영회도 학교 안의 중식당에서 하고 교수님들도 전원참석했어요.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님도 계셨고
강의 시간표 중엔 황우석 교수님도 계셨어요. (사건의 진위와는 별도로 당시에는 거의 대단한 스타급이었어요)
신입생 환영회 날, 그 전해에 논문상을 받으신 여자 한의사분의 소감과 학과장님의 뭐 이런저런 교과 과정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고 중식이 코스로 나왔었죠. 빙연 회장님이 갑자기 뭔가를 바쁘게 나눠주고 있었어요.
지금도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제일모직에서 나오는 [아스트라]라는 브랜드의 골프복을 한 벌씩 똑같은 색,
100 사이즈로 통일해서 돌리는데 뭐 고를 수도 없고 색상도 똑같고 해서 다른 사람 줬는데요, 기분이 묘한 게
그 사람이 재벌 2세라는 것을 모르고 영업사원인가? 왜 여기 들어왔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삼성가 사위라며
옆에서 누구라고 가르쳐주는 거예요. 외모는 딱 양촌리 스타일이고 피부가 상당히 뭐가 나서 거칠어보였어요.
성격은 아주 내성적인지 나눠주면서 정말 한 마디 말도 안 하고 쑥스러운 듯 자기 자리에 가서 밥을 먹더라구요.
그날로 재벌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졌어요. 드라마에서 볼 때는 세련되고 멋지고 적극적이면서 액티브한 남자들이
재벌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처음 본 인상은 정말 밭 매다가 온 농부로 보였어요. 원래 말수가 적고 그렇다고
했는데 중간에 출석을 안하고 그만두더라구요. 특수대학원이라고 하지만 교과 과정이 타이트하기도 했고, 그래서
그랬는지 해외연수도 있었는데 오지 않았어요. 한가하게 친목 다지며 골프나 치고 술 먹는 줄 왔다가 중도하차한 분들이
몇 사람 있긴 했고, 사업하는 분들은 일이 바빠서 그만두거나 했는데 후자였던 것 같아요.
다혈질이고 적극적인 성격이거나 리더십이 있다면 지금 상황에 침묵할 때가 아닌데 갑자기 그 기억이 나네요.
그 사람이 옳다 그르다...이런 건 모르겠어요. 연맹회장으로서 물주 노릇만 하는 건지 실세는 누구누구더라는
말도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데 암튼 이런 일에 앞에 서서 나설 인물은 아닌 걸로 생각이 되네요.
셔츠 한장씩 나눠주는 것도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하던데 참...지금 상황이 답답해 보이긴 하네요.
항상 에스코트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뭐, 어쩌면 아예 연맹 일에 개입조차 안하고 보고만 받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드는 게 사실이예요. 역도연맹, 수영연맹, 빙상연맹....삼총사는 좀 할 일은 하면서 살았으면 싶네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상처는 옅어지겠지만, 우리나라 피겨가 그저 잠시 반짝했던 추억의 종목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피겨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도 없지만...연아가 은퇴했다고 선수들이 다 같이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평창 올림픽도 어렵게 유치했는데 뭔가 도약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