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본사는 지방에 있고, 이번에 새로 생긴 영업소에서 저포함 4명인 회사에서 영업지원으로 6개월째 일하고 있습니다.
취업에 대한 이해가 늦고, 성격도 좀 소심한 면이 있어서 작년에서야 겨우 첫 직장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수습 3개월만에 짤리고, 새롭게 일하게 된 곳이죠.
뭐, 말이 영업지원이니, 전표정리, 커피, 청소, 영어 서류 해석 하는 단순 업무가 저의 주 일이고
저 제외 모두 50대 남자분들이라 점심시간때도, 그외의 시간에도 개인적인 이야기가 없는 분위기입니다.
플랜트 쪽이라 공대쪽 지식과 흥미가 없어서 업무적으로도 크게 상사분들과 이야기 할 수 없고,
사수가 따로 없어서 때론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니면서 좀 더 어학점수도 올리고 자격증도 얻어서 1년뒤 좀 더 좋은 중소기업으로, 제 업무가 있는 곳으로 옮기는게 목적이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잡은 건, 나이는 저렇게 많은데 제대로된 사회경험이 없으니,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1년이라도 버티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오늘 영업소 사장님이 그만 두셨고, 서울영업소는 더 이상 운영할 지, 안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흘러나오네요. 본사가.. 좋은 회사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수시로 짤리고, 체계는 없고, 영업 기반이 잡힐 수 있을 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걸 못 기다리는 대표이사입니다. 저희 사장님 뿐만 아니라 본사의 다른 상무님도 짤리셨다고 하더라구요..
또 짤리게 되면, 이제 저는 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회사 상황을 듣고 좀 더 영어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얻어서 좀 더 좋은 곳으로 가자라는 다짐도 무너지는 거 같아요. 업무는 단순해서 경력도 안 쌓이고, 나이는 많고, 학벌, 스펙, 좋아하는 일도, 잘하는 일도 없는 저같은 무능한 인간을 누가 뽑아줄 가 싶기도 하구요.
부모님은 자꾸 공무원공부를 하라고 성화신데, 학창시절에도 인서울 끝자락에 있는 대학에 간 제가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스럽고 두려워요. 자꾸 안 좋은 미래만 생각나고, 부모님께 자기 몫을 다하는 어른스러운 딸이 되고 싶은데
항상 저는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어요. 제가 나약해서 일까요. 남들은 다 잘하던데. 그냥 너무 부모님께 죄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