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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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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버리고 간 강아지..

너무 생각나.. 조회수 : 3,890
작성일 : 2014-02-16 02:43:25

몇 년 전 제가 사는 단층 빌라에 땟물이 줄줄 흐른채 돌아다니던 말티즈 한 마리,

어느 못된 인간이 버리고 간 애견이었어요.

길고양이들이 많은 빌라여서 여기 저기 텃세에 치인 흔적이 많은 강아지라는게 눈에 확연이 들어 왔었는데 사람 손을 탔던 강아지가 빌라 사람들 피해서 숨어 몰래 몰래 돌아다니는게 여간 힘들어 보이는게 아니었어요. 꼭 우울증 걸린 강아지마냥...

동물들 별로 감흥 없던 제 눈에 이상하게 계속 밟혀서, 소세지 한 다발 사서 잘게 잘라 그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살짝 놓고 숨어서 지켜 보면  몇 번 먹는 시늉 하다 그냥 가버리고,,,,

동물을 키워보지 못한 저로써는 많은 지식이 부족해 사료가 아닌 소세지 따위로 인심을 썼으니 지금 생각 해보면 참 한심할 뿐이죠.

그 녀석 눈에는 제가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늦은 밤 귀갓길에 멀리서 눈을 깜빡거리며 저를 지켜보던 순한 눈망울이 참 슬픈 강아지였어요.

잠을 자려고 누우면 ,

어디서 길고양이들 텃세에 힘들어 하지 않을까.. 칼 바람 부는 한 겨울 추위에 어떻게 하고 있을까.. 란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 갑자기 자다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 '강아지야 ~' 하고 부르면 꼭꼭 숨어 있던 그 아이가 거짓말 처럼 나와 물끄러미 쳐다보다 제가 좀 다가가면 겁이 났던지 다시 뒤돌아 가던 때묻은 흰 뭉치같던 그 아이.

집으로 데려오고 싶은 마음은 감히 들지 못했어요.

아버지가 동물의 털에서 나온 병균으로 돌아가신 희귀한 케이스라 털 달린 동물이라면 저를 포함해 저희 가족들 모두 질색이었거든요.

그래서 빌라 주민들 상대로 그 아이를 키울수 있는 사람들을 물색해본 결과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긍정적으로 대답을 해 주시길래 올커니 하고 어느 날 할머니랑 같이 강아지를 찾으려고 빌라 주변을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가 없대요.

몇일후 경비 아저씨가 출근하는 저에게 아가씨가 찾던 그 강아지 담벼락 밑에서 사체로 발견되어서 지금 막 버리고 오는 길이라고...

아침 인사 하듯 아, 그래요? 하고 직장으로 가서 그 날 다른 날과 똑같이 일하고 아무 감정 없다 집으로 돌아오던 늦은 밤 항상 그 즈음 그 아이와 마주쳤던 시간대가 되자 꼭 집안 사람 누군가가 죽은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하면서 ...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도 불쑥불쑥 생각나는 그 강아지때문에 힘들어요.

어느날은 괜시리 슬퍼져서 엄마에게 ' 엄마 그 유기견 기억나? 나 걔가 가끔 생각나서 넘 힘들어," 하니 사람들 먹고 살기힘든 판국에 남이 버린 개가 생각나서 힘들어 하는게 말이 되냐며 역정을 내시길래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자신이 좀 이상한게 맞는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동물에게 애착도 없던 내가 왜 6개월을 동네에서 떠돌던 떠돌이 개 생각에 우울해지는게 말도 안되기도 하고..

자려고 눕다 또 불쑥 생각나는 점점 털이 숭숭 빠져 깡마른채 돌아다니던 그 아이 생각에 눈물이 나서 힘들어요.

혼자 안고 있으려니 답답해 두서 없이 이야기를 늘어 놓네요.

미치겠어요....

IP : 220.87.xxx.90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2.16 2:49 AM (175.223.xxx.123)

    유기견을 키우는 저로서는 원글님의 글만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 2. ...
    '14.2.16 2:52 AM (39.116.xxx.177)

    저도 강아지 키우고있어서 울컥했어요..
    얼마나 외롭고..얼마나 무섭고..얼마나 춥고..얼마나 배고팠을까요?
    강아지 키워보니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느끼더라구요.
    유기견들보면 그 죄책감이란..
    인간이여서 넘 미안해요..

  • 3. 오월에
    '14.2.16 2:57 AM (42.82.xxx.7)

    하아....눈물이 ㅠㅠ

    그렇게 죽으라고 버린거죠. 나쁜놈들.
    죄업지어 다 받을겁니다 ㅠ

  • 4. 글이
    '14.2.16 3:13 AM (221.146.xxx.179)

    한편의 단편영화같네요..

  • 5. 저 아직
    '14.2.16 3:22 AM (118.36.xxx.171)

    염전 노예 이런거 무서워서 기사로 못봤구요.
    보면 오랫동안 맘이 안좋고 몇년간 기억나서요.
    님 글도 걍 스킵햇어요.
    그런데도 맘이 아프네요.
    ㅠ.ㅠ

  • 6. 눈물
    '14.2.16 3:25 AM (211.58.xxx.238)

    전 동물농장에서 봤던 주인에게 학대받다가 혼자서 집을 탈출한 강아지가 생각나요...제작진이 동네를 헤메던 강아지를 발견했을 때 몰골이 정말 눈물이 막 나올정도로 말이 아니었죠...근데 참 그 와중에도 강아지는 똑똑해 보였어요..수의사가 상태를 봐주는 데 얌전히 있고 강아지도 뭔가 희망을 바라는 듯한 눈치였는데...이미 배속에 주인의 학대로 면도칼이 있었고 장기도 손상 된듯...그렇게 발견한 지 하루만에 그 강아지는 죽었어요..tv에서 봤지만 가끔씩 그 강아지가 떠오르면 맘이 아프더라구요..님의 그런 감정이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슬픈 눈빛을 지닌 동물은 뇌리에 오래 남더라구요..

  • 7. 아아
    '14.2.16 3:26 AM (175.117.xxx.51)

    이 글 괜히 봤어요..슬퍼요...

  • 8. 안 이상해요
    '14.2.16 4:46 AM (115.93.xxx.59)

    저도 그런걸요
    겨우 몇번 본 아이 죽음도 가끔 생각나면 바보처럼 울어요
    분명 범백같은것에 걸린듯한데 힘도없으면서 필사적으로 사람 피해 차밑으로 숨고 또 숨던 작은 아가고양이생각나면 더더욱 그렇구요
    외출복 그것도 짧은 치마차림이라 더러운 길바닥에 엎드려서 걔를 꺼낼수가 없었는데
    집에 와서 츄리닝바지 입고 다시 가보니 20분새 없어졌더라구요
    걔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는데 미안하고 ㅠㅠ 그 생각 5년이 지났는데도 많이 나요

    나중에라도 여건되실때 유기견 한마리 입양하셔서 구해주시고 정주시고 하면
    치유되실듯해요
    저도 길냥이 아가 업둥이로 키우면서 많이 나아졌어요
    물론 여전히 생각나면 참 가엾고 마음 아프지만 그럴때
    너 대신 이 아이 많이 아껴줄게
    그렇게 걔한테 말 건네면서 옆에있는 우리 냥이 꼭 안아주지요

  • 9. 아니예요
    '14.2.16 4:51 AM (175.209.xxx.50)

    이상한게 아니예요 마치 마음에 빚진듯한 사연이 하나씩 있죠 계속 바늘처럼 마음속에서 따끔거리게하는..

  • 10. 아뇨
    '14.2.16 5:21 AM (175.201.xxx.48)

    안 이상합니다. 측은지심이죠.
    저 예전에 유기견 센터에 올라온 강아지들 사진 보고 나면 정말 힘들었어요.
    더 이상 추가로 강아지 키울 여건은 못되는데 거기 있는 강아지들 보면 너무 불쌍하고 그래서 일부러
    지금은 유기견 홈페이지 안 들어가요.
    그냥 지구상에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모든 생명체가 다 안타깝고 가엾습니다.

  • 11. ㅡㅡㅡㅡ
    '14.2.16 7:43 AM (203.226.xxx.87)

    며칠전 당신은 개를 키울 자격이 없다였나 다큐 보니까 우리나라 애견 키우는 사람 중에 죽음까지 함께 하는 자가 불과 십퍼센트? 이십퍼센트 정도밖에 안되더라고요

  • 12. ...
    '14.2.16 8:14 AM (180.182.xxx.199)

    우리 인간은 먹이사슬 제일 위에 있는 대신
    다른 동물들을 보호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거지요
    그래서 다른 동물들에겐 없는 측은지심이란 감정이 있는 거고요...
    심성과 사회교육에 따라 측은지심에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태도가 개인에 따라 사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 13. 맹히맘
    '14.2.16 8:49 AM (211.36.xxx.63)

    저도 그런 강아지가 하나 있어요. 생전 동물 키워본적도 없구요.
    혼자 살때 비가 추적추적 오는날.터벅터벅 걸어가던 말티즈에게
    우유 하나 까서 준적 있거든요. 그리고 바로 집에 들어갔어요.
    몇년이 지난 일인데 너무나도 생생합니다.
    집에 데려와서 씻기기라도 할껄.
    죽진 않았을까.
    문득문득 떠올라요..

  • 14. ㅠㅠ
    '14.2.16 9:03 AM (58.235.xxx.248)

    이 글 읽고 화장실에 가서 통곡하고 진정하고 왔어요.

  • 15. ...
    '14.2.16 9:53 AM (211.178.xxx.65)

    저도 비슷한경우 있었어요. 골목에서 저 따라 3층까지 올라온 아기 길고양이, 그땐 12시 퇴근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키울 수 없어서 골목 끝에 내려 놓고 도망갔어요. 제가 도망가니 발악하듯 울더군요.ㅠㅠ 계속 생각나 결국 몇년뒤 어린 길고양이 유기동물 사이트에서 입양했어요.

  • 16. ////
    '14.2.16 11:05 AM (125.182.xxx.63)

    와..무슨 수필같아요. 원글님 글이 진짜 입에 쩍쩍 붙게 만드네요....
    이런 글은 82자게에 끝까지 남아있어야할거에요. 가슴아파요...이 글도 수집해서 개를 장난감처럼 애가 조르니 사줘야겠다 글에 붙여둘게요.

  • 17. 왜 절 울리나요
    '14.2.16 12:16 PM (211.36.xxx.131)

    설날에 길냥이 한마리 구조했다가 무지개다리건너서 대성통곡했는데 강아지는 더 마음이 안좋네요

  • 18. 좀전에
    '14.2.16 12:37 PM (180.182.xxx.199)

    다른 카페에서 유기견 구조했는데 가족이 반대해서 시보호소에 맡겼더니
    며칠도 안돼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모습을 못봐주겠어서
    사설 보호로 옮긴 후 임시보호라도 해줄 사람 수소문하고 있었는데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이야기를 봤어요
    모든 존재가 다 정해진 운명이 있는 건지....
    길에서 죽어가던 걸 데리고 와 지금은 모시고 사는 고양이들이 옆에서 발라당 재롱 떠는 걸 보면서
    생명의 무게를 다시금 느끼고 있네요

  • 19. ,,,
    '14.2.16 1:49 PM (116.34.xxx.6)

    얼마전 차타고 가다가 하얀 털이 떡이 된 조그만 강아지가 찻길을 위태롭게 달려 가는 걸 봤어요
    차를 돌려 다시 그 자리에 갔을때 이미 안 보이더라구요
    주위 환경이 비닐 하우스도 있고 밭도 있고 울퉁불퉁한 지형이라 찾을 길이 없었지요
    그 후 마음이 정말 힘들었어요
    유기견 한마리 비롯 두마리 키우는데 여건이 된다면 집 없는 강아지들 데려 오고 싶어요
    그렇지 못한게 슬픈 뿐이지요

  • 20. 원글님 와락
    '14.2.16 2:32 PM (14.32.xxx.195)

    너무 공감해요...
    내가 더 잘 해주지 못한 아픔은
    그렇게 아무때나 와서 박히죠..
    동정심, 측은지심..
    살고 있는 현실은 각박하지만..
    더 사람다운 사람이 될 거에요. 우린..
    이런 아픔도 다 경험치가 되어
    좀더 잘 대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 21. 가슴 아파요
    '14.2.16 3:15 PM (121.143.xxx.17)

    제가 말티즈를 키워서 ...굉장히 추워해요. 저희 강아지는 이불안이나 무릎 위에서 늘 공주처럼 10년을 살고 있는데 ...저희한텐 개가 아닌 딸이거늘. 저두 유기견 사이트 모조리 입양하고픈 마음에....지금은 철저히 외면해요.

  • 22. 훠리
    '14.2.17 2:52 PM (211.108.xxx.124)

    저도 원글님 마음 어떤건자 알아요.
    저도 그렇게 가슴에 묻은 아이가 있고 거의20년이 다되어가는데도
    불쑥 생각나면 통곡할정도로 슬프고 눈물나요.억지로라도 생각안하려고하고
    이런애기는 진짜 남한테 하지도 못하겟더라구요
    원글님처럼 사람도 아니고 그깟 강아지땜에 울고 그런다고하면 더 이상하게 절 보는거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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