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 시즌 연아의 프로그램은 짧은 기간 탓인지 제대로 무대를 느낄 여유가 없었다
007,레 미제라블, 죽음의 무도 등등
기존 프로그램이 가진 강렬한 개성 때문인지
마지막을 고하는 쇼트와 프리의 애조 띤 분위기는 이젠 정말 "안녕"이구나 하는 아쉬움 정도랄까
음악의 고저가 주는 흥분에는 못 미치는 거 아닌가 했는데
역시 그녀의 예술적 감각과 표현 능력은 이번 프로그램으로 마지막 정점을 찍을 듯하다
하도 아사다 푸닥거리를 해대길래 정말 객관적 입장에서 양 선수의 모습을 보고 또 보고...
연아가 가진 후광에 맘을 뺏긴 채 본다손 치더라도
그들은 눈이 없을까...
직관으로 치고 들어오는 연아의 감수성에 끌려가다보면 혼이 빠지고 맥이 풀린다
찰나를 영원처럼 느끼게 하는 감동을 기술이나 훈련으로 연마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가지 재능은 갖고 태어나지만 평생을 모르고 살기도 하고
내가 알아채고 남이 알아보는 순간
알 수 없는 영역으로 자신의 한계는 확대되나 보다
애처롭고 강인한 힘이 동시에 부딪히는 연아의 연기를 보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다 비워내는 것이 채우는 것임을 보여주는 연아
해외 해설 중에 인상 깊게 남은 케스터의 맨트
"아주 살짝 빙판 위를 스치고 가네요..."
연아의 몸이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다고 한다
몸이 망가져갈수록 연아는 완벽해진다
연아의 뜨거운 마음이 차갑게 빛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