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이 남향 아파트 17층 입니다.
앞베란다에 스카이 TV 파라볼라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어요.
저희 뒷동 비슷한 층에도 그 안테나와 베란다 창틀 사이에 까치집이 있어서 참 신기하다 웃고 말았는데, 드뎌 저희집이 간택되고 말았다는...
언제부터 집을 짓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인간으로 따지면 기초공사중인듯...
저희가 방충망을 약 20센치정도 열어놨는데 U자로 구부러진 안테나 지지대와 베란다 난간과 방범창의 열린 부분을 교묘히 이용해서 제법 많은 양의 나뭇가지를 물어다놨네요.
아직 둥그런 형태를 갖추지는 못했는데 나뭇가지는 제법 얼기설기 엮어놨어요.
근데, 저희집에는 고양이를 한마리 키우고 있고... 집사님들은 아실거예요.
고양이가 새소리, 새움직임... 등등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 까치들이 아침형 새들인지, 아침에 안방에서 냥이랑 자고있으면 머리맡에서 이 부부들이 깍깍 깍깍 울어대는데...
지들 깜냥으로는 잘했네, 비뚤어졌네... 하는 모양인데 그 소리가 굉장히 시끄러워요.
딱 침대 머릿맡이예요.
그럼, 우리 고양이가 몸이 빳빳하게 경직되면서 뛰쳐나가지요.
하지만, 겁 많은 놈이라 베란다 코앞까지는 못나가고 거실에서 머리만 개구멍을 통해 내다보면서 온몸이 긴장상태로 새들을 주시해요.
그런 날이 요 며칠 계속되고 있어요.
오늘은 하도 시끄럽기에 나가봤더니, 한마리는 열심히 공사중이고 한마리가 안테나 끝에 앉아서 깍깍 깍깍 참견중이더군요.
니네 언제까지 그렇게 떠들꺼야!!! 하고 소리를 질러줬더니 잽싸게 날아가 버리는데요... 이거 어쩌나요?
이대로 놔두면 둥지도 만들고 알도 낳고 새끼도 키울것 같은데, ...
그럼 저희는 여름에 방충망도 못닫고, 새끼들 재잘거리는 소리, 새털, 새똥,ㅠ.ㅠ
또, 우리 고양이는 그동안 내내 스트레스일텐데...
나뭇가지 치워버리면 너무 심한 처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