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지리산을 말하노니

스윗길 조회수 : 774
작성일 : 2014-02-05 05:48:48

지리산을 말하노니

 

신라시대 때 최치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유불선을 아우르는 현묘한 도가 있는데, 이를 다른 말로 풍류라 한다.” 최치원이 말하는 풍류는 지금의 사전적 의미인 ‘멋스럽고 풍치 있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여기서의 풍류는 ‘바람의 흐름’을 뜻하는 것으로 ‘움직이는 물체 즉 생명사상’을 의미한다. 생명사상은 종교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니까 최치원이 말하는 풍류는 아마도 역사 이전부터 존재했던 우리나라 고유의 종교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학계의 설득력 있는 학설이다.

 

우리나라의 영산은 지리산이다. 영산이란 신령스런 산이란 뜻으로서 신불을 모시어 제사 지내는 산, 참혹하게 죽은 사람의 넋, 광대가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부르던 노래 등의 뜻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리산은 최치원이 말하는 풍류가 온전하게 살아 숨 쉬는 산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의 슬픈 근현대사를 품고 있다. 동학농민운동 때 산속으로 들어간 동학도의 애환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항거하던 독립투사들의 처절한 삶이 들어있다. 광복 후 대한민국의 건국에 반대하던 김일성의 지시를 받은 빨치산들이 6·25전쟁이 끝난 이후까지도 은거하며 대한민국에 바락바락 대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에는 문학이 있다. 피아골 연곡사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 줄거리가 잡힌 곳이다. 동학 접주 김개주가 최 참판 댁 윤 씨 마님을 겁탈하여 불운아 ‘구천이’ 김환을 탄생시켰다. 조정래는 소설 태백산맥에서 염상진, 하대치 등의 빨치산 인물들을 만들었다. 빨치산 토벌대의 일원이었던 빨치산 염상진의 동생 염상구가 형 염상진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살아서나 빨갱이제! 죽어서도 빨갱잉가!”하며 절규하는 장면도 이곳 지리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소설가 공지영은 지리산과 섬진강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인 ‘지리산 행복학교’를 지어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고 있다.

 

이 밖에도 지리산을 배경으로 탄생한 문학작품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만큼 지리산은 우리 문학사의 엄마 젖과 같은 곳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 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산이다. 물론 우리나라 대개의 산이 아름다운 민속적 이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지리산만큼 다양하고 질퍽한 삶의 모습이 담긴 이름을 갖고 있는 산은 찾기가 어렵다. ‘동국여지승람’에 보면 백두산에서 발현한 산맥이 지리산에 멈춘다고 했다. 이를 풍수지리학으로 해석하면 백두대간의 기운이 이 곳 지리산에 응집돼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응집된 기운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출처: 역사와 문화를 깨우는 글마루 1월호

 

IP : 203.171.xxx.11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50858 아들이 간수치가 높게 나오면... 5 ㅜㅜ 2014/02/15 2,338
    350857 피겨스케이팅 남자들은 왜 노출 안하는 건가요? -.- 6 이건 2014/02/15 2,068
    350856 잠이 안와서.. 서운했던 일 몇개 털고 갈께요. 2 그냥 2014/02/15 1,513
    350855 냄새나는 액젓 구제법 아시는 분~~ 미크 2014/02/15 557
    350854 군인은 개인 정치색 가지면 안되나요? 6 ^^ 2014/02/15 1,263
    350853 여자피겨 최종심판이 러시아사람이래요~ 3 연아 화이팅.. 2014/02/15 3,123
    350852 컬링에 중독된 동생이래요 넘 웃겨요... 2014/02/15 1,567
    350851 치매환자에대해 아시는분 11 바보 2014/02/15 2,544
    350850 자궁근종 통증 4 흐르는강물 2014/02/15 3,494
    350849 전 양말을 이렇게 말려요 7 ㅎㅎ 2014/02/15 3,991
    350848 아..생리통... 5 ㅠㅠ 2014/02/15 1,039
    350847 존케리 미국무장관.. 독도질문에..독도가 뭐죠? 5 미국의태도 2014/02/15 1,103
    350846 김태희 10년 전 4 저푸른초원위.. 2014/02/15 3,178
    350845 북한 주민의 실상을 담은 영화 '신이 보낸 사람' 궁금해요. 2 궁금이 2014/02/15 864
    350844 운동열심히하다가 일주일안했는데 살이빠졌어요 3 궁금 2014/02/15 2,510
    350843 고열인데... 아이를 굶겼어요...ㅠㅠ 50 ... 2014/02/15 9,662
    350842 코스트코에 워터픽(아쿠아픽) 팔까요? 2 2014/02/15 2,810
    350841 지금 ebs 영화 오드리 헵번 나오는 '언제나 둘이서' 보세요 3 cc 2014/02/14 1,400
    350840 세번결혼하는여자... 저만 몰입 안되나요 ㅠㅠ 15 ..... 2014/02/14 4,354
    350839 이혼후 양육비기준은... 10 겨울하늘 2014/02/14 5,900
    350838 포천 아프리카 예술 공연단 노예 노동사건 알자지라 방송에서도 보.. 1 dbrud 2014/02/14 623
    350837 보르미올리 피도 밀폐용기요... 2 화초엄니 2014/02/14 1,189
    350836 결혼 축하금 인디고 2014/02/14 725
    350835 대학생과외 2 궁금해요 2014/02/14 1,036
    350834 옷 유난히 잘받는 날 있지않나요? 1 2014/02/14 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