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가 메일을 보내도 될까요?

너무한가? 조회수 : 2,098
작성일 : 2014-02-03 23:34:18

40대초반 부부에요.

남편은 남녀공학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왔고, 저는 여고 여대를 나왔구요.

둘이 대학 4학년때 인턴 취업했다가 만났고, 첨엔 그냥 오빠 동생으로 아무 감정없이 지내다가 졸업 후에 각자 다른 직장 잡아 서로 연락만 하다 나중에야 사귀고 결혼했어요.

남편은 엄청 성실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에요. 술담배도 거의 안하고, 아이들에게도 참 잘하고, 저한테도 잘 해요. 전형적인 집돌이구요.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착하게 굴기도 하고...

 

남편이, 저 만나기 전에 좋아했던 사람이 있는 건 알았고, 그건 당연한 거라 생각해서 별 문제 아니라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랑 사귀던 사이도 아니고, 그냥 고등학교 여자 동창인데, 그 동창은 다른 사람과 사귀고 남편하고는 그냥 친구사이였던 거였고, 짝사랑이 아주 길었던 걸로만 알아요. 고등학교때부터 대학교때까지 몇년간, 연락은 가끔 하는 동창사이였고, 남편 혼자 계속 그 여자분을 마음에 품고 지냈었나봐요.

게다가, 그 고등동창들끼리 대학다니면서도 무리지어 만나서 그냥 편안한 친구들 사이로 지내기도 했던 것 같고, 그렇게 남편도 그 여자분이 어찌 지내는지 늘 알 수 있게 몇년간 지낼 수 있었나봐요.

 

저는 여고 여대를 나오다보니, 남녀공학 고등학교 분위기도 잘 모르겠고, 그냥 어린 시절 짝사랑 정도인가..싶기도 했구요.

어쨌든 저 만나기 전 일이고, 저랑 결혼해서 성실하게 잘 사는 남편이라 그냥 다 잊고 있었죠.

 

근데, 몇달 전에 남편 메일함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여자분에게 너를 오랫동안 아주 많이 좋아했었고,  아직도 네가 생각난다는 메일을 보낸걸 봤어요.

그 여자분은 이미 결혼한 상태였는지, 답을 보낸 걸 보니, 나는 너를 그냥 좋은 고등 동창 정도로만 생각했었지 남자로 좋아해본 적은 없어서, 네 마음이 그렇게 오래토록 그 정도였는지는 몰랐다고. 그냥 어린 시절에 좀 그러다 만 감정인 줄 알았더니 꽤 오래였나보다고..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네 마음이 그 정도인걸 모르고 무심히 지난 건 미안하다고.

이제 좀 편안해졌으면 좋겠고, 좋은 결혼생활 되길 바란다고...꽤 완곡하게 보낸 메일 내용을 보니, 그 여자분은 정말 남편에게 전혀 감정은 없었던것 같아요.

 

어쨌든 기분이 별로 좋지 않더라구요. 보낸 날짜를 보니 거의 10년 된 메일이던데, 그걸 안 지우고 아직도 메일함에 보관해둔 것도 마음쓰이고..

근데 메일함 봤다는 말도 못 하겠고, 이미 몇년 전 일을 들춰서 뭐하나 싶고, 그 뒤로 메일 주고 받은게 없는 걸 보니, 그렇게 지난 일인가보다 싶었어요.

모르는 척 넘어가는게 나은 것 같아 그냥 그렇게 지나쳤죠.

 

그런데 며칠 전에, 또 어쩌다 남편 핸드폰을 보게 되었어요.

남편이 그 여자분에게 문자를 보냈더군요.

응답하라 1994보다가 오랜만에 생각나서 문자했다고, 잘 지냈냐는..

그 여자분은 꽤 편안한 답으로, 정말 오랜만이라고,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만나게 되면 보자고..이렇게 일상적으로 답이 왔구요.

남편은 문자상으로도 좀 들뜬 것처럼, 정말 봄되면 한번 보자면서 막 기분좋아하는 것 같았고, 그 여자분은 그래, 시간되면 한번 보자. 이런 식으로 답했더라구요.

제가 느끼기엔, 남편은 좀 들뜬 것처럼 느껴지고, 그 여자분은 그야말로 언제 밥한번 먹자 하는 한국인들이 흔히 하는 스타일의 답을 보낸 것 같았어요.

 

거의 10년전에 그렇게 자기 마음을 힘들게 고백하는 메일을 보내고, 지난 시절의 자기 마음에 대한 것까지 완곡하게 거절당한 남편이, 이제 또 문자를 보내고는 그 여자분한테 또 완곡하게 거절당하는 것과 비슷한 취급을 당하면서도 좋아하며 답 보낸걸 보니, 아주 속이 터질 것 같네요.

 

남편은, 몇달 전에 제가 메일함을 열어본 것도 모르고, 며칠전에 남편 핸드폰을 본 것도 몰라요.

 

근데, 지금 저대로 두면, 남편 혼자 붕붕 떠서 바보짓할 것 같고, 행여 그 여자분이랑 만날 자리라도 생기면 더 정신 못 차릴 것 같아 보여요.

 

메일상으로도 문자로도, 그 여자분은 전혀 제 남편은 안중에도 없어보이구요.

그냥 과거엔 약간 친했던 동창 무리의 한명이었을뿐인 것 같구요. 지금은 거의 잊혀진 존재인 것 같아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창피함을 무릅쓰고라도 그 여자분에게 메일이나 문자를 보내볼까 싶어져요.

제 남편하고 연락하지 마시라고.

제 남편이 연락하더라도 받아주지 마시라구요.

 

그러면, 제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요?

IP : 112.172.xxx.1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바예요
    '14.2.3 11:36 PM (94.5.xxx.173)

    찌찔한 여자랑 결혼한 불쌍한 동창으로 여김당하고 급기야 위로차원에서 만나게 될지도.

  • 2. 남녀공학
    '14.2.3 11:38 PM (94.5.xxx.173)

    에서 동창사이에 어떤 관계 규정이 몇번에 걸쳐 이뤄지고나면 서로 암묵적으로 그 규정된 관계의 선을 넘지 말자는 동의가 이뤄집니다. 님이 그렇게 예민하게 안보셔도 이미 그 규정이 여자한테 지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괜찮음..

  • 3. 원글
    '14.2.3 11:43 PM (112.172.xxx.1)

    역시 오버하는 거였군요.
    저는 남편이 저러고 있으니, 나라도 나서서 정신차리게 해줘야하나 싶어서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메일을 보내볼까 했거든요.
    그 여자분도 황당할 것 같긴 한데, 나한번 *팔리고나면, 남편 저럴 일 없겠지 싶어서..

    남자한테 첫사랑이 그렇게 징한건가 싶기도 하고, 아주 마음이 복잡하네요.....

  • 4. 그림
    '14.2.3 11:44 PM (180.224.xxx.28)

    절대로 단둘이 만나는 일 없어요. 원글님이 느끼신대로 남편분에 대해 아무 감정없고 그런 상대와 단둘이 만날 멘탈이었다면 10년전에 이미 일이 있었겠죠. 여러 친구와 같이 보자는 것도.. 그렇게 안했다간 남편분이 자꾸 보자할까봐 선수친거고.. 막상 모임 잡히면 핑계대도 안나올듯 합니다.

    그 여자분이 남편분 마음 모르겠어여? 느낌 잡았죠. 두 사람 만날일 없으니 걱정마시구... 남편땜에 상한 마음 추스리세요. 괜히 더 불쾌해지실까 걱정되네요.

  • 5. 아이고..
    '14.2.3 11:46 PM (60.253.xxx.160)

    메일을 보낸것도 남편이고
    문자를 한것도 남편이고
    혼자 좋아한것도 남편이니

    남편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하셔야지
    왜 그 여자분 기분 더러워지는 메일을 보내시려는지 이해가 안가네요.

    남편에겐
    문자함본거 핸드폰 본것도 감춰서 쿨한(척) 하는 와이프가 되고 싶고

    아무 사심도 없도 죄도 없는 여성분에겐
    똥밟은 드런 기분을 줘도 상관없고....


    너무 양심 없으시다.
    떽!!!!!

  • 6. 고딩이랑 대학
    '14.2.3 11:46 PM (94.5.xxx.173)

    고딩은 특목고,대학은 종합대학이고 과도 남탕인데요
    저한테 일년에 한두통은 저런 찌질거리는 남자 동창, 선배 메일이 와요
    그것도 온갖 추억 들먹이면서..
    그럼 그냥 무시합니다..
    어떤 느낌이냐면, 너의 찌질거리던 고딩,학부시절 과거를 내가 다 아는데
    어디서 수작부리냐!!!이런 느낌.....

    님한테 멋진 남자라고 동창들한테 멋진거 아니니..그냥 맘 놓으세요

  • 7.
    '14.2.3 11:46 PM (122.36.xxx.75)

    오바하지마세요
    남편단속잘하시구요
    그여자한테말하는것보다 남편에게 말하는게 정상이죠
    그여자는 동창일뿐인거 아시잖아요
    남편한테 말 도 못하면서 괜한잘못없는사람 신경쓰이게하지마세요

  • 8.
    '14.2.3 11:56 PM (175.117.xxx.136)

    정작 남편한테는 아무말못하시면서 여자분께 외려 이래라 저래라 하실려고 그러는건지 같은 여자지만 정말 이해안되네요.
    아마 그 여자분은 어딘가에서 왠 미친놈이 자꾸 연락해대는데 그 와이프한테 말해주고 싶다 이럴지도 모르죠.
    제가 애둘이나 있는 예전남친이었던 사람 전화받으면 진짜 와이프가 불쌍하다 이런생각하거든요.
    번호저장안해놔서 받게 되는것도 짜증나는데 거기 와이프가 적반하장 나오면 진짜 열받을것 같아요. 댁 남편이나 족치고 시시비비 따져보자고 할듯요

  • 9. 원글
    '14.2.4 12:07 AM (112.172.xxx.48)

    네. 알겠습니다.
    그냥 넘어가든가, 아님 못 참겠으면 남편에게 직접 얘기해야겠어요.
    저도 그 여자분은 무슨 봉변인가, 이건 아니지 싶어 여쭤보러 글 올렸어요.
    가끔 여기서 비슷한 류의 글 올라올때, 한쪽에서 아예 여지를 주지말고 확 쳐내야 일이 진전이 안되는 거라는 댓글들을 본 게 기억이 나서...제가 남편한테 얘기한다해도 나중에 또 안 그러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아예 처음부터 그 여자분에게 부탁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거였습니다. 메일을 보내더라도, 정중하게 사과하고 부탁하는 식으로 메일을 보내려고 했었구요.

    역시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 10. 그 여자는 아무 감정 없잖아요
    '14.2.4 12:08 AM (118.46.xxx.79)

    그 여자분이 보낸 메일 잘 읽어보세요.
    담담하게 나는 너를 남자로 생각한 적은 없고
    앞으로도 없다는 선을 분명하게 그었잖아요.
    행복한 결혼생활 되기 바란다고..
    동창들하고 함께 보자고..
    그보다 더 무슨 확실한 답을 바라시는거죠??

    남편에게나 첫사랑이고 짝사랑이지 그 여자분한테는 수많은 동창중의 하나일뿐..

  • 11. 그 여자에게
    '14.2.4 12:44 AM (119.70.xxx.163)

    메일을 보내는 순간
    님의 남편은 더 찌질이로 전락하고
    님은 찌질한 남자와 사는 찌질한 여자가 되는 겁니다.

  • 12. ddd
    '14.2.4 12:56 AM (175.197.xxx.119)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세요
    아 여자가 저렇게 찌질하고 분간못하니까 쟤가 저러는구나 싶을걸요?

    그런 메일 안 보내셔도 여자분은 잘 쳐내고 있잖아요.

  • 13. 만약에
    '14.2.4 2:20 AM (124.61.xxx.59)

    메일을 보낸다면 그 여자에겐 그냥 동창이었던 남편이 한순간에 왕찌질이 상ㅂㅅ으로 보여서 학을 뗄겁니다.
    남편은 그냥 추억에 젖어있고 여자도 알아서 거리를 두는데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혹은 비참하게 만들지 마세요.

  • 14. ....
    '14.2.4 2:22 AM (203.226.xxx.114)

    저한테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요 유부되고도 건수만 생기면(생일이나 새해인사 같은것) 만나자거나 좋은글이랍시고 서정적인문구 세계평화에 대한 메세지 등을 보내는 사람인데(공무원인데 그쪽 관련일을 해요) 진심으로 한심하고 찌질해보여요 무반응으로 일관중이구요 내 인생에 개입하지말았으면 하는데 부인까지 개입하면 아주 깊숙히 개입하는 느낌이라 진심으로 화가 날 것 같아요 난 잘못한것 한톨도 없는데 왜그러지 억울할테고요 남편을 잡으세요 전혀 관심없어하고 진절머리가 나 있을 상대방보다는요

  • 15. ....
    '14.2.4 2:25 AM (203.226.xxx.114)

    근데 왜 남편한테는 직접 얘기안하시는거예요? 답답해요 도대체 왜요

  • 16. ...
    '14.2.4 2:33 AM (14.52.xxx.175)

    어흑. 저도 남자 동창들 많이 있지만
    그 남자애들의 부인에게서 저런 메일 올 거 상상하니 소름끼치게 끔찍하네요.

    제발 제발 그런 짓 상상도 하지 마세요.
    왜 가만 있는 여자를 괴롭히나요.

    병신 인증 쌍으로 하고 싶지 않으면 모른 척 하시거나
    아니면 남편에게 얘기하세요.

  • 17. 노노
    '14.2.4 8:09 AM (175.223.xxx.123)

    왜 애먼 사람을 건드리나요? 그러다간 동창들 사이에 소문납니다. 그 찌질이가 더 찌질한 여자랑 살더라고 그 여자분이 얘기하고 다닐걸요? 그러다 남편 귀에까지 들어가면 어쩌시려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2017 관능의 법칙에서 조민수씨 옷 어디껀지 아시는분 계실까요? 궁금이 2014/03/20 747
362016 학교 학급홈피에 아이이름으로 가입 어떻게 하는건가요? 7 ㅠ.ㅠ 2014/03/20 643
362015 쓰리데이스, 그 여자 경호원은 사무직인가요????? 24 아오.. 2014/03/20 2,787
362014 친정엄마 환갑이신데 꼭 시댁 식구들 초대해야 할까요 9 아휴 2014/03/20 2,788
362013 cd를 안전하게 택배로 보낼려면? 4 궁금이 2014/03/20 452
362012 쌍수 재수술 병원 원래 했던 곳 or 새로운곳 어디가 좋을까요?.. 5 나나 2014/03/20 11,046
362011 백조들을 찾았어요. (4) 29 로마연못댁 2014/03/20 4,579
362010 착각하지 맙시다. 28 drawer.. 2014/03/20 13,576
362009 청소박사 사용보고서 9 pj 2014/03/20 2,586
362008 6.4지방선거 표심잡으려고................. 1 손전등 2014/03/20 429
362007 홈쇼핑으로 핸드폰구입하신분 괜찮으셨나요 4 호떡 2014/03/20 1,531
362006 국회의원실 관계자, “나경원 청룡장은 규정에 없는 것” 세우실 2014/03/20 969
362005 빨간범랑냄비를 보니... 1 인생이 2014/03/20 1,715
362004 강남 초딩들 영어를 어느정도나 6 2014/03/20 2,280
362003 몇달만에 달라진 이서진 보세요~ 23 몇달만에 더.. 2014/03/20 17,665
362002 티켓표 1 아라 2014/03/20 260
362001 기대했던 승진에서 탈락한 친구 3 마음이 아프.. 2014/03/20 1,847
362000 PT 가격 괜찮은지 봐주세요. 8 ..... 2014/03/20 3,281
361999 생리할때 반신욕 노노 인가요/. ㅠ 6 highki.. 2014/03/20 21,795
361998 아이들 교복자켓 드라이 매주 하시나요? 4 음.. 2014/03/20 1,593
361997 사랑이 넘치는 시어머니 11 민망쩔 2014/03/20 4,175
361996 아주오래되고팍팍쉰김치들도먹을수있나요?ㅠ 2 .. 2014/03/20 836
361995 코스트코 양재점 밍크담요 아직 있나요? 1 코스트코 2014/03/20 1,527
361994 냉동실 정리 함께 해요^^ 2 냉동실 수납.. 2014/03/20 2,118
361993 인간극장에 아이들 너무 예뻐요..ㅠㅠ 10 ㅠㅠ 2014/03/20 3,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