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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도 뉴스룸을 지킨다"는 손석희 앵커. 명절이나 연휴가 방송인들에게는 오히려 가장 바쁜 날이다.
"차례 지내자마자 곧장 출근, 평소와 똑같이 뉴스를 만든다"고 했다.
즐거운 설 연휴다. 이번 명절이 더욱 각별히 다가오는 이가 있다.
JTBC ‘뉴스9’의 수장 손석희(58) 앵커다. 31일이면 그가 다시 앵커 자리에 앉은 지 100일째가 된다.
그가 전면에 나선 이후 JTBC 뉴스의 약진은 익히 알려진 바다.
국내 최초의 본격 앵커 시스템을 선보여 호평받았고, 숱한 단독보도를 쏟아냈다.
특히 젊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JTBC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바꾸고 있다. 그
의 집무실은 1층 보도국 안에 있다.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첫 출근하면서 기자들 옆에 가까이 있고 싶다며
3층 임원실을 고사했다.
-뉴스에 연휴는 없을 것 같다. 설은 어떻게 지내나.
“아침에 차례 지내고 나와서 뉴스를 준비한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할 때는 특집으로 녹음하곤 했는데
TV 뉴스는 꼼짝할 수 없다. 연휴에도 매일 나오니까 제수용 밤은 안 까서 좋다.”(웃음)
-무엇보다 방송 100일을 맞는 소감이 궁금하다.
“10년 쯤 한 것 같다. 그만큼 치열했다고 생각한다.”
-방송을 시작하며 ‘사실·공정·균형·품위’를 표방했는데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입장에서는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보지 않는 쪽도 있는 것 같다.”
-JTBC 뉴스가 심층성·깊이·정공법을 추구하다 보니 재미나 완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글쎄, 우리 뉴스를 늘 보는 분들은 뉴스가 너무 재미있다고들 하시던데.(웃음) 대부분의 종합뉴스는
각각의 리포트가 마치 캔 음식(통조림)처럼 일률적으로 포장돼서 던져진다. 캔 중에는 달달한 후식도 있고….
우리 뉴스는 그에 비하면 직접 끓이기도 하고, 썰기도 하고, 대접이나 사발에 담기도 하는 음식이다.
지상파 뉴스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뉴스가 몸에 더 좋은 음식이라고 믿고 우리 방식대로 가보는 것이다.”
-통진당 관련 보도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도 받았는데.
“그 문제를 굳이 말하자면 그 날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당해산 청구가 있었던 날이고 그것이 가장 큰 뉴스였다.
당사자인 통진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저널리즘으로서는 당연히 궁금해야 했다.
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뉴스가치의 문제였다. CNN은 심지어 전쟁 중에도 필요하면 적국의 수장과도 인터뷰 한다.”
-JTBC 뉴스의 변화에 대해선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편에서는 진보나 좌편향에 치우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뉴스를 그런 프레임에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실천하려고 할 뿐이다.”
시장경제·민주정치 지키는 데 좌우 프레임 무슨 의미 있나
-그 정론의 저널리즘에 대한 기준은 정확히 어떤 것인가.
“우리 모토는 건강한 시민사회 편에 서자는 것이다. 건강한 시민사회란 내가 생각하기에 극단적이 아닌
합리적 사고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집단을 말한다. 그를 위해 언론이 전통적으로 가장 이상으로 삼는
모델이 감시견(Watchdog) 역할 아닌가. 그런데 이 감시견 모델은 원래 자유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
체제에서 나온 것이다.”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면.
“자본주의 시장과 민주정치 체제를 지키자는 것이지 공격하자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그
러니 여기서 좌우 프레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문제를 지적해서 공감대를 이루도록 하고, 그래서 정부나
기업이나 시민사회가 건강해지도록 언론이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보수 쪽에서도 환영할 일 아닌가.”
-대기업 비판 등 보도의 자율성은 잘 지켜지고 있는가.
“대기업이든 누구든 보도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도할 뿐이다. 삼성 노조무력화 문건을 단독보도
했을 때 별의별 음모론적 분석들이 다 나왔지만 전부 틀린 얘기다.
우리가 이 문제를 보도하는 것이 화제가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의 태도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쿨하다.
-정부 관련 보도도 같은 입장인가.
“그렇다. 국가기관 대선 개입의혹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이 문제에 집중했고 단독보도도 많이 해서
상까지 받았다. 기자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정부가 미워서? 아니다. 우리 뉴스는 아까도 말했듯이 시장의 가치와 민주정치의 가치를 믿을 뿐이다.
정부든 대기업이든 그러한 가치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이고, 과거 현재 미래의 정부와
기업이 이러한 가치를 지켜달라는 건강한 시민사회의 외침을 전하는 것 뿐이다.”
-같이 일하는 기자들은 손 앵커의 방식에 잘 적응하나.
“우리 기자들은 최고다.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이다. 밖에는 나만 부각되곤 하는데 우리 기자들의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단독취재가 부쩍 늘었고, 생방송 리포팅도 어느 방송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럴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대부분의 기자들이 생방송 리포팅을 전부 외워서 한다.
잘해보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안되는 일이다.
그러다가 실수하는 건 흉 볼 일이 아니다.
내가 기자 출연할 때 약속대련 안한다고 했더니 취재량도 엄청 늘었다.”
-기자들과의 스킨쉽은 어떤가. 스스럼없이 대해도 사장인데.
“그거야말로 본인들 마음 속에 들어가보질 않아서 모르겠다. 일단은 사장이란 호칭은 쓰지 말라고 했다.
엊그제 들어온 신참기자도 나를 손 선배라고 부른다.
2주에 한 번씩은 점심과 심야에 시간이 되는 기자들과 미팅을 갖는다. 낮에 하면 샌드위치미팅, 밤에 하면
치맥미팅이다. 우리 뉴스에 대해 토론도 하고 제안도 듣는다.
아마도 모든 언론사 중에 이런 미팅은 우리만 할 거다.”
-부장들과의 편집회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 편집회의 시간은 다른 언론사보다 두 세 배쯤 길다. 모두 자유롭게, 때로는 치열하게 토론한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내가 회의에서 사장으로 행세한 적 없다.
그리고 이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1차 편집책임자인 보도총괄 겸 국장이다.
그는 매우 뛰어난 저널리스트이고 내가 배울 점이 많다.”
-외부 반응을 보니 손 앵커가 물러나면 어쩔 것이냐는 말들이 많던데.
“나도 언젠가는 물러난다. 그 때까지 매일 뉴스 클로징에서 하는 말처럼 최선을 다할 거다.
그런데 그 주체를 늘 ‘저희 JTBC 기자들은’이라고 붙인다. 나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노력하고 있다.
그 이상의 대답이 있을까 싶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영입설이 나왔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직접 나서서 사적 만남이었다고 부정하기도
했는데. “대화 내용은 그 양반이 다 말했던데 내가 더 얹어놓아서 뭐하겠나.
나는 북이든 장구든 친 적이 없다.”
-직접 한다고 알려진 클로징 선곡도 화제다. 어떤 원칙으로 고르나.
“클로징 곡은 무거운 뉴스가 끝난 후 시청자들의 마음을 좀 달래드리기 위해 집어넣었다.
기준은 가능하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곡 중에 ‘아, 참 좋구나’ 할 만한 곡, 클로징에 어울리도록 편안하면서도
가끔씩은 의미를 새겨볼 만한 곡이다.”
-사장실에 부모님 사진이 눈에 띈다. 어떤 분들이신가.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어머님은 고령이시지만 다행히 건강하시다.
아버지는 육사 출신 군인이셨고 한국전쟁 때 무공훈장을 두 개나 받으셨는데 그 훈장을 얼마 전에야 찾았다.
이래뵈도 나는 국가유공자 가족이다.”(웃음)
-가족에게는 일밖에 모르는 빵점(?) 아빠일 것 같은데.
“낙제점도 아니고 빵점이라니, 박하다.(웃음) 내가 얼마나 이 일에 몰두해야 하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이해해 준다.
늘 고맙다. 사람들 앞에 나서서 하는 일이라 칭찬도 받지만 욕먹을 때도 있고 터무니없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다.
나나 가족들이나 팔자려니 하고 넘어간다.”
-사진 찍는 걸 무척 곤혹스러워 하더라. 방송인인데 왜 싫어하나.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직업이라 해서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오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