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있었어요. 타지나와서 외롭고 한 와중에, 재밌고 센스있는 친구라 나이가 많이 어린데도
여러번 잘 어울려 다니면서 정이 많이 들었었지요.
이번에 제가 어떤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 큰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기회라 감사하긴 하지만,
동시에 저도 열심히 그동안 오래 이쪽분야에 공들여 노력했기에 한편으로는 여태 열심히 한 결과를 보는구나 해서 제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또 얼떨떨하기도 하고 그랬지요.
그런데 그 사실을 알게 된 후배가 제 앞에서 대놓고 분노를 표출하고 막말을 하네요.
그 동생은 원래 이쪽 분야를 전혀 모르던 친구인데, 어떤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서 제가 소개를 하여 잠깐 같이 이쪽일을 하게 된 친구에요. 한마디로 그냥 이분야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의 수준이죠.
그런데 제 전시 이야기를 듣자마자, 왜 자기가 한 건 안뽑히고 언니 것만 됐냐며 화를 내더군요. 게다가 덧붙여 하는 말이, 제가 전시 관계자랑 친했기 때문에, 그 전시 관계자가 저를 예전에 사적으로 좋아했었기 때문에 제가 선택된 거라고 하네요.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와다다 쏟아붓는데, 사람이 저런 표정을, 저런 얼굴을 대놓고 면전에 드러낼 수도 있구나하고,
너무 큰 실망감과, 놀라움, 당혹감에 몇마디 대꾸도 못하고 그냥 그 자리를 떴어요..
그게 일주일 전인데요.
매일매일 카톡으로 연락하던 친구인데 연락도 그 후론 오지도 않고, 일때문에 일주일에 두번정도 보고 있는데 저랑 정말 어색한 사이가 돼버렸어요. 대화도 잘 없고 눈도 잘 안마주치고, 사람들이 제 전시이야기만 하면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저도 당일 그 일을 당했을때는 집에 돌아와선 너무 분한 마음에 다시는 너랑 애랑 상종도 안한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놓고,
막상 그 후배가 저런 행동을 하고 있으니 너무 속상하고, 참 인간관계가 뭔지, 내가 그동안 뭘한건지.. 정말 씁쓸하고 우울하고 그러네요.
제가 그렇게 잘난 사람도 아니고, 돈을 잘 버는 사람도 아니고, 그 친구는 저보다 한참 어리고,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반짝이는 젊음도 여전히 있고, 저 같았음 나이많은 언니가 타지와서 고생하는구나 하고 박수치고 응원해줄텐데.. 설령 질투가 날지언정 좀 고급스럽게 질투하지... 좀 자기 계발을 하는 쪽으로 질투를 하지.. 어린 친구가 솔직하다고 해야하나. 씁쓸하네요.
그 친구말고도 같이 다니던 어린 동생들 중에도 축하한다고 말해준 친구는 손에 꼽아요.
옆에 가족이 있으면 그깟 꺼 뭐. 쳇 하고 나도 같이 무시해줄텐데.
제가 많이 나약해졌는지, 아님 노화의 증거인지. 호르몬이 널뛰듯 뛰고 있어 그런건지..
시간이 가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고 그냥 서러워요.
제 행복을 (그것도 뭐 대단한 행복도 아닌데) 옆에서 진심으로 박수쳐주는 사람이 이렇게 없다니.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아왔나 돌아보다가도,
잘 살아온 것 같아서 더 억울해지네요. -_-;
대체 나한테 왜이러는거니, 어린 것들. ㅜ.ㅜ
야밤에 푸념좀 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