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못 쓰고 있다
늘상 하던 일상의 행동들에 거슬리는 일들이 하나 둘 씩 생긴다
세수 할 때도
컵을 집을 때도
심지어 팔짱을 낄 때도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쓸리고 아프고 그래서
신경이 곤두서고 한다
내 몸이라는 게 좀 아파봐야 뭔지 알겠다
다 제 기능을 하려고 붙어있는 건데
너무도 당연하고 함부로 부려먹은 것 같다
어젠 발을 씻다가 발가락 하나하나에 눈이 갔다
새끼발톱은 끄트머리에서 자라느라 안간힘을 쓰는지 있는 둥 없는 둥 하고
건조한 탓에 조금만 소홀해도 꺼칠꺼칠 내놓은 자식 같다
주인인 나의 습관에 따라 차근차근 길들여진 내것들...
예전 몇 달을 왼손으로 양치하며 느꼈던 웃지 못할 절망감과는 또 다른 애잔함이 있다
머리 묶을 때 엄지 손가락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었구나...
눈 감고도 했던 일을 낑낑대며 고군분투하는 하루하루가
오히려 생기를 북돋운다
오늘로 2주 째 다
그새 내 몸은 적응을을 위해 최선을 다 한다
덜 부자연스럽고 덜 지체한다
제 주인 살게 하려고
잃어버리면 감사해지는 마음은 당연하면서도
참 서글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