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33살이고 두살된 아들을 두고 있어요.
저희 친정집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 스무살 무렵부터 따로 독립해 살다가 결혼했지요.
그동안 많은 친구, 선배, 지인들의 결혼식, 돌잔치, 그들 부모님의 장례식들이 있었어요.
이십대를 지나오면서 저는 몰랐어요. 그걸 꼭 챙기고 살아야하는건지.
아니 몰랐다기보다는 어쩜 정이 없었던 걸까요.
굳이 말하자면 저희 부모님은 부산이며 제주도며 다른분들 경조사 열심히 쫓아다니셨지만
제게는 가르치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가까운 친척 결혼식에 저도 가야할까 물으면 "뭘 가 됐어. 우리가 가는데. 너는 안가도 돼."
이런식으로 되었던게 친척에서 친구와 제 지인들에게까지 연결되었나봐요.
가까운 친구였어도 서울에서 많이 떨어진 도시에서 결혼하면
먼데 뭘 가야하나.
선배가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시간되면 병원에 와달라 할때도 먼거리가 아니였음에도
가지 않았어요.
사정상 가지 않으면 마음 담긴 부조라도 주어 마음표시를 해야하는 걸 몰랐네요.
이십대 후반에도 친구 결혼식에 지금 제 남편이 된 남자친구까지 데려가서
오만원 내고 밥 먹고 왔던거......몇번이나 그랬는데...ㅜㅜ
가끔 생각날때마다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게 부끄러워집니다.
이제 와서 다시 줄수도 없고 또 그때 그랬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뭐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소원해진 사람들은 경조사가 원인이었나 싶기도 하구요.
제가 그렇게 제대로 챙기지 않았음에도 심지어 자기 결혼식에 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결혼식에 와주어 적지 않은 부조 해준 친구...정말 다시 보이고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 또다른 친구는 미혼인데 친구들 경조사 부지런히 챙기고 다니더군요.
결혼식, 장례식, 개업식, 출산했을때 산후조리원 등. 다른친구의 둘째 셋째 조리원까지 가더라구요.
저는 아이 낳고 돌잔치를 안했는데 일부러 아이 돌 즈음 맞춰 저희 집에 따로 찾아와서 축하해줬어요.
정말 대단하죠.
제가 이제라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잘하려는 마음이 들어 다행인 것 같아요.
계기가 뭘까요...나이들어 자연스레.. 혹은 아이 출산 이후부터 인 것 같습니다.
당장 어릴때부터 가깝고 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식도 못가고 아기 돌잔치에도 안갔던
이종사촌 언니의 아들 초등학교 입학 책가방부터 샀습니다.
뭐 나름 이유는 있었어요. 결혼식때는 제가 집과 거의 연락 끊고 살아 결혼식 가기가 뭐했고
돌잔치때는 잠시 외국에 나가있었어요.
그래도 생각해보니 챙기려면 얼마든지 챙겼겠더라구요. 돌잔치 못가도 외국 있는 김에 애기 옷이라도 몇벌
사서 한국 들어올 수 도 있었고.....
나는 어렸고 정말 몰랐다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 가득이지만 그냥 그당시 마음이 부족했던 겁니다. 그쵸.
이제라도 챙길사이 제대로 챙기고 살려구요.
뭐 꼭 다시 돌려받고 싶다 이런마음 없이요.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람으로 부대끼며 이런것들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저는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