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노무현의 요리와 글쓰기

참맛 조회수 : 1,607
작성일 : 2014-01-14 12:00:53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쓰기 원칙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issue&no=124038

관저 식탁에서의 2시간 강의
-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2003년 3월 중순, 대통령이 4월에 있을 국회 연설문을 준비할 사람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늘 ‘직접 쓸 사람’을 보자고 했다. 윤태영 연설비서관과 함께 관저로 올라갔다.

김대중 대통령을 모실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과 독대하다시피 하면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다니.

이전 대통령은 비서실장 혹은 공보수석과 얘기하고, 그 지시내용을 비서실장이 수석에게, 수석은 비서관에게,

비서관은 행정관에게 줄줄이 내려 보내면, 그 내용을 들은 행정관이 연설문 초안을 작성했다.

그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단도직입적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를 원했다.

“앞으로 자네와 연설문 작업을 해야 한다 이거지? 당신 고생 좀 하겠네. 연설문에 관한한 내가 좀 눈이 높거든.”

식사까지 하면서 2시간 가까이 ‘연설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특강이 이어졌다.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열심히 받아쓰기를 했다.

이후에도 연설문 관련 회의 도중에 간간이 글쓰기에 관한 지침을 줬다.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그런 표현방식은 차차 알게 될 걸세.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 같다’는 표현은 삼가 해주게.
3. ‘부족한 제갗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킹 목사의 연설처럼.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2. 기왕이면 스케일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4. 추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추켜세우게. 돈 드는 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을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뒤는 잘 안 보네. 문단의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그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이라크 파병, 대선자금 수사…’ 나열만으로도 당시 상황의 어려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나?
27. 같은 메시지는 한 곳으로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28. 백화점식 나열보다는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줄일 것은 과감히 줄여서 입체적으로 구성했으면 좋겠네.
29. 평소에 우리가 쓰는 말이 쓰는 것이 좋네. 영토 보다는 땅, 치하 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30.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좋은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 것도 안 되네.
31.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2.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33.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대통령은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지만, 이 얘기 속에 글쓰기의 모든 답이 들어있다.

지금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언젠가는 음식에 비유해서 글쓰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1. 요리사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너무 욕심 부려서도 안 되겠지만.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2.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하지. 싱싱하고 색다르고 풍성할수록 좋지. 글쓰기도 재료가 좋아야 해.
3. 먹지도 않는 음식이 상만 채우지 않도록 군더더기는 다 빼도록 하게.
4. 글의 시작은 에피타이저, 글의 끝은 디저트에 해당하지. 이게 중요해.
5. 핵심 요리는 앞에 나와야 해. 두괄식으로 써야 한단 말이지. 다른 요리로 미리 배를 불려놓으면 정작 메인 요리는 맛있게 못 먹는 법이거든.
6. 메인요리는 일품요리가 되어야 해. 해장국이면 해장국, 아구찜이면 아구찜. 한정식 같이 이것저것 다 나오는 게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해서 써야 하지.
7. 양념이 많이 들어가면 느끼하잖아. 과다한 수식어나 현학적 표현은 피하는 게 좋지.
8. 음식 서빙에도 순서가 있잖아. 글도 오락가락, 중구난방으로 쓰면 안 돼. 다 순서가 있지.
9. 음식 먹으러 갈 때 식당 분위기 파악이 필수이듯이, 그 글의 대상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해. 사람들이 일식당인줄 알고 갔는데 짜장면이 나오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10 요리마다 다른 요리법이 있듯이 글마다 다른 전개방식이 있는 법이지.
11. 요리사가 장식이나 기교로 승부하려고 하면 곤란하지. 글도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승부해야 해.
12. 간이 맞는지 보는 게 글로 치면 퇴고의 과정이라 할 수 있지.
13.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지 않나? 글도 그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해.
이날 대통령의 얘기를 들으면서 눈앞이 캄캄했다.

이런 분을 어떻게 모시나.

실제로 대통령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글을 요구했다. 대통령은 또한 스스로 그런 글을 써서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다.

나는 마음을 비우고 다짐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배우는 학생이 되겠다고.

대통령은 깐깐한 선생님처럼 임기 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설비서실에서 쓴 초안에 대해 단번에 오케이 한 적이 없다.
이런 분을 무능하고 부패했다는 미명을 씌워 내치고 죽음으로 몬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IP : 121.182.xxx.15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14 12:29 PM (203.249.xxx.21)

    와...........
    정말 감동적이네요.....

    이런 분을.............................못알아보고 놓친 바보들.
    그리고 그런 바보들로 만든 저 친일수구잔챙이들.

  • 2. ..
    '14.1.14 12:30 PM (121.166.xxx.219)

    제가 보는 눈이 있어요. ㄴ
    많은 이들이 그를 격의없고 소탈한 분이라 했지만
    첫눈에 여태 티비건 사석이건 본 사람중에 가장 품위있고
    무서운 분이셨어요. 뇌를 관통하는 한줄기 서늘한 빛때문에
    그를 그냥 바라보던 시선조차 피할 수 없었죠.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 3. ㅇㅇ
    '14.1.14 12:41 PM (220.117.xxx.106)

    뇌를 관통하는 한줄기 서늘한 빛때문에
    그를 그냥 바라보던 시선조차 피할 수 없었죠.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22222222222222222222

  • 4. ㅠㅠ 눈물 또 나요
    '14.1.14 1:01 PM (121.143.xxx.17)

    대통령님 욕하신 분들 다들 가슴에 손 얹어보세요. 그분이 욕먹을만한 인물이셨는지....

  • 5. ㅠㅠ
    '14.1.14 4:52 PM (211.235.xxx.253)

    그분이 보고프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2362 월세 세입자가 갑자가 돌아가셨어요. 친척이 보증금 반환을 독촉.. 10 .. 2014/01/16 5,487
342361 사회복지 주말실습구하기가 너무 어렵네요ㅠㅠ 1 대구 2014/01/16 2,093
342360 뒷목 아픈 이유가...베개, 침대 때문일까요? 4 -- 2014/01/16 2,130
342359 베트남(호치민) 가는 친구에게 무슨 선물.. 3 help 2014/01/16 1,552
342358 뉴욕타임즈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역사 교과서 왜곡” 사설로.. 샬랄라 2014/01/16 576
342357 필사하기 좋은 책이나 작가 부탁드립니다.. 4 .. 2014/01/16 3,072
342356 김진표 아빠어디가 출연 재고를 위한 아고라 청원에 서명해 주세요.. 3 초록별 2014/01/16 1,395
342355 단선적 역사인식의 위험 -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친일과 독재를 미.. 3 길벗1 2014/01/16 1,120
342354 스킨십좋아하시는분들 많으세요? 2 .. 2014/01/16 2,011
342353 '맥도날드가 경로당? 뉴욕한인노인들 자리싸움 갈등' NYT 8 미국까지가서.. 2014/01/16 2,223
342352 EBS 다큐프라임,지식채널 daum에서 로긴없이 볼수있어요 7 강추 2014/01/16 1,216
342351 겨울왕국 더빙으로 봐도 괜찮을까요? 12 겨울왕국 2014/01/16 2,698
342350 외신도 권은희 진급 탈락 주목 1 light7.. 2014/01/16 1,091
342349 NLL대화록 유출의혹 김무성 무혐의? "찌라시 같은 결.. 샬랄라 2014/01/16 549
342348 채현국어르신 기사, 읽어보셨나요? 9 감동 2014/01/16 1,834
342347 한쪽 뒷구리가 아파서 잠을 못자요.정형외과를가야하나요? 7 ^^;; 2014/01/16 3,366
342346 제가 전업되면 남편이 그만큼 월급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전업하겠어.. 21 즤는 2014/01/16 3,331
342345 중2되면 정말 영어가 갑자기 어려워지나요? 4 중2 2014/01/16 1,693
342344 일산 피부과 문의요 ``` 2014/01/16 557
342343 외신도 권은희 진급 탈락 주목 //////.. 2014/01/16 721
342342 매춘부의 뜻이.... 왜 春(봄 춘)자를 쓰는 거죠? 7 .... 2014/01/16 3,265
342341 손에 염증치료 병원찾으려면.. 1 하늘 2014/01/16 1,848
342340 KBS 전체 직원의 57%가 '억대 연봉자' 11 수신료 인상.. 2014/01/16 1,972
342339 잦은 펌 염색으로 두피랑 모발상한분들한테 추천제품 37 ㅇㅇㅇ 2014/01/16 4,435
342338 이번주 발표나는 대학 어디인가요? 1 대학 2014/01/16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