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코레일, 건립 방안 기재부에 보고
ㆍ강남 알짜 땅에 “신축 선호” 결론
ㆍ“방만 투자” 비난… 10일 공식 출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400억원에 이르는 수서고속철도 사옥 건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도 필요하다면 사옥 건축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코레일의 방만 경영을 해소해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수서고속철도가 ‘호화 사옥’으로 첫출발하는 셈이다.
사옥 건설에만 수백억원을 쏟아붓는 데 대해 중복투자 논란도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10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을 통해 입수한 ‘수서고속철도 주식회사 설립안’을 보면 “새로운 고속철도 운영사로서 상징성 및 미래가치를 제고하고 수서발 운영사 직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수서 KTX 사옥 건립을 검토한다”고 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코레일 수서발 KTX 운영준비단이 지난달 작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것이다.
사옥 확보 방안은 3가지로 역사 주변 건물 임차(연간 27억원), 역사를 증축해 사옥공간 확보(약 150억원), 역사 주변 토지를 매입해 사옥 신축(약 400억원) 등이다. 보고서는 직원 만족도, 초기비용, 미래가치, 기업 이미지 등 4개 분야를 평가한 뒤 “건물을 신축하는 방법이 가장 유리하다”고 결론내렸다.
신축 장소로는 수서역 주변인 서울 강남구 수서동이 유력하다. 3.3㎡당 토지 매입비는 3500만원이다. 이에 따라 소요 예산은 토지 매입비로 231억원, 공사비 152억원, 취득세 15억5000만원 등 398억5000만원으로 추정됐다. 수서역 주변이 어려울 경우 대안으로 경기 화성시 동탄동과 평택시 지제동도 검토하고 있는데 이때도 각각 223억원, 169억원의 건설비가 들 것으로 추정됐다. 수서발 KTX 운영준비단은 이런 점을 감안해 2014~2015년 2년간 본사 건축비로 287억원을 우선 책정해놨다.
하지만 근무인원 규모가 비슷한 공항철도 본사 건물 건설비(218억원)의 2배를 들여 강남 알짜 땅에 본사를 짓겠다는 의미여서 방만한 투자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서발 KTX를 분리하지 않고 코레일 내 사업부로 뒀더라면 쓰지 않을 400억원을 낭비하는 셈이다.
정부는 수서고속철도 사옥 신축에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서고속철도가 계속 코레일 대전 본사에 세들어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다만 임차가 좋을지, 신축이 좋을지는 수서발 주식회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엄태호 연세대 교수는 “조직은 계속 스스로 키우려는 경향이 있어 수서발 자회사는 행정적으로 중복이 일어나고 비효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사옥 건립 추진은 벌써부터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신호로 시간이 지나면 코레일과 자회사의 임금, 조직 등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서고속철도는 운전, 차량, 재무 등 분야에서 50여명을 코레일로부터 파견받아 10일 공식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