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이 넷이고 아들이 하나 입니다. 그중 둘째 딸이 천안 삽니다.
둘째 딸은 맞벌인데, 미장원을 직접 운영하는 딸이 공무원인 사위보다 수입이 몇배 많답니다.
사위는 3남2녀의 장남 입니다. 그중 사위가 제일 잘 살고 더구나 장남이므로 부모님을 봉양해야 한다는 것엔
사위나 딸이나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딸이 미장원을하니 직접 시부모님을 모실 수 없어서, 시부모님은 유일한 재산인 21평 아파트에서 두분만
삽니다. 그래서 딸 부부는 시부모님께 매월 120만원의 생활비를 드립니다.
딸의 시부모님은 국민연금도 매월 30만원 받습니다.
또한 딸의 미장원에 근무하는 미혼인 시누이 하나가 매월 20만원씩 드립니다(시누이는 독립해 살고) 그러므므로
그분들은 모두합쳐 월 170만원을 생활비로 씁니다. 두분이 사니까 딸은 그돈으로 충분 할거란 것이지요.
딸의 결혼한 시누이 하나는 도울 형편이 못되고, 미혼 시동생 둘이 서울에 있으나 둘다 직장이 시원찮아 도울
형편이 못됩니다.그들이 살고있는 17평 아파트는 딸이 애들 교육 때문에 얻은 아파트입니다.
애들이 천안으로 다시 내려와서 이젠 없어도 되는 집이지만, 두 시동생이 30만원인 월세를 내겠다며 밀고 들어와
살고있을 정도이니.자기 앞가림도 힘든 총각들이지요.
작년봄엔 집주인에게서 월세가 석달치 밀렸다고 전화가 왔는데, 시동생들이 보증금 까는게 버릇이 될 것같아 할
수 없이 보냈다며 딸이 엄청 속상해 하더군요.당시 딸이 심한 말을 해서인지 그후론 다행히 월세를 잘 낸답니다.
하여간 시부모님이 "그 돈으로 생활하기가 힘들다"며 2014년 부터는 생활비를 150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한답니
다.매월 생활비가 200만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몇년전부터 시나브로 그런 얘기를 하다말고 하다말고 하더니 이번엔 12월내내 말씀하셨 답니다.
그래서 딸이 나의 생활을 처음으로 말했답니다. "친정아버지는 월 50만원으로 생활하는데도 할거 다하고도
충분하다는데 아버님은 200만원이나 왜?필요합니까?"하고 불편함을 말했답니다. 사위는 부모님과 지마누라 눈치
보느라 암말도 못하고...(나의 아고라에 첫 글이 [나는 월 50만원으로 할 짓 다하고 산다]란 이야기 입니다.)
딸의 시부모님들은 특별한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술이나 도박이나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돈 쓸일이 없을
것 같은데 정말 매월200만원을 뭐하는데 필요하다는건지 나도 사실 이해가 안됩니다.
그분들 아풀 때 병원비는 물론이고, 딸은 평소 먹거리도 항상 두집 분량을 사서 시부모님집에 충분히 보냅니다.
매년 철 따라 옷 사드리고 가전제품도 신제품으로 사드립니다.추석이 시아버지 생일이라 작년엔 42인치 TV 사
드렸다더군요.비록 해외여행은 못 보내드리지만, 동네 노인들이 온천등 여행 간다면 한번도 놓치지 않고 보내
드림니다. 모시지 못하는 대신 나름대로 할 만큼 하는데...생활비를 올려 달란다며 딸도 엄청 불편해 하더군요.
나는 겨울이면 배구보러 천안에 자주가는데, 지난해말 천안 갔을 때, 딸이 그 얘길하면서 속상해 하더군요.
다행히 사위가 엄청 효잡니다.사위는 옆에서 무슨 죄 진놈마냥 죽을상을 하고 있지만 "올려 주지말라"란 말은
끝내 못합니다. 나는 부모님께 소홀한 불효자 사위보다, 돈을 더 드리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효자사위가 더 낫다
생각을합니다. 그런 사위가 안스러워, 사위에게"니가 왜 죽을상을하고있냐 부모님이 필요하시닌께 그러시것지"
하고 위로했습니다.
딸에게는 "30만원 없다고 니가 죽는것도 아니고 니가 살만큼 사니께 그양반들 달라는데로 드려라"고 말했습니다.
그분들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당연히 드려야겠지만...같은 늙은이 입장에선 납득하기 힘든건 사실입니다.
돈이란게 없어서 못쓰는 것이지, 있다면 한계가 없는 것이지 쓸 곳이 없어서 걱정이겠습니까?
그렇게 돈이 많은 분들이라면 한달 5백만원을 쓰건 천만원을 쓰며 살건 상관 할 일 아니지만...
자식에게 얻어쓰는 입장에서 납득 할 수 없는 생활비를 요구하는 것에 불편해하는 딸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 됩니다.
그러나 어차피 이번엔 올려드려야 할 것 같은데...저 착한 사위 맘 졸이게 할 필요 있는가 싶어 서울 오던길로 사위 사무실로 전화했습니다.그리고 딸 마음도 편하게 해줄 방법을 조언 했습니다.
어찌보면 딸을 속이는 것이지만 평화를 위해서 할 수 없지요.
그러구러 열흘이 지난 어제밤...딸의 전화에
시부모님 요구대로 1월부터 올려 드리기로 했다는군요. 사위가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옆에서 좋아 죽는데요...
딸은 그러는 지서방이 꼴 보기 싫다며 약올라라 합니다.
사위는 나에게 "아부지 미안해요 잘하게께요"하며 알랑방구끼고..
"잘했다. 30만원씩 더 드렸으니 이제 아범은 금년에 과장 진급하고, 니 미장원은 매일 5만원짜리 파마 손님이 지금보다 한분씩 더 올 것이다"며 딸을 위로했습니다. 나는 둘째 딸의 너그러움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