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끝나고 조금 내려가다 보면 북촌 근처에 닿는다
맨날 일에 치여 다음 목적지로 직진하던 습관을 놓고 찬찬히 살펴봤다
골목을 지나니 중간 넓이의 한산한 길가가 나왔고
이제 막 문을 여는 작고 예쁜 가게들이 조용히 하루를 시작하는 그 시간
세련된 분위기로 넘쳐나는 요즘 체인 커피숍과는 달리 몇 평 안 되는 소규모이지만
밖으로 풍기는 음악과 향기가 심상치 않아 자연스레 발길을 그곳으로 옮겼다
중년 이상은 돼 보이는 아주머니가 아직 영업 준비는 안 됐지만 들어오라고...
그 따뜻한 첫 인사에 끌려 너무도 편안히 가게에 들어가 앉았다
작고 무질서해 보이는 공간의 구석구석엔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오래된 소품들이 있고
사이사이 예쁜 그림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생꽃들이 놓여있다
그 편안함과 분위기 안팎을 왔다갔다 하며 마치 무슨 이웃집 처자 대하듯 하는 그 아주머니의 민낯에
내 맘도 녹아내렸다
직접 커피도 내리고 빵도 만들고 한단다
빵은 아직 시간이 이르고 아몬드 과자랑 커피를 주셨다
고소하고 담백하다...
얼마 남지 않은 수제 쿠키를 몽땅 싸 달랬더니 이러면 오늘 장사 꽝이라고 수줍게 웃으시는데
참..고우시다
나오는 길
이게 웬 횅재인가 싶을 만큼 행복해지는 기분...
무작정 갔던 길이라 다시 찾아갈 수 있을까..싶었지만 걱정되진 않았다
오늘처럼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