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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제도 개선할 생각 없이 의료산업화 안돼.. 구속 각오로 총파업."

대한의협회장 조회수 : 468
작성일 : 2014-01-08 09:25:30
"건보제도 개선할 생각 없이 의료산업화 안돼.. 구속 각오로 총파업"궐기대회서 자해 논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벼랑 끝 환경 바꾸자는 절규 11만 의사들에 보낸 것

원격진료 아직은 안돼

시범사업 없이 '휴대폰 진료' 오진 잦고 상당수 폐업 불러

영리 자회사 설립도 시기상조

11, 12일 파업 출정식

↑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부 주도의 '관치의료'가 의료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을 키웠다고 했다. "관료들이 의료를 망치고 있어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의료 정책들을 만들면서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을 배제하는 나라가 있을까요." 왕태석기자 kingwang@h

얼마나 참여할지는 지켜봐야

의료비 폭탄 등 바로 잡는 일 국민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

건보수가 인상을

수가는 낮고 환자 부담 크고 이상한 상황 벌어지고 있어

지금보다 평균 2배는 올려야

2000년 의약분업 당시의 의사 대파업이 재연될 것인가. 대한의사협회가 11, 12일 이틀간 총파업 출정식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의(醫)ㆍ정(政) 충돌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출정식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등을 막기 위한 대규모 집회다. 집단 휴진과 진료 거부의 서막인 셈이다. 비상이 걸린 보건복지부는 문형표 장관이 복지부 장관으론 14년 만에 의협을 찾아 의료 현안 해결을 위한 협의 기구 구성 같은 달래기 카드를 꺼냈지만, 타이밍을 놓친 듯 하다. 의협의 원격진료와 의료투자 활성화 정책 철회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노환규(52) 의협 회장은 파업의 예고탄을 일찌감치 쏘아 올린 바 있다.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에서 열렸던 의사궐기대회에서 흉기로 자신의 목을 긋는 돌발 행동을 한 것이다. 의사 파업을 놓고 "환자를 볼모로 하는 집단 행동은 옳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나, 노 회장은 "이번이 아니면 잘못된 의료제도를 영원히 바로 잡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의협이 수가(酬價) 인상을 위해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 흉부외과 의사인 그는 "전국의 흉부외과 의사의 절반이 점을 빼거나 지방흡입술을 하는 왜곡된 현실을 보고만 있으란 얘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해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데요.

"비극이죠.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무슨 의미인가요.

"그만큼 의사들이 절박하다는 얘기죠. 외부에선 정부를 압박하거나 국민에게 어필하기 위해 자해했다고 보고 있지만, 모두 틀렸어요. 11만 의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어요. 벼랑 끝까지 온 의료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절규였습니다."

노 회장은 자해를 자신의'단독 작품'이라고 했다. 송형곤 상근부회장 겸 대변인 등 의협 집행부와 일절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전에 의견을 구했다면 모두 말렸을 것"이라며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자해 도구가 '기능'을 제대로 못해 부상은 없었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의사파업 출정식을 우려합니다.

"반드시 할 수밖에 없어요. 의약분업 때 대규모 의사 파업이 있었잖아요? (의사들은)굉장히 많은 걸 잃었지만 이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잘못된 의료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았거든요."

-의약분업으로 수가가 올라 의사들은 좋아지지 않았나요

"전혀 안 그래요. 지금 의사들은 윤리와 현실의 갈림길에 서 있어요. 열악한 의료현실이 의사들의 윤리를 담보하기 어려워요. 수가가 원가에 크게 미치지 못하다 보니 리베이트 같은 불법, 편법이 근절 안 되고 있는 겁니다."

-현행 수가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건가요.

"낮은 건강보험 수가는 국민의 부담을 줄어주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반대예요. 보험수가는 환자가 병원에 내는 비용이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이 정해놓고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돈입니다. 이 비용이 원가보다 낮으니 정상적인 진료를 볼수록 병ㆍ의원은 손실이 생기고, 의사들은 손실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을 찾게 되는 거죠. 원가를 줄이려고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 진료를 강화하는 식이죠."

-파업을 예고한 건 결국 수가 인상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정부가 잘못된 건보제도를 개선할 생각은 안 하고 의료산업화라는 이름으로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영리자회사 허용 같은 엉뚱한 제도들을 만들었잖아요. 이런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본거죠."

-그래도 수가 인상이 본질 아닌가요?

"믿어 주세요."

-의사들은 왜 원격진료를 반대하나요.

"원격진료는 근사한 이름일 뿐 실상은'핸드폰 진료'에요. 환자가 핸드폰으로 의사와 영상통화 해서 진료를 대체하도록 하는 겁니다. 핸드폰이나 컴퓨터 화상채팅을 통한 진료는 오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진료 행위의 장소가 진료실에서 핸드폰으로 옮겨가는 거죠. 이러면 적지 않은 병ㆍ의원이 문을 닫을 겁니다. 의료 접근성도 떨어지게 되고요. "

-핸드폰 진료가 위험하다는 근거가 있나요.

"정부는 단 한 번도 핸드폰 진료의 안전성과 관련한 시범사업을 하지 刻勞楮? 소화제 하나를 개발하는데도 안전성 담보를 위해 오랜 기간 엄청난 비용을 들여 연구하는데, 이런 절차가 모두 생략됐어요."

-원격진료를 하지 말자는 말로 들리는데.

"이런 식으로는 안 돼요. 단계별로 추진해야 해요. 시범사업을 먼저 한 다음에 장단점을 파악하는 게 순서죠."

의협이 정부와 갈등을 빚는 건 원격진료만이 아니다.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의료투자 활성화 정책을 놓고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른바 영리병원 마찰이다.

-선진국에서도 영리병원은 보편화 돼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우리는 전체 병원의 94%가 민간 의료기관이고 영리를 추구하고 있어요. 하지만 영리추구와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을 설립, 운영하고 진료를 하는 건 달라요. 지금은 민간 의료기관들이 정부와 계약을 맺고 공공의료를 담당합니다. 민간 의료기관이지만 1차적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국가 지원이 전혀 없는 탓에 경영 유지를 위해 부수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영리병원은 의사가 진료의 대가를 받는 게 아니라, 병원에 투자한 투자자가 투자의 대가를 가져가게 돼요. 병원의 존립 목적 자체를 바꾸는 제도죠."

그가 언급한 영리병원의 역기능은 이를 테면 이런 것들이다. 영리 의료법인 소속의 의사가 환자에게 자회사의 의료기기를 이용한 과다 진료를 유도할 것이라는 부분이다. 이는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져 민간보험 의존도를 높이게 되고, 결국 건강보험에까지 영향을 줄 거라는 게 의협의 전망이다.

-부정적으로만 보는 건 아닐까요? 순기능도 있지 않나요.

"물론 그런 측면도 있지만 우리는 영리병원을 도입할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요. 영리병원이 제한적으로라도 허용되기 위해선 몇 가지 선결과제가 필요해요. 우선 공공의료가 흔들려선 안 돼요. 의료수가 결정구조가 합리적이어야 하고, 의료전달체계 및 의료법이 확고하게 정비돼야 해요. 우리는 이런 것들이 하나도 안 돼 있어요. 시기상조에요."

노 회장은 "의사파업이 시작될 경우 전면 무기한으로 갈 가능성이 크고, 구속도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의약분업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소속 집행부들이 대거 사법처리됐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파업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어느 정도 될까요?

"개업의는 80% 이상 동참할 겁니다. 개업의 외에도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대거 참여할 거고요. 의과대학 교수들도 심정적으로 파업을 많이 지지하고 있지만 얼마나 참여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환자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요.

"커피전문점 커피값보다 싼 의료 시스템으론 오진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1분 진료, 불성실 진료가 판치고,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의료비 폭탄을 맞잖아요. 불필요한 검사나 수술을 권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요. 이걸 바로 잡자는 데 반대하는 국민이 있을까요."

-그러려면 수가를 올려야 될 텐데요.

"지금보다 평균 2배는 올려야 해요.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수가를 매년 올리고 있지만 효과를 못 보고 있어요. 보험수가는 낮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매우 큰 이상한 상황이 벌어져요. 의료비를 대느라 재정파탄에 빠지는 가구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나라 중 우리가 가장 높은 것만 봐도 수가 정책이 잘못돼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수가 2배 인상안을 정부가 받아들일까요?

"건보재정 지출 통제를 강화하면 가능해요. 낭비 요소를 줄이면 돼요. 가령 조제료 같은 걸 통제하는 식이지요. 1년에 조제료로만 3조원이 건보재정에서 나가는데, 이게 거품이 많아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도 줄여야 해요. 단적인 사례가 로봇 수술이지요. 로봇 수술하면 병원 매출은 6, 7배 늘지만 환자 부담은 수십 배 늘어요. 이런 걸 개선해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박근혜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의 틀을 새로 짜야 만성적인 의료 마찰을 줄일 수 있다"는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요즘 의사들의 사고는 단순해요. 양심껏 진료하고 거기에 맞는 대가를 받는 것이지요. 큰 돈요? 욕심 없어요. 의료는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선 안 돼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특수 영역입니다. 실력 없는 요리사를 만나면 식사를 망치고, 실력 없는 변호사를 만나면 금전적 손해를 보잖아요. 실력 없는 의사를 만나면 환자는 죽습니다."
IP : 222.97.xxx.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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