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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결혼 하고 친정하고 연 끊으신 분들 계신가요..

.. 조회수 : 2,795
작성일 : 2014-01-08 00:13:39
아버지께서
재혼 하시고 나서 
새어머니 밑에서 좀 힘들게 컷었어요.

어릴 때에는 
정말 속수무책으로 
큰 목소리 한번 못내고 
그냥 네네 하며 살아야 했던 시간들이었는데 

17살에
어머니께서 
저만 없으면 잘 살꺼라고,
제가 모든 힘겨운 일의 원흉이라고 그리 말씀 하시면서 
나가살라고 짐 바리바리 싸주시면서 내쫓으시데요.
교복차림에 옷보따리 하나 메고,
가출 아닌 가출하고 나서 
어찌어찌 살았는데..

나와 살다보니까 
어린 시절 아픈 기억도 조금씩 잊혀지고,
기억이 잊혀질수록
그래도 부모 자식 지간이다 싶어서 
드문드문 일년에 한두차례 안부차 연락 드리고
얼굴 잊을만 하면 가서 인사드리고 그랬답니다.

연말 정도에
결혼 생각하고 있는지라
집에 가서 말이라도 꺼내둬야지 
일 있을 때만 연락한다 소리 면할 거 같아서 
연차 내고 1박 2일 고향 다녀왔는데..

 참..
 제 기대와는 세상이 다르게 흘러가네요 

나이먹으면
어르신들 둥글둥글해지기 마련이라고
예전처럼 모나고 뾰족뾰족한 어머니 성격도 많이 바뀌셨을 거라고 
그렇게 기대했는데 그런 거 아닙디다.
뾰족한 성격은 더 뾰족해지다 못해 예리해지고

많이 안 보는 만큼
아프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했는데
저 보지 않는 동안 축척이라도 해두신 거 마냥
아픈 말을 툭툭 던지시는데 
하루씩 일년 아플 걸 
하루만에 몰아서 아프게 된 거 같아요.

서울 올라가는 기차표 
저녁 8시로 끊었었다 말씀 드렸었는데 
아침 먹고 나니까 
점심 먹고 가거라 한 마디 하시데요.
그냥 네 그러고 나와서 
기차 시간 될때까지 밖에서 시간 죽이다가 왔네요.
한달 전에 파격가 할인으로 예매한 거라,
표 변경하기도 그래서 그냥 밖에서 애매한 시간만 날리다가 올라왔어요 

올라오는 길에 
부모님 없는 자리에서 언니가 
내년에 아버지 환갑이신데
여행이라도 보내드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돈 보태라 하길래 
내가 왜 그래야 하냐 그러고 말았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에
집 열쇠 잃어버렸다는 죄로 
부모님 오시는 저녁 늦은 시간(작은 공장 운영하시는데 마감하고 두분 귀가하시는 시간이 8시 9시였어요)까지
아파트 계단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시간 죽쳤던 게 몇달이었어요.

기억나지 않는 일 때문에
혼낸다는 이유로 
속옷바람으로 쫓겨나서 
현관 밖에서 덜덜 떨면서 지냈던 것만 몇날 밤이었는데..

설거지 하다 그릇 깻다는 이유로 
덜덜 떨면서 맞았던 기억도,
손빨래 하면서 얼룩 제대로 말끔하게 빠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걸레 헹군 락스물을 먹이던 기억도 
아직 제 기억에 잊혀지지 않아서..
지금도 락스냄새, 빨래비누 냄새는 
역해서 맡지 못하는데 ..

내가 당했던 기억들은 모두 잊으라는 거냐고 
어떻게 그걸 기억하는 나에게 
아버지 어머니 환갑 타령을 할 수 있냐는 저에게 
언니는 그냥 잊으라네요.
그건 니가 잊어줘야 한다고 ..
언니 역시 저와 마찬가지일 텐데 
그래도 거긴 부모님이라고 극진하게 모시는데..
저는 도저히 그게 안 되더라구요.

오랜만에 내려간 김에
그래도 욕이나 덜 먹고 싶어서
돈 몇푼 봉투에 담아 드리고 왔는데
고맙다 말한마디 없이 냉큼 받아챙기는 어머니 모습 보면서

결혼하고 나면 
고향집 내려갈 일도 없고
부모님께 굽신 거리면서 안 좋은 소리 들을 일도 없을 거라고,
결혼하고 나면 인연 끊을 거라고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그날까지만 참자고,
나중에 상견례 할 때 엎어버리면 답 안 나온다고
그때까지만 참자고 
그렇게 그렇게 속으로만 참아내고 있어요.

키우면서 속앓이 한 기억만 있는 어머니에겐
그저 제가 무얼하든 괘씸한 딸이라는 걸 알기에 
그냥 노력하지 않고 
끝맺음 했으면 좋겠습니다..


IP : 182.219.xxx.20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4.1.8 12:39 AM (175.223.xxx.164)

    힘내세요. 그간 고생했는데 좋은 분 만나 결혼하신다니 축하드려요. 결혼 때까지만 참으시고요, 굘혼 후 연 끊어도 어머닌 오히려 좋아할거고 아버지도 부인이 최곱니다.. 악처 하나가 열 효자보다 낫다고..

    이 세상 무엇보다 님의 행복이 우선이에요. 남에게 나쁜 짓 하지 않는 이상, 이 세상 무엇도 님의 행복에 발을 걸 수는 없어요.

    멀쩡한 친정도, 결혼해서 아이낳고 살다보면 아무래도 전보다 소원해지기 마련이고요.

  • 2. 있지 왜 없겠어요.
    '14.1.8 12:48 AM (58.143.xxx.49)

    그냥 그 분은 본성에 충실한 인격을 지닌 분일뿐
    기대감 갖지마세요. 실망만 늘뿐이니까요.
    재혼함 친아버지도 의붓아비가 된다는 얘기가 맞는가
    보네요. 걸레헹군 락스물을 먹이려 들다니 분명 학대가
    맞구요. 모성보다는 귀차니즘으로 키운거죠.
    감성이 아닌 그냥 무덤덤하게 남이려니 대하세요.
    어린 상처받은 님은 결혼 잘하시고 좋은 시부모,남편
    만나는 보상으로 이루어지길 바래요.
    님 스스로 잘 보듬고 위로해주시구요.

  • 3. ..
    '14.1.8 12:48 AM (182.219.xxx.209)

    ㄴ 감사합니다.. 남자친구도 결혼하고 나서 발걸음 하지 않겠다는 제 말에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주니 고마울 뿐이에요.. 멀쩡한 친정도 소원해진다는 말이 참 위안이 되네요. 연 끊어도 남들에게 사람 도리 못했다고 소리 안 듣겠구나.. 라고 조금은 위안이 되네요

  • 4. 여행?
    '14.1.8 1:25 AM (222.104.xxx.136)

    잊으라는 언니말도 무책임하네요.
    연 끊으세요.
    님 바보에여?
    저도 비슷한 경우라 화가 나서 그럽니다.

  • 5. ...
    '14.1.8 1:48 AM (24.209.xxx.75)

    전 님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도 극진하다는 언니가 불쌍하고 무섭네요.

    정말 사랑하는 분 님을 존경하고 아껴주는 분 만나서 결혼하시는 거지요?

    걸레빤 락스물을 먹였다니...연끊는다고 뭐라할 자격 있는 사람들이 아니니
    걱정 마시구요.

    고생 많으셨으니 꼭 행복하게 사세요.
    결혼 축하해요.

  • 6. ..
    '14.1.8 1:54 AM (182.219.xxx.209)

    언니는 그냥 제가 봐도 불쌍해요.
    스톡홀름 신드롬.. 그거 비슷할 꺼에요.
    매번 구박받고 있다가도 가뭄에 콩 나듯이 귀여워해주면
    그게 고마워서 저러는 거 같은데...

    어머니 욕심이
    부어도부어도 차지 않는 밑바진 독이라는 걸
    언니는 아직 모르는 거 같아요.

    남친은 저희집과는 다르게 무척 잘 사는 중산층이에요..
    대기업 정규직이라 직장도 참 탄탄하고..
    저만 아니면 어디가서 좋은 집안 참한 여자 만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저 좋다고 아껴주니
    집에서 설움 받던 거, 남친 덕분에 푸네요..

    시집가면
    친정에 십원한푼 안 보태는 대신에
    시댁에 조금이라도 더 보태고 그럴려구요.
    친정에 안부 전화 한통이라도 할 시간 있음
    시댁에 전화 한통 더 드릴 꺼에요.

  • 7. ..
    '14.1.8 3:28 AM (59.10.xxx.192)

    결혼식 할 때까지만 연락하고 그 담에는 연 끊어버려요.
    무슨 호구도 아니고....
    돈은 또 왜 드리는지.
    락스물까니 멕였다니 싸이코패스 또라이네요
    그래도 잘 성장해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결혼식장까지는 필요하니 결혼 후에 잘라버려요.
    이래서 아버지는 재혼하면 남인듯....
    ㅉㅉ

  • 8. ...
    '14.1.8 7:03 AM (175.114.xxx.11)

    그런 걸 친정이라고 부르진 않죠...남보다 못하네요..

  • 9. ...
    '14.1.8 11:08 AM (1.228.xxx.47)

    친정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
    언니도 참 바보같네요
    제 여동생이랑 똑같네요
    돈을 줘도 고마워 하지도 않아요
    대신 안 주면 욕을 바가지로 먹어요
    그냥 무시하고 사세요
    그런 사람들은 답 없어요

  • 10. 옛날엔
    '14.1.8 11:58 AM (58.143.xxx.49)

    락스물 먹음 죽을 수 있다 생각되던 시절인데
    살인을 떠올릴 만큼 미워했다로 볼 수 있지요.

  • 11. ...
    '14.1.9 12:58 PM (182.219.xxx.209)

    잘 자란 것 같진 않아요..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로 겨우 졸업하고
    학력 낮아서 취업이 잘 안 되는 바람에
    지금 콜센터 다니면서 학점은행제 하는 중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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