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어머니 시골 분이세요. 연세는 70대 초반이시고요.
며칠 전 유치원 애들 방학이라 시댁에 다녀왔는데, 남편 없이 애 둘 데리구 혼자 며칠 다녀왔네요.
옛날 분이라서 남녀차별..차별 수준이 아니고 남자는 양반 여자는 언년이 수준..으로 알고 계시긴 하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냥 시어머니 마음이 넘 따뜻하시고 겉치레 없는 분이라 좋아요.
저희 시골은 화장실이 푸세식이고 씻는 곳이 따로 없어서..며칠 지내다가 목욕을 갔는데..
목욕탕엔 평균연령이 한 60세 정도는 될 것 같더라고요.
역시 시골에 어르신들이 정말 많으신데,
저희 어머니는 목욕 가방이 검은색 장바구니..한약방에서 약 넣어주는 튼튼한 검은 가방 있잖아요. 그건데, 무지하게 날았는데도 그거 들고 다니시더라고요. 가방도 따로 없으셔요. 그냥 몸뻬에 달린 자크 주머니에 돈 넣고 다니시고요. (저도 몸뻬 빌려 입고 나가서 여자 둘이 몸뻬 ^^;) 옷도 진짜 수수한 옷, 잠바는 일하실 때 불 땔 때 불똥 튀겨도 크게 상관 없는 그런 작업복 같은 거 입으시고요. 좋은 거 사드려도 모셔두시고 결혼식장이나 서울 오실 때 정도 입으시지 평상시는 잘 안 입으시네요. 둘레 할머니들은 금목걸이 같은 것도 많이 하시고, 알록달록 예쁜 옷도 입으시고, 목욕 마치고 젊게 립스틱 바르는 할머니들도 계신데, 저희 어머니는 진짜 그냥 시골 할머니에요. 언젠가 권정생 선생님이 장에 나갈 때 검은 비닐 봉다리 들고 다니셨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권정생이 별다른 데 있는 게 아니구 우리 어머니가 권정생이구나..싶었네요.
옷은 겉치레를 안 하신다 뿐이지 정말 깨끗하게 세탁해서 입으셔요. 시아버지랑 노인 두 분이 사시는지라 빨랫감 많지 않다고 거의 손빨래 하시는데, 시골 볕에 말려서 삶은 듯이 좋은 볕내 나는 옷으로 날마다 갈아 입으시거든요. 평생 농삿일 하며 사신지라 손뼈마디가 다 튕그러지셨는데도, 세탁기 잘 안 돌리시고 늘 손빨래 해 입으셔요.
시골 내려가니 며느리야 뭐 손님도 아닌지라 아들 대동하고 갔을 때랑은 반찬이 완전 다르지만 ㅎㅎㅎ
그래도 아침에 애들이랑 늦잠 자는 며느리 안 깨게 쌀 밖에서 조용히 씻어서 밥 앉히시고
이불 잘 덮고 자는가, 보시고 이불 따시게 덮어주고 살금살금 나가시는 어머니..
허리, 다리 성한 데 없이 아프셔도 부지런하기로는 저는 따라갈 수도 없는 우리 어머니..
오늘 아침에 전화 드리니, 장으로 '도래(도라지)' 팔러 나가셨다 하네요.
어디서 파세요? 하니 장바닥에 다른 할머니들처럼 앉아서 파신대요.
다 파셨나 전화드렸는데 지금 못 받으시는 걸 보니 아직 밖에 계신가 봅니다.
날도 추운데...장바닥에 앉아 계실 어머니 생각하니 맘이 영 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