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수영-달나라의 장난 << 해석 민주주의란

조회수 : 1,454
작성일 : 2014-01-03 20:06:52

팽이가 돈다

...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이야기도 잊어버리고

또 한 번 팽이를 돌려주었으면 하고 원하는 것이다.

도회(都會) 안에서 쫓겨 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小說)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生活)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

점잖이 앉은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생각하면서

정말 속임 없는 눈으로

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

그러면 팽이가 까맣게 변하여 서서 있는 것이다

누구 집을 가 보아도 나사는 곳보다는 여유(餘裕)가 있고

바쁘지도 않으니

마치 별세계(別世界)같이 보인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팽이 밑바닥에 끈을 돌려 매이니 이상하고

손가락 사이에 끈을 한끝 잡고 방바닥에 내어던지니

소리없이 회색빛으로 도는 것이

오래 보지 못한 달나라의 장난 같다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機) 벽화(壁畵)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은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運命)과 사명(使命)에 놓여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放心)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비행기 프로펠러보다는 팽이가 기억(記憶)이 멀고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이 더 많은 나의 착한 마음이기에

팽이는 지금 수천 년 전의 성인(聖人)과 같이

내 앞에서 돈다

생각하면 서러운 것인데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울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

IP : 222.97.xxx.7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낙랑
    '14.1.3 8:22 PM (220.73.xxx.40)

    서글프면서도 좋아요

  • 2. 김수영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14.1.3 8:47 PM (222.97.xxx.74)

    너도 나도 스스로 도는 힘을 위하여
    공통된 그 무엇을 위하여 우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서서 돌고 있는 것인가
    팽이가 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0944 고등학생 아이가 자신의 블러그를 모르는 사람에게 판매했어요. 15 쿵쿵쿵 2014/01/14 3,488
340943 이거 바람일까요? 12 마음이 뒤죽.. 2014/01/14 3,448
340942 유사보도라고? 너희가 유사정권이야! 6 light7.. 2014/01/14 560
340941 부직포 바르고 도배해 보신 분 2 2014/01/14 1,847
340940 절실! 식욕억제방법 나눠주세요 54 ㅠㅠ 2014/01/14 6,152
340939 문서? 증서받는 꿈 .. 2014/01/14 1,993
340938 수영복 얼마나 오래들 입으세요? 14 수영 2014/01/14 3,524
340937 곰팡이 안생기던 집에 갑자기 5 fr 2014/01/14 1,899
340936 합가해서 사는 며느리. 돈이냐 휴가냐 2 며느리 2014/01/14 1,761
340935 직장생활을 대하는 '마음 가짐'에서부터 여성과 남성 간 차이가 .. 6 여의 2014/01/14 1,220
340934 송도 교육환경+전세가 문의해요~~~ 8 고민 2014/01/14 3,922
340933 2014년 1월 1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4/01/14 520
340932 입학축하금을 누구에게? 30 백만원 2014/01/14 3,570
340931 상위권 여중생들 스마트폰 하루에 몇시간 정도 보나요? 5 스마트폰 2014/01/14 1,560
340930 [영국] 저 밑 파스타 글 보고 생각난건데요... 7 영국 2014/01/14 1,865
340929 독일사는 분들, 구연산,과탄산, 베이킹 파우더 어떤 제품 쓰세요.. 2 --- 2014/01/14 2,413
340928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로 만드시는 분들 어떻게 하세요? 7 2014/01/14 2,452
340927 폰팔이들의 싸가지 1 수지강 2014/01/14 1,730
340926 무뚝뚝한 사람이 멋져보여요 13 ralla 2014/01/14 4,568
340925 남편 관련 하소연 푸념 2 그냥 2014/01/14 1,095
340924 아기 흑마를 안아주는 꿈 3 꿈해몽 2014/01/14 1,410
340923 오늘 서글퍼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48 ------.. 2014/01/14 15,335
340922 집에 권총이 가득 진열된 집을 봤어요. 뭔가요? 15 뭐지 2014/01/14 3,524
340921 못된 여자였으면합니다 9 여자 2014/01/14 2,671
340920 의부증으로 몰렸었던 나 14 가을코스모스.. 2014/01/14 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