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대표적 재래시장인 양동시장을 찾아 난롯불 앞에 둘러앉은 상인들에게 지역민심을 묻자 옥신각신하던 사이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미워도 민주당파'와 '안철수로 새정치파'가 갈리더니 신당은 창당도 안했는데 합당 요구도 나왔다.
A(54)="맛이 이라고 가분적이 없어. 민주당이 힘도 쪼까 못 써불더만 박근혜(대통령) 한테 끌려댕겨불고. 내년이라고 달라지것어?"
B(69)="민주당도 시원찮당께. 거시기가 인자 돼야제 안철수가. 싸움질도 안하고, 거짓이 없는 사람이랑께"
C(60대)="웨메~ 안철수가 혼자 뭘 할 수 있간디? 새누리당한테 밀려불 것인디"
B="아따, 그랑께 당을 맹근다고 안 허요"
C="(안철수 신당은) 태풍당이 될거여. 그냥 휙 쓸고 가분당께"
D(50대)="민주당에 누가 있소? DJ선생님(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로 호남 인물이 없당께. 안철수 한 번 해보라고 혀"
E(72)="뭔 염병할 소리여. 그라믄 쓴다냐. 둘이 합쳐야지"
분명한 건 호남은 '강한 야당'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안철수 신당이 미덥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그가 내건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선택의 기로에선 새로운 기대 쪽으로 이끌리기 마련인 듯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민주당보다 3배가 높다는 게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이었다.
민주당을 향한 상인들의 쓴소리에는 깊은 실망감이 배여 있었지만 사랑의 회초리기도 했다.
어쨌든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는 어느 한쪽의 손을 처음으로 들어줘야만 한다.
광천동 터미널에서 양동시장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기사 정영일(70)씨부터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그는 "안철수만큼 새로운 사람도 없다. 저는 그분이 좋다"면서도 "그런데 광주시장은 누가 나오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정씨는 민주당의 차기 광주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용섭 의원의 경력을 읊으며, 그를 지지한다고 했다. "안철수 씨가 광주시장으로 나올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번화가인 광주 충장로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전폭적인 안철수 신당의 지지층이었다. 대학생 박성연(21.여)씨는 취재진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전 안철수요"라고 답했다. "신뢰를 주는 정치인"이라는 이유였다.
곁에 있던 박승환(22)씨는 "깨끗하다. 투명하다"고 공감했다. '광주시장 후보로 안 의원 측이 내세우는 인물을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묻자 "믿을 만한 사람일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민주당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낡은 이미지"를 부정적 판단의 근거로 꼽았다.
직장인 서강준(32) 씨는 "지난 1년을 볼 때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견제할 제1야당으로서 힘이 부족해 보였다"면서 "호남인맥도 없고, 호남 정치가 전무했다. 실망한 민심이 광주에 애정을 쏟고 있는 안철수 신당으로 기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의 주어가 '안철수'가 아닌 '민주당'이었다.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는 또다른 택시기사 진모(40)씨는 "안철수 신당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인물을 내놔야 한다"고 인물 경쟁을 주문했다.
표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정치인들도 술렁이고 있다. 광주시의원 3명 등 전·현직 기초의원 7명이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안철수 신당행을 택했다.
그 가운데 한명인 홍인화 시의원은 "공천이 곧 당선인 민주당은 뿌리 없는, 고인 물"이라면서 "이제 민주당이라고 해서 찍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고 실제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 소속인 조오섭 시의원은 "민주당에서 공천을 못 받거나 시류에 편승한 분들이 안철수 신당에 많다는 걸 동네 주민들은 알고 있다"고 맞섰다.
안철수 신당의 입성이냐, 민주당의 수성이냐를 건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26일 광주를 찾아 민주당을 "호남에서 청산해야할 낡은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에 맞서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2일 5?18 민주묘역을 참배하고선 "호남이 없는 민주당을 생각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이 새해벽두부터 신당창당을 염두에 둔 독자 정치세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벌려가고 있어 '안철수 신당'이 정치권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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