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 이탈리아 태생의 미국의 여성운동가요 이론가, 정치철학자인 실비아 페데리치(71·사진·호프스트라대학 명예교수)는 ‘재생산 노동’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21세기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세계 곳곳에서 움트고 있거나 서성대고 웅성대는 반자본주의 운동, 그 변혁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이론적, 실천적 투쟁은 바로 재생산 노동의 올바른 분석을 통해서만 제대로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시작점을 그는 물이 어는 점, 제로 지점을 뜻하는 ‘영점’이란 말로 표현한다.
<혁명의 영점>의 핵심 주제인 재생산 노동이란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노동, 곧 가사노동·돌봄노동을 말한다. 상품을 만드는 노동이 생산 노동이라면, 그 노동력은 가사·돌봄 노동을 통해 재생산된다. 육아·가사 도우미, 노인 돌봄 서비스처럼 일부 재생산 노동은 임금노동으로 편입되고 산업으로 재구조화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 가정에서 이뤄지는 가사노동은 부불(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노동으로, 그리하여 “가장 소외된 노동”으로 존재한다. 페데리치는 재생산 노동은 이 노동으로써 생산되는 노동력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으므로 생산 노동과 똑같이 임금을 받아야 하며, 그에 대한 임금 지급 운동이 지금도 여전히 적실하게 요구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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