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데드 빠지신 분 없나요? ^^
위기의 주부들 이후에 암것도 안 보고 있다가
호기심에 1편 봤다가 휴가 이틀 사이에 시즌1-4까지 끝낸 사람입니다. ㅠㅠ
무료공개 영상이 여기저기 있어서 누워서 아이폰으로 다 봤어요. 참 편리한 세상~
무섭고 쓸데없이 피튀기고 끔찍한 건 질색이라 호러영화 좀비물 절대 안 보거든요.
13일 금요일밤 이런 류 넘 싫어요...
개콘에서도 좀비개그 할 때마다 눈찌푸리고 빨리돌려 보던 저인데 이걸 어떻게 다 봤는지 참 신기합니다. ㅎ
1편 볼 때는 꾸왝꾸왝거리며 사람 뜯어먹을 때는 빨리 돌리고 눈가리고 보고 울렁거려 밥도 제대로 못 먹었지만
차차 강심장이 되어서 지금은 너무너무 잘 봐요.
결정적으로 보게 된 계기는
가르치던 학생이 ''좀비물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그린 것. 시나리오 완성도가 높음''이라며 거품물고 강추한 것과,
(진짜 예쁘고 귀여운 여학생이라 안 어울려서 넘 놀랬음)
그래도 별로 안 땡겨서 전혀 볼 마음이 없었는데 우연찮게 또
식샤를 합시다 드라마 보는데 여주 이수경이 치맥하면서 넘 기뻐하며 ''밀린 워킹데드나 봐야겠다''
하길래 호기심이 갑자기 확-일어서 봤어요.
좀비한테 뜯어먹히고 먹고 물리고 뭐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닌가벼? 하고요.
근데 이거 정말 좀비물이 아니라 인류멸종 상황에서의 인간관계, 인간사를 그린 대서사시 같아요.
극한상황에서 인간들이 어떤 그룹을 이루고 어떤 인성을 가지고 살아내는가가 너무 섬세하게 그려져서요.
극한상황에서 자란 주인공 아들 칼이 완전 냉혈한으로 변해가는 것도 넘 가슴아프고 흥미진진하구요.
무엇보다 좀비들은 장식품이고(이젠 하나도 안 무서움)
남은 인간들은 지네들끼리 싸우네요.
인간들은 진짜 그럴 것 같아요.
당장 죽기 직전의 끔찍한 상황에서도
자기편을 만들고 배신을 하고 편을 가르고 이권을 취하고 권력다툼을 하네요~
어쨌든 오랜만에 감동한 대작입니다. 좀비들은 완전 양념. 그래도 심장이 쫄깃쫄깃해요.
쇼생크탈출 영화 감독이라는데요. 대박.
주인공이 알고 보니 러브 액추얼리 스케치북 고백남이었어요!!! 덕분에 러브 댁추얼리도 다시 봤죠. 연기 잘하네요.
아, 옛 로마 검투사 경기처럼, 사자 대신 좀비들을 사슬로 주변에 묶어 놓고 가운데서 사람들끼리 격투를 시키는
미친넘도 나와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요. 싸움에서 밀리면 좀비한테 뜯어먹히죠.
전 통틀어 이 장면이 무척 인상깊어요. 세상사 인간사를 축소한 것 같아서요.
모두 힘을 합쳐 물리쳐야 할 것을 안 물리치고 정작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편가르고 권력만 잡으려는데 미쳐 있죠.
저같이 빠지신 분 또 있나요. 그리고 워킹데드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미드를 봐야 할지 혹시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위기의 주부들도 아주 평범한 마을이지만 뒤로 숨겨진 끔찍한 일들,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여러 유형의 갈등을 그렸죠.
그런 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