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하기까지 했다. 이 회사의 일부 직원은 사고 직후, (선로 폭을) 39㎜라고 쓴 6월 검사 기록을 25㎜로 고치는 등 기록을 거짓 보고했다고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난 12월12일 밝혔다. 고치기 전 기록은 정비 기준치(19㎜)의 두 배가 넘었고, 탈선사고 가능성이 있는 43㎜와 고작 4㎜ 차이였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대량 수송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단히 악질이다”라고 비판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조작에 관여한 직원과 이 회사 법인을 철도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본사와 현장 간 의사소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일본 국토교통성의 진단이다. 그러나 JR홋카이도 문제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1987년 일본 국유철도(국철) 분할 민영화 이후 일어난 일련의 변화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JR홋카이도의 현재는, 일본에서 철도 민영화가 대도시가 아닌 ‘적자 지역노선’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혼슈 3사와 섬 지방 3사 간 격차 심각
일본이 철도 민영화를 단행한 것은 1987년 4월이다.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은 한국의 코레일에 해당하는 국철을 △JR히가시니혼(동일본) △JR니시니혼(서일본) △JR도카이 △JR시코쿠 △JR규슈 △JR홋카이도 등 여객회사 6개와 화물회사 한 개로 분리했다. 1949년 출범한 국철이 1964년부터 적자를 기록해 장기 채무가 약 37조 엔에 이르는 실질적인 파탄 상태라는 것이 민영화 추진 이유였다(42쪽 상자 기사 참조). 그로부터 26년 뒤, 일본 국토교통성은 “수송량이 크게 늘고 이용자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요금은 거의 그대로이다(단, JR홋카이도·시코쿠·규슈 제외)”라는 점을 국철 개혁의 성과로 꼽는다.
△JR히가시니혼 △JR니시니혼 △JR도카이 등 혼슈 3사만 놓고 본다면, 이 같은 평가는 어느 정도 사실일지 모른다. 2012년 현재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대도시를 지나는 노선을 소유한 3사는 많게는 3991억 엔(JR도카이)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린다. 반면 JR홋카이도가 309억 엔, JR시코쿠가 96억 엔의 적자를 기록하는 데서 보듯, 지방 재래노선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줄이는 건 인건비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JR홋카이도의 안전 관련 설비투자액은 2007년 113억 엔이었지만, 경영 상황 악화로 2010년도에는 58억 엔으로 줄었다. 세키쇼센 탈선화재 사고가 일어난 것은 바로 그다음 해였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선로를 보수하려 해도 돈이 없다” “이상을 인식하고 본사에 새로운 설비투자를 요청해도 필요한 자재가 투입되지 않는다”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마이니치 신문> 등이 보도했다.
적자 때문에 인건비와 안전 설비투자를 줄이는 게 JR홋카이도 같은 곳에서 더 문제가 되는 건, 홋카이도 지역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의 강원도에 해당하는 홋카이도 지역은 인구가 적고 토지는 넓다. 전차 비율이 18.7%로 JR 6사 중 가장 낮은 대신, 차체가 무거운 디젤차가 많다. 겨울 날씨도 혹독하다. 선로 손상이 빠를 수밖에 없는 조건(<아사히 신문>)인데 유지 보수는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용은 더 드는데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지방 재래노선에 사고의 위험이 집중되는 구조인 셈이다. 화려한 대도시 신칸센의 이면이다.
정부·코레일, 적자 노선 민간 매각 시사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지방 철도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3년 7월12일 열린 국토교통부와 철도공사 간 철도산업발전 워크숍 관련 문건을 보면, 이미 국토교통부는 공사가 포기하는 적자 노선에 민간 참여를 허용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최저보조금 입찰제, 즉 가장 적은 보조금을 받고 적자 노선을 운영할 운영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제도도 함께 고려 중이다.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두고 민영화인지 아닌지가 초점이 되고 있는 지금, 적자 지역노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앞서 코레일은 이미 2013년 6월 국토교통부에 ‘한국철도공사 경영효율화 종합대책안 검토의견’을 보고하면서 2015년 진해선과 정선선을 시작으로 동해남부선과 경전선, 경북선 등 모두 8개 일반철도를 민간에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미 구체적 시기와 노선까지 나온 셈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의 2단계로 지역노선 민간 매각이 계획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공공부문 민영화를 연구해온 한 관계자는 “수서발 KTX가 떨어져나가면 철도공사가 거기서 번 흑자를 적자 노선에 투입하는 구조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적자 부담을 내려놓은 채 황금 노선만을 운영하는 수서 노선과, 공공성이라는 막중한 짐을 진 철도공사의 경쟁이 이뤄진다면, 결국 철도공사도 부담스러운 공공성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는 공공성 포기로 이어져 또 다른 JR홋카이도 사태를 낳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