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옥상
빨래 걷어 얼른 내려가야지 하는 찰나
아!... 맞은 편 집 베란다 난간에 앉은 하얀 털의 길고양이...
그런데 그 맵시란 것이 너무 요염하고 화려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두발은 가지런히 옹그리고 붕성붕성한 털하며 보기좋게 퍼진 배둘레에 그 윤기...
혹 주인 있는 고양인가 싶을 만큼 세련된 포즈가 너무 여유롭고 화려하다
동네 쓰레기 뒤지는 길고양이들의 수척한 야성은 없고
무슨 러시아 유한 마담? 같은 근엄함과 시큰둥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거다
고양이 앞에서 주눅드는 묘한 기분...
그 앞에서 촌시럽게도 "나비야~~ 나비야~~'하며 얼르고 달랬으니 날 얼마나 고깝게 봤을까나..ㅠ
그렇게 5분 남짓을 걔만 쳐다보고 하는데, 잠시 눈길 돌리는 사이 없어진 거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신비함까지
그새 저만치 또다른 난간 그것도 가장자리...자칫 추락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가장자리 끝에
다시 그 요염한 자세로 졸린지 눈을 지그시 떴다 감았다를 반복하면서...
아마도 내가 귀찮았던 거라...
역시 사람이든 동물이든 눈에 띄는 외모?는 주목 당한다
아슬아슬 난간 위에서 망망대해 바라보듯 하얀 털을 바람에 날리며 노곤하게 잠을 청하다니...
아무래도 인간인 나는 너무 방정맞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