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처음엔 사랑을 요구해요. 다음엔 함께 있기를 바라고, 그 다음엔 돈, 아파트, 결혼을 내 놓으라 협박하지요
호프집으로 들어오자 네 사람은 문호의 오랜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육 년 전 뉴욕으로 유학을 떠난 그녀는 아직도 학업을 계속하고 있었고 문호는 여전히 기다리는 중이었다. 남이 보기에 문호의 연애는 죽도 밥도 아니었다. 전 대리는 여자의 마음은 여름날 창가에 놓아둔 나물반찬이라고 비유했다. 칼로 도마를 내리쳐 파를 썰고 무를 자르는 요리과정이 여자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피가 흐르는 고등어와 공치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런 생선을 토막 내면서 여자는 연민을 버리고 냉정으로 무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처를 통해 경험한 여자의 속성이라면서, 그는 여자는 하염없이 뭔가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라고 결론지었다. 웨이터가 조끼를 놓고 간 뒤 전 대리는 아까부터 줄곧 주장하던 자신의 의견을 마무리했다.
“뭔가 계속 주지 않으면 여자는 이렇게 말해요.”
취기를 종잡을 수 없는 창백한 얼굴로 그가 말했다.
“사랑이 식었군!”
문호는 이마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의 술버릇이었다. 전 대리는 입술을 실룩이며 누군가를 저주하는 표정을 지었다. 민정은 그러한 행동이 전 대리의 술버릇이라고 생각했다. 실룩이던 입술을 바로 한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얼굴을 내밀었다.
“자신의 변덕을 그렇게 남자한테 뒤집어씌운단 말입니다.”
하하하하, 하고 민정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커다란 소리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