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 속 최승희는 너무나 생생하고 아름답다
"월북"이라는 사슬에 묶여 지금까지도 그녀의 가치는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다
몇몇 제자들이 최승희 무용 전수자라는 이름으로 명부에 올라 있지만
거기까지다
보살춤을 추는 흑백 사진 컷에 반해 자서전 찾아 읽고 이것저것 알고 싶었지만
일제 강점기, 전쟁 후 월북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부딪혀 일정 부분 이상은 공개 불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귀한 자료화면이 사라진 건 너무나 안타깝다
외할머니가 가끔 최승희의 춤에 대해 말씀하셨다
뱀 같았다고... 몸이 너무 아름답고 무대에서 보면 그냥 빨려들어가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부모님 몰래 돈 모아 공연만 잡히면 며칠 전부터 잠도 못자고 기다렸다고...
그렇게 알음알음으로 알다 귀동냥으로 듣게 된 최승희의 역사
뉴욕 공연에선 로버트 테일러의 연서를 받기도 했고
일본에서 자리 잡을 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지원이 있었단다
이념이나 사상을 떠나 자신은 춤을 출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 없다 했다는데
시대의 비극 때문에 사장된 예술인을 끄집어내는 것도 역사를 바로잡는 일 아닌가 한다
일제 식민지배, 전쟁 다 겪으신 우리 할머니
최승희 친일, 월북을 비난하는 내게 그러셨다
그 춤을 보면 그런 말 못한다고...
그랬다 , 나도
바래진 사진만으로도 멈출 수밖에 없는 어떤 힘
뭘 봤는지 뚜렷하게는 모르겠지만 그냥 차오르는 감동
그렇게 빤히 쳐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