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응사 마지막회: 대박~

이상해 조회수 : 8,401
작성일 : 2013-12-29 01:45:21

사실 대학다니던 90년대에 "대박"이란 말을 실제로 썼던 기억이 없습니다. 2000년대 넘어와서 자주 썼던 말이었던 것 같은데. 어떤 인기 드라마에 대박이란 캐릭터가 있긴 했지만요.

근데 이 마지막회를 작가가 발로 쓴 거라는 분도 계시네요. 이상해요, 저는. 저도 칠봉이 작별인사 하는 부분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순수하게 끊임없이 바랬던 단 한 가지도 가질 수 없는 칠봉의 인생은 도대체 뭔가 싶어서요. 우리 가족들 슬금슬금 눈치보더니 집단으로 도서관에 간다는 메모 한장 남기고 사라졌네요. 귀여운 것들. 근데 아직 마흔 안 됐는데, 아직 폐경은 멀지 않았나, 근데 어쩜 이렇게 드라마 보는 내내 눈물이 철철 나는지, 정이 안간다고 여러 번 글 올린 쓰님 에피 나와도 울고, 심지어 2002년 월드컵 장면 펑펑 울면서 봤습니다. 한국의 역전골. 그 담날 아침 하숙집 마지막 식사는 물론이고요. 왜 일케 눈물이 나는 거냐고 물으면, 지나가 버린 젊은 날이 그리워서라고 하시겠지요.

전 다른 누구보다도 칠봉 캐릭터와 동일시한 것 같아요. 칠봉네 집에서 길만 하나 건너면 있는 아파트에서 십대를 보냈지요. 학원이나 과외도 별로 없던 시절에 연대갔으니 결국 모범생이었단 뜻이네요. 제 스스로 가졌던 자신의 이미지는 그게 아니었지만. 대학 들어가서 지방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고, 사투리의 매력에, 남자들의 거친 농담에 푹 빠졌습니다. 첫사랑은, 쓰씨 동향의 본과생과 만나 십 년 뜨겁게 연애했습니다. 청첩장도 파서 돌렸고요. 그러다가 제가 외국가는 바람에 흐지부지 됐지만... 그런데요, 다 지나간 일인데, 다 잘 지나간 지금, 전 아직도 칠봉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칠봉의 상처, 칠봉의 쓸쓸함. 담담함. 포기, 체념. 다른 분도 그런가요?

IP : 74.75.xxx.5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유후
    '13.12.29 1:55 AM (121.175.xxx.147)

    전 솔직히 쓰레기 인줄 벌써 알고있었는데
    tvn에 제작진이 전부 아타치 미쯔루(터치, h2 그외 만화 작가임) 팬이라는거 방송하고
    바로 알았습니다. 음답하라 라는 제목자체도 오마쥬레요!!
    그 작가의 작품속 여캐릭은 일편단심이거든요 ^^

  • 2. ,,,
    '13.12.29 3:14 AM (116.126.xxx.142)

    월드컵 장면 계속 보여주길래 짜증나서 맏이 봤어요.
    언제가는 티비앞에서 춤추는 장면 보이더니 내가 도대체 왜 저걸 보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
    맏이가 더 잼있어요

  • 3. 정말
    '13.12.29 4:15 AM (74.75.xxx.54)

    그런 분도 계셨군요.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90년대에 몇 살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모놀로그를 듣고 눈물 흘리지 않는 문도 계시네요. 정말 저 폐경긴가봐요...

  • 4. 칠봉이가 안쓰러울뿐
    '13.12.29 5:48 AM (125.132.xxx.17)

    평생성장못하는 나정이가 밉고
    칠봉이는 안쓰럽고
    쓰레기는 매력없고

  • 5. 저도
    '13.12.29 9:30 AM (223.62.xxx.112)

    칠봉이 골수팬이지만
    마지막회는 좋았어요
    나정이 바보같지만 어쩔수없죠

  • 6. yj66
    '13.12.29 9:56 AM (154.20.xxx.253)

    칠봉이 하나의 희생위에 이루어진 해피엔딩이죠.
    개연성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네요.

  • 7.
    '13.12.29 10:43 AM (116.41.xxx.135)

    그때 그 시절을 살아온 저로서는 마지막회.. 울컥했어요.
    그리고 저도 그때쯤 객관적으로 참 괜찮은 남자가 절 짝사랑한 적이 있었어요. 주변에서도 니 머리가 돌지 않고서야... 했던...
    근데 머리로는 되는데 노력을 해도 마음이 안움직이더라구요. 나한테 잘해줄수록 좋다기보단 미안한 맘만 커져서 결국 헤어졌죠. 어려서 그랬나봐요. 지금 같았으면 어익후~ 땡큐~ 했을텐데요.. 허허..
    나정이 캐릭터가 약간 이해되기도 해요.

  • 8. 그러게요
    '13.12.29 11:29 AM (74.75.xxx.54)

    윗님, 남자는 첫사랑 여자는 두 번째 사랑이라고 한다던데, 누구나 다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전 그 말이 요즘 와닿아요. 첫 사랑이랑 식장에 안 들어가서 정말 다행이다 싶고, 그 다음에 좋은 인연들을 만날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예요. 저랑 응사 같이 안보는 우리 남편은 제가 첫사랑 추억으로 우는 줄 알텐데, 주말에 고기라도 꿔줘야 겠네요...

  • 9. 토옹
    '13.12.29 9:23 PM (1.227.xxx.88)

    나름 대입할 수 있는 추억을 가지고 90년대를 살아온 사람입니다. 뒤늦게 재방 찾아보고 퉁퉁 부은채 씁니다.^^ 그간은 나정이에게 빙의해서 나레기 커플을 응원하다 칠봉의 심정이 되어 마지막 회를 보네요. ‘사랑이라는 이유로’ 괜히 주눅들어 보낸 내 가여운 20대. 늘 아쉽고 그리웠는데 그 첫사랑과 이어지지 않은 것이 축복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당당한 지금의 사랑이, 내 삶이, 더 자유롭고 좋기 때문입니다. 그 추억에게 응답합니다. 잘가라.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35639 토론토 2 급질 2013/12/29 945
335638 이번 감기.. 3 에버린 2013/12/29 1,068
335637 캐나다 오타와에 살고계시는 분 계신가요? 9 2013/12/29 2,017
335636 [이명박특검]이영화.."청야" 8 이명박특검 2013/12/29 991
335635 국민연금"국가가지급보장없다"국회통과 9 ... 2013/12/29 1,846
335634 희망편지 눈의꽃 2013/12/29 656
335633 이 결혼 축복할 수 없다. 10 고도미모 2013/12/29 3,658
335632 애 둘이면 월100만원 8 햇살가득 2013/12/29 3,262
335631 밑에 영화 변호인 조선일보 관련글...클릭하지 마시고 줌인줌아웃.. 5 급하게 2013/12/29 932
335630 지앙 나폴레옹 vs 부가티 알라딘 4 커트러리 2013/12/29 2,555
335629 네티즌 수사대 자로님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2 light7.. 2013/12/29 1,076
335628 뭐든 의욕없는 아이 그래도 끝까지 믿어줘야할까요? 6 자식 2013/12/29 2,249
335627 창조경제 = 민영화 ???!!! 2 소련경제 2013/12/29 534
335626 돼지파 어디서 살수있나요? 2 ... 2013/12/29 1,866
335625 김치냉장고 3룸or 4룸 ???? ... 2013/12/29 1,226
335624 영어권 사람들은 블로그 하나요? 6 --- 2013/12/29 1,565
335623 게임중독은 어떻게 고치나요? 8 ㅠ ㅠ 2013/12/29 2,654
335622 패딩베스트 유용한가요? 3 수00 2013/12/29 1,348
335621 생색쩌는 남편 1 생색 2013/12/29 1,355
335620 자탄풍이 뭐예요? 1 맹금순 2013/12/29 1,533
335619 NY TIMES에 아사다 기사에 연아언급 3 ..... 2013/12/29 2,068
335618 직장에서 귀찮게구는인간 1 직장인 2013/12/29 976
335617 응사_야구장에서 나정이 대사... 18 ... 2013/12/29 4,531
335616 82님들이 즐겨마시는 몸에 좋은 차(茶) 추천해주세요 21 2013/12/29 3,330
335615 유학 떠나기전 영어공부어떻게 .. 13 이젠끝 2013/12/29 4,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