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호석씨의 페이스북에서 퍼왔습니다.
그래서 대학 다니는 딸아이와 다시 보러 갔습니다. 정말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감독의 세심한 고민이 더욱 절실히 다가왔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몰입이 되더군요. 눈물도 많이 흘렸구요....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겠지만 제가 부림사건 당시 달었던 수번 21번을 진우가 달고 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고, 우리를 변론하느라 인간 노무현은 얼마나 힘겨웠을까 하는 실감이 가슴을 쳤습니다. 우리는 사실 그 당시엔 소위 ‘운동의 대의’에 눈멀어 그분의 힘겨움에 별로 눈길을 보내지 못했거든요. 새삼 얼마나 미안하고 고맙던지........ Closing도 가슴 뭉클하게 참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다시 보면서도 여전히 ‘아! 조금만...’ 하며 이쉬움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주인공에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그 사건의 피해자였던 인물들을 비롯한 ‘운동주체’ 또는 노동자들이 거의 소도구 정도로 취급되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이 영화가 송우석 변호사의 각성과 변화, 그리고 그의 인간적 고뇌와 결단 뿐만 아니라 이땅의 민주주의의 희망도 함께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면, 81년에 그렇게 짓밟혔던 그들이 87년 시위현장에서 넥타이부대의 일원으로 또는 시위대 속의 노동자로 힘있게 참여하는 한 두 컷 정도는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꼭 사실이 그러했기 때문이 아니라, 저희들의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양우석 감독께, 송강호 씨께, 그리고 정말 힘들게 이 영화를 만드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지럽기 짝이 없는 이 시절에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전해 주신 그들에게 쏘주 한잔 사고 싶습니다! 그리고 봉하의 작은 무덤 앞에도 술 한잔 올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