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동네에 좀 큰 사우나,찜질방이 있는데 친정엄마가 거기 오시는 걸 좋아하세요.
그런데 어제 오셔서 같이 동지팥죽 먹고 기분 좋게 사우나에 갔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엄마는 평소대로 사우나 갔다가 냉탕 들어가는 걸 두번 반복 하시고
안마탕에 좀 계시다가 "어째 오늘은 팥죽을 많이 먹고 와서 그런지 힘들다.." 하시면서
나가셨는데 기절을 하신 거에요.
주변에 계신 분들이 오셔서 이것저것 도와주시고 엄마도 금새 정신이 돌아오시긴 했지만
그 순간 정말 너무 멍하고...잠깐 쓰러진 사람이 정말 내 엄마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어려운 형편에 아둥바둥 사시다 보니 짠순이처럼 사셔서
지금도 그렇게 사는게 안타까우면서도 짜증도 나고 그랬는데...
어제는 고장 난 김치냉장고 사라고 현금을 주시길래 평소같지 않고 왜 이러나 싶고
잠깐 쓰러진 모습을 보면서도 그 짧은 시간에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평소에 안 하시던 행동을 하시더니 여기서 쓰러지시려고 하나...무슨 일 나려고 하나...
싶은게 사람이 너무 당황하니까 눈물도 안 나더라구요.
그래서 어찌저찌 정신 돌아 오시고 괜찮다고 이제 편하다고 하셔서
집에 돌아 와서 응급실 가보자고 해도 안 가시고 청심환 하나 드시고 그냥 저희 집에서
주무시게 하고 오늘 병원에 모시고 갔다 왔어요.
뇌졸증 검사에 다행히 아무 이상 없고 평소에 고혈압 약을 드시는데
오늘 병원에서 잰 혈압은 저혈압으로 나온다고 혈압약을 조절하라고 하더라구요.
암튼....평소에 엄마한테 불만도 많고 정도 많이 떼었다고 생각 했는데
어제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엄마란 존재가 다시 보이고 감사하고 너무 소중하더라구요.
엄마 앞에서는 눈물도 안 나왔는데 가시고 나니까 그동안 냉랭하게 못 해 드린것만
생각나고...너무 죄송스럽더라구요.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시고 혼자 있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 공부고 재산 불리는 거고 뭐고 다 필요 없고
그저 다 건강하고 또 건강만 하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직 칠순도 안 된 엄마를 보낸다 생각하니 정말 마음 속이 뜨거워지면서
앞으로 엄마를 볼 날이 길어야 20년인데...정말 잘 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어머니께도 안부 전화 드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