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지금, 우리는 철도·의료 민영화를 막지 못한다

기사펌 조회수 : 1,380
작성일 : 2013-12-19 13:16:52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1219100811

2008년 촛불 집회 때, 책 한 권이 주목을 받았다. 클레이 셔키의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송연석 옮김, 갤리온 펴냄). 셔키는 사이버 세상의 변화가 '리얼 월드'의 변화를 이끌어 내리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이 책은 그의 이런 관점을 여러 예를 통해서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런데 정작 나는 촛불 집회가 한창일 때, 이 책을 읽으며 엉뚱한 곳을 메모해 뒀었다. 유럽에서 가장 민주화가 덜 된 국가 중의 하나인 벨로루시에서 2006년에 있었던 일이다. 독재자 알렉산더 루카센코의 3선이 조작 선거로 확정되자,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물론 독재자는 수백 명의 시민을 체포하고, 제1야당의 후보를 감금했다.

얼마 후, 한 사람이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플래시 몹(flash mob)'을 제안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경찰은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민을 연행했다. 몇 개월 지난 후, 이번에는 광장에서 '서로 미소를 보이며 걷자'는 제안이 올라왔다. 역시 경찰은 웃으며 시민을 연행했다.

이런 참담한 현실을 거론하면서도 셔키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경찰이 플래시 몹을 사전에 막을 수 없었던 것, 플래시 몹 사진과 같은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계속 유포될 수 있는 것 등이 바로 이런 낙관의 근거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갑자기 벨로루시의 얘기를 꺼내는 것은 2013년의 대한민국을 돌아보기 위해서다.

며칠 전부터 대학가에서 시작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10대, 20대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으며 사이버 공간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게시판에서 진행 중인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에는 2013년 12월 19일 현재 8만1679명이 동참했다. 애초 1만 명의 목표치는 일찌감치 달성됐다.

이런 '들끓는' 사이버 여론은 분명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한가?

혹시 우리는 유명인이 140자로 지껄여놓은 말들을 자신의 한정된 네트워크에 퍼뜨리고,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서명 운동에 '클릭'하는 것을 마치 대단한 실천이라도 한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인이 옮겨 놓은 대자보를 보면서 '좋아요', '싫어요' 누르는 일을 사회운동에 동참한 것이라고 자기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담하건대, 백날 사이버 공간에서만 들끓어봤자 의료 민영화는 막을 수 없다. 2008년 촛불 집회 때,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 것은 들끓는 사이버 여론이 아니라 광장으로 나선 연인원 100만 명의 촛불이었다. 그나마 그 촛불도 여름을 넘기지 못한 탓에 결과적으로 패했다.

철도 민영화를 막고자 파업을 진행 중인 철도 노동자를 돕는 일은 포털 사이트의 서명 클릭 한 번이 아니라, 리얼 공간에서의 광범위한 연대 활동을 조직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리얼 공간의 연대 활동이 하도 뜸하다 보니, 이제는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시민단체도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지금 철도 노동자의 파업은 패하기 일보직전이다.

자, 세상의 진실은 이렇다.

사이버 공간에서 독재자의 목을 수차례 친들 여전히 벨로루시의 대통령은 독재자 루카센코다. 사이버 공간에서 대통령을 아무리 심하게 조롱한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여전히 박근혜다. 사이버 공간에서 10만 명, 100만 명이 '끌리고 쏠리고 들끓어'도 그들은 컴퓨터만 끄면 그만이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의 한국어 판 부제는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이다. 새로운 사회는 오지 않았다. 대중도 과거와 다르지 않다. 액정 화면에서 백날 손가락을 놀려봤자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피와 살이 튀는 현실의 전쟁터를 외면한다면, 세상은 백날 그들이 지배하는 그 모양 그 꼴일 것이다.


/강양구 기자
IP : 122.34.xxx.4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2222222222222
    '13.12.19 1:21 PM (211.186.xxx.178)

    혹시 우리는 유명인이 140자로 지껄여놓은 말들을 자신의 한정된 네트워크에 퍼뜨리고,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서명 운동에 '클릭'하는 것을 마치 대단한 실천이라도 한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인이 옮겨 놓은 대자보를 보면서 '좋아요', '싫어요' 누르는 일을 사회운동에 동참한 것이라고 자기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2222222222222222222

  • 2. 눈팅코팅
    '13.12.19 1:28 PM (175.116.xxx.241)

    온에서 조직하고 오프에서 행동하자.

  • 3. 마이쭌
    '13.12.19 1:42 PM (223.62.xxx.4)

    맞아요 맞습니다!!!!!!!!!
    이제는 행동할때 입니다 더이상 못 살겠어요....
    오늘을 기점으로 다들 행동하셔야 해요 제발!!!!!!!!!
    무조건 서울광장 갑니다!!!!!!
    지금 아니면 미래는 없을꺼같아요.......

  • 4. 설마...라고
    '13.12.19 1:56 PM (124.50.xxx.131)

    말하는 장년층들이 피부로 깨들을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 한가요??
    일단 집안에 박그네빠인 구성원들한테 설명을 해야해요.
    경제위기 피해자들은 일부분일수 있으나 민영화는 온국민이 다 당하는 겁니다.
    재벌들만 살판나는거고.. 조 중동 기자들도 일개 월급쟁이일뿐인데 왜 눈치를 보는건지..
    정치쌈도 안고 생존 싸움이에요. 무식한 박그내가 가신들한테 휩싸여 사고치는겁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4대강 보다 몇만배 더 위험한 놀이를 벌이고 있는겁니다.

  • 5. 그렇죠
    '13.12.19 3:47 PM (118.44.xxx.4)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는 게 우리같은 보통 사람의 일차 과제이겠군요.
    각자의 힘을 믿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다수가 되면 그 양만큼 힘이 된다는 사실.

  • 6. 카페라테
    '13.12.19 5:59 PM (101.119.xxx.13)

    참 피곤하게 삽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때 잘 찍으면 그걸로 끝일텐데.

    이정희가 박근혜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사가지 없다고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되라고 찍은 사람도 많았다는데.

    TV토론 보면서 생각 못했나?
    새누리 당 집권 하면 어떤 사태가 올지,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 수준 다 보이더만

  • 7. 카페라테
    '13.12.19 6:33 PM (101.119.xxx.13)

    선거는 소리 없는 개혁 입니다.
    선거 심사숙고 해서 골라야 합니다.
    국회의원 새누리 과반 입니다.
    이 유권자가 한국을 움직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47176 졸업식하고 어디가시나요? 8 호우 2014/02/04 1,546
347175 4번5번 척추..신경성형술을 권하네요. 14 척추전문병원.. 2014/02/04 5,762
347174 중학교가는 아이 한자 속성으로 어떤 책 해주면 될까요? 국어가 짧아.. 2014/02/04 653
347173 양가 생활비 안드려도 되는집, 월세후450만원이면 못 산다는 얘.. 33 생활수준 2014/02/04 10,182
347172 나이를 먹으니 내 의지라는 게 없어 보여요ㅠㅠㅠㅠㅠㅠㅠㅠ 봄바람이 불.. 2014/02/04 973
347171 길가 솜사탕 비싸네요 3 한율엄마 2014/02/04 1,394
347170 [완료]오늘 굿모닝맨하탄 시사회 같이 보실분~ 4 불굴 2014/02/04 1,046
347169 34살인데 42살 선이 들어왔어요.. 83 e 2014/02/04 25,027
347168 파닉스 책사서 엄마가 시킬수 있나요? 4 파닉스 2014/02/04 1,950
347167 분수, 소수, 약수, 배수 2 초등수학 2014/02/04 1,170
347166 고개를 한쪽으로만 자는 아가 고칠 방법 없나요? 2 깍꿍 2014/02/04 1,071
347165 교복 공동구매vs그냥 8 예비중맘 2014/02/04 1,663
347164 제 남편 빨리 죽을꺼 같아요 48 ㅇㅇㅇ 2014/02/04 21,657
347163 동남아여행지추천좀요... 3 설렘 2014/02/04 1,213
347162 왜 법이 내 재산을 내마음대로 못 쓰게 막는건가요 10 내 재산 2014/02/04 2,495
347161 조카가 가는 대학을 보고 시어머님이... 55 은근 열받네.. 2014/02/04 19,080
347160 책 많이 읽으시나요? 5 2014/02/04 1,153
347159 아기치즈? 나트륨 적은 치즈? 미래 2014/02/04 1,418
347158 아기들이 돈주세요~ 하고 손 내미는 거요.. 29 달콤한라떼 2014/02/04 3,559
347157 내아들이었다가 아니었다가 4 자식 2014/02/04 1,211
347156 자동차문좀 손으로 잡고 열거나 조심히 열었으면 좋겠어요 7 문콕 2014/02/04 1,813
347155 속에 화가많은성격..어떻게 고칠수있을까요 4 스트롱 2014/02/04 4,485
347154 수건 얼마만에 삶으세요? 38 삶자! 2014/02/04 5,455
347153 이영애글의 성형외과실장님!!!! ... 2014/02/04 2,396
347152 마트에서 파는 견과류 이름을 알고 싶어요 5 알려주세요~.. 2014/02/04 1,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