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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수 여성학과 기생충학의 만남

서민교수 조회수 : 2,215
작성일 : 2013-12-18 22:00:22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 artid=201312122104185&code=210100

“여성들이여, ‘훈남’ 찾지말고 가사분담해줄 남편을 찾으세요”
경향신문 알파레이디 ‘문화톡톡’ 2013년 마지막 강의는 걸출한 칼럼니스트이자 반어법의 대가인 서민 단국대 교수가 여성학 강 사로 나섰다. ‘기생충 박사’로 각종 매체에서 종횡무진 활동을 하 고 있는 서 교수의 강연 제목은 ‘도박왕 송중기와 저축왕 옥동자’. 다소 뜬금없는 제목의 이날 강연은 청중 40여명의 웃음소리가 그 칠 새 없이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난 10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 5층에서 진행된 강연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서민입니다. 예전에는 강의할 때 30분 정도 제 소개 를 했습니다. ‘듣보잡’이라서요. 지금은 간단히 하니까 좋습니다. 네이버 인물 검색에서 ‘서민’ 이름을 부문별로 경쟁을 하는데, 12 월엔 제가 게임회사 넥센의 서민씨를 누르고 메인을 차지했어요.

저는 어려서부터 못생겼어요. 나이 마흔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지 라고 하는데 저는 책임질 마음이 없습니다. 어머니 책임이죠. (청 중 웃음) 제가 좋아하는 TV쇼 ‘코미디 빅리그’에 ‘사망토론’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토론 주제가 주로 이런 식입니다. ‘도박왕 김태 희’와 ‘저축왕 오나미’ 중 누가 낫냐 등등이죠. 웃으면서도 마음속 이 편치 않았습니다. 못생긴 여성을 끊임없이 조롱하거든요.

여자의 외모를 마음대로 비하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서 왔을까요.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4년 전에 한 여대생이 TV프로그램에 출연 해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했죠. 많은 남자들이 ‘열 폭’을 했고 심지어 소송까지 냈어요. 이 여성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취업해도 누리꾼이 투서를 해서 바로 회사에서 잘린다고 해요. 사 실 ‘싸가지’ 없다는 것이 반발의 큰 이유였겠죠. 미모 평가의 주체 는 항상 남자여야 했는데 감히 ‘여자가 남자의 미모를 평가한 것’이 열폭 이유였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 가해자 중에서 실형 받은 사람도 있지만 다들 좋은 대학 다니고 있 고, 음주운전이나 대마초 흡연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도 다 잘 사는데 ‘키 작으면 루저’라는 발언이 이 같은 전과보다 나쁜가 요.

우리 사회에서 여자는 어떻게든지 외모지상주의와 연관지어집니 다. 정치인 나경원씨도 예뻐서 찍었단 사람을 봤어요. 신지애 선 수는 훌륭한 여자 골프선수지만 댓글에서는 외모로 놀림받아요. “우승하지 마라, 한국 망신시키지 마라.” 박인비 선수도 살이 쪘다 는 이유로 욕을 먹고 있어요.

말하자면, 타인의 외모를 비하할 권리가 남자에게만 있는 것이죠. 특히 한국은 가부장적인 나라예요. 그래서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 기 위해서는 여성이 좀 더 나서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그의 이야기인 히스토리(History)도 아니고 그녀의 이야기인 허스토리 (Herstory)도 아니고, 함께 만드는 아워스토리(Ourstory)가 됐으 면 좋겠어요.


하지만 여성이 집에만 있으면 아워스토리가 되지 않습니다. 여자 는 일을 가져야 해요.

베티 프리단은 저서 에서 어느 날 여성이 갑자기 느 끼는 우울증을 여성의 신비로 설명했습니다. 남편이 가부장적이 지 않고 뒷바라지 잘해주는 여성들도 우울증이 온다고 해요. ‘여자 의 역할을 단지 애 키우고 남편 내조하는 것으로 묶어놓은 이 사회 가 우울증의 근본 원인’이라고 하죠. 애 키우는 일이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실제로 가치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도 문제죠. 여자가 직업 없이 집에만 있으면 ‘논다’고 하잖아요. 박카스 광고 보시면, 남편 출근할 때 자다가 남편 나가면 열심히 일하고 남편이 들어오 면 또 지쳐 잠들어 있는데 남편은 “아줌마, 또 자”라고 하잖아요. 집안일은 휴일도 없어요. 요즘 시대에 인정은 돈으로 환산되는 것 인데, 2005년쯤 한 노동연구소 자료 보니까 여성의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했더니 한달에 100만원밖에 취급 안 하더라고요.

반면에 직장일은 사회적 인정을 해줍니다. 월급과 승진이 있죠. 그래서 시몬 보부아르는 에 “일을 하라”고 써놨어요. 부부들 중에서 애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죠. ‘그냥 왜 사는데?’ 물으면 답은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혼하면 삶의 질이 떨어 지니까.

여자도 일자리를 가져야 해요. 여자가 일을 안 할 때의 위험은 남 편이 바람을 피울 가능성, 남편의 실직 가능성, 남편이 먼저 사망 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이죠. 게다가 애정이 없는데 계속 남편에 매 달리며 살면 남자들이 점점 무시해요.

여자들이 일을 그만두는 큰 이유는 아이들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 기를 합리화하죠. 애가 있으면 엄마가 집에 있는 건 좋다고들 하고 요. 하지만 그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집에 있으면 지나친 교육열로 넘어가서 아이들을 닦달하게 돼요. 이것을 사랑이라고 보는 엄마도 있는데, “게임하지 말라”고 닦달하고, 학원 밤 11시까 지 보내고. 그러면 엄마와 아이 간에 애정이 없을 것 같아요. 나중 에 기억에 남는 게 뭐가 있겠어요. 교육 많이 받은 엄마들이 자식 교육에 헌신하는 건 대리만족이에요. 자식 키우느라 애를 쓰고 허 망한 것보다는 뭔가 이루고 추억을 되살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일자리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과연 집안일은 누가 하느냐’는 큰 문 제예요. 그런데 가부장적인 사회는 지금 현재 일하는 여성들에게 매체를 통해서 경고하죠. ‘대검 첫 여성 과장’ 타이틀 기사 보시면 “집으로 돌아가면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주부”라는 수식어 가 붙어요. 남자들은 맞벌이를 하든 말든 집안일을 거의 안 해요. 외벌이와 맞벌이 가구의 남자들 가사노동 시간에 별 차이가 없어 요. 이런 걸 깨닫고 출산을 거부하는 비혼 여성이 늘고 있어요. 그 리고 이혼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요.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를 3번 만나고 결혼했어요. 선 보고, 두 번째 만나 날 잡고, 세 번째 만나 결혼했어요. 그때는 좋은 남자 만나는 게 운이지만 지금은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가사분 담 해줄 남편을 선택하세요. 눈 크기, 학력, 키보다 중요한 건 집안 일을 같이할 남성이에요.

골드미스들은 눈높이를 낮춰야 합니다. 자신보다 어리고, 사회적 지위도 낮고 착한 남자가 돈을 많이 버는 나이 든 남자보다 좋은 남편일 수 있어요. 하지만 ‘훈남’ 찾지 마세요. 훈남은 모든 비극의 시작이에요.(웃음)

여성들의 또 다른 해결책은 남자는 생겨도 그만, 안 생겨도 그만이 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주위의 시선을 버틸 수 있는 강단을 기르는 게 남자를 찾는 것보다 시급한 일이에요. 어리숙한 남자가 있다면 ‘야, 이리와’ 해서 결혼할 수도 있는 거고요. 여자에게 남자가 꼭 필요하다는 말은 신화예요. 여성 혼자서도 멋있게 살 수 있어요. 아내가 필요한 건 남자죠. 남자는 혼자 살면 깔끔하게 못 살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아요. 결혼적령기란 좋은 남자를 만났을 때, 그때 인 거죠. 그리고 눈 작은 남자 4명 중 1명은 좋은 남자라는 확률을 기억하세요.(웃음)
IP : 175.212.xxx.39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2.18 10:15 PM (211.176.xxx.112)

    가사분담할 사람=성평등 의식 장착한 사람


    요즘은 여자나 남자나 직업을 갖죠. 즉, 자기 밥벌이는 자기가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성평등 의식이 장착된 자 중에서 직업, 외모, 성격, 재산 등을 봐야 해요. 인간관계라는 게 인간 간의 관계인데, 한쪽이 다른 쪽을 낮춰 본다면 인간관계의 전제 자체가 부정되고 있는 거죠. 이런 사람과는 인간관계를 해소하기도 쉽지 않아요. 여자가 인간관계해소를 원하는 걸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단이 나죠.

  • 2. 이 양반
    '13.12.18 10:16 PM (1.231.xxx.40)

    볼매ㅎㅎ

  • 3. 눈팅코팅
    '13.12.18 10:50 PM (175.116.xxx.241)

    개인과 가정 내에서의 진실된 민주의식

    이것이 올바른 사회의 기본이죠. 공감합니다.

  • 4. 우와
    '13.12.18 10:53 PM (110.15.xxx.54)

    구구절절 공감되네요.

  • 5. 서민교수좋음~
    '13.12.18 11:08 PM (175.118.xxx.156)

    경향칼럼보다가 알게된 분이었는데, 요즈음은 tv에도 자주 나오시더군요.
    억울한듯 쑥스러운 표정으로 재밌게 이야기도 잘하시고, 기생충들에 빗대서 정치,사회적 문제를 반어적으로 재밌게 잘 쓰시고...위에 글도 좋네요...

  • 6. 기억나세요
    '13.12.19 12:51 AM (110.8.xxx.199)

    이분 예전에 사랑의 스튜디오 나왔어요.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 전공..그때 사회자 였던 임성훈씨가 앞에 마음에 드는 아가씨가 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우글우글합니다" 라고 대답해서 많이 웃었는데..워낙 얼굴이 개성있게 생기셔서 오래전 임에도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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