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거주하는 영국은 사회복지에 의한 공공의료 시스템이니 의료 민영화를 찬성하는 이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최소한의 공공의료 안전망이란 것의 허상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첫째, 아무리 아프거나 응급한 상황이라도 당일날 의사를 만나거나 전문의와 대면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습니다.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데리고 영국 종합 병원 응급실에 가서 아무리 소아과 전문의를 만나게 해 달라 해도
기본 네시간 기다려야 접수가 되고 접수 되면 담당의사는 공무원과 같이 칼퇴근 해 버린 후라
다음날 혹은 그 다음날 다시 와야 합니다. 할 수 없이 아이에게 진통지제를 부모가 사서 먹이며 기다릴 수 밖에 없죠.
둘째. 영국 대학병원급의 주말 중환자실 사망률이 평일 사망률의 150프로 이상입니다. 주말엔 레지던트 한명 병원을
지키고 있지 않는거죠. 아무리 위독한 환자라도 간호사의 메뉴얼을 따라 주말을 보내게 되고 제 경우 응급상황에
입원해서 거의 패혈증 직전까지 갔음에도 토요일이라 의사를 볼 수 없고 진통제마저 듣지 않게 되니 말기암환자에게 투여한다는 몰핀을 주사해서 거의 환각상태로 주말을 병원에서 보내야했고 월요일이 되자 전문의를 볼수 있는 요일과 병원을 지정해주고 다시 수요일이 되어서야, 그 병원으로 가기를 권하는 겁니다. 응급상태에서 96시간 뒤에야 담당 전문의를
보게 된거죠.
세째. 영국의 암환자들은 거의 말기암환자 인채로 병원엘 오게 됩니다. 말기 이전까지는 검진기관을 찾으려면
비싼 민영 의료보험을 이용해야 하는데 보험료만 일년에 천만원이 넘고, 그 보험료를 지불하고도 다시 값비싼
검진 비용 -천만원 상회하는 비용을 이중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암인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정말 말기의 고통이나 현저한 증상이 드러나 병원을 찾게 됩니다.병원은 말기암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고 그냥 장의기관이 되고 마는거죠.
네째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전문의급 의사를 볼 수 있는 기회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고 이는 고스란히 전문의의 임상 부족으로 인한 진단능력저하로 치료해서 고칠 수 있는 환자를 보기도 힘들고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볼 기회는 덩달아 줄어들게 되니 의료의 질 자체가 현저히 저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 민영화를 하더라도 사회복지에 의한 공공의료를 보장하겠다는 말이 얼마나 허황되고 실제적으로
의료의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그릇된 발상임에도 이를 국민 대다수의 동의없이
시행하겠다는 것이 졸속행정의 결과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