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이 참 추워서 진돗개를 요키랑 방에서 키웠어요.
지금은 떠난 우리 요키 몽몽이는 애교가 많았고 순둥이는 그 애교를 배워 엄청난 애교쟁이 진돗개가 되었죠.
아가도 참 많이 나아줬어요.
우리 식구가 순둥이를 너무나 사랑해서 좀 생김이 떨어지고 말 안듣고 사람 따르지 않는 '아가'를 순둥이 새끼란 이유로 키우고 있거든요.
그 아가를 끝으로 순둥이는 새끼를 더 이상 낳지 않았고 그게 5년 전 일입니다.
지금은 순둥이, 아가, 순둥이 소녀인 뽀리까지 셋이 북닥거리고 살아요.
근데 올 초부터 아가가 서열의 우위를 점하더니 순둥이는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밥도 조금뿐이 못먹더라고요.
아무리 우리가 챙겨줘도 그때뿐이고...
그럴수 밖에 없는것이 아가를 낳을때에도 이미 순둥이는 나이가 많았으니까요.
부모님이 작년 겨울 남양주 전원주택으로 이사가시면서 자주 보지는 못하게 되었는데
오늘 통화하며 순둥이를 물으니 다리를 떨면서 걷는데요.
아빠께서 다른 아이들 몰래 육포를 챙겨주신다는데 아가가 알면 순둥이를 괴롭히나봐요.
겨울은 무사히 지내고 갔으면 좋겠는데...
사골리라도 만들어서 이번주에 갈까했더니 눈이 너무나 많이 와서 오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따뜻한 봄까지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기력보충에 좋은게 뭐가 있을까요?
예전에 골목서 놀라 순둥이를 잃어보린 적이 있었는데 정말 한달을 찾아다녀서 어느집에서 키우고 있는걸 데려온적도 있었죠.
개도울고 사람도 울고...
생김은 얼마나 이쁘고 머리는 얼마나 비상한지...
그 딸이 그걸 받지 못해서 아쉽지만...
우리 순둥이 봄까지만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여름 장마도 버티기 힘든걸 겨우 이겨냈는데...
혼을 내도 맴매를 해도 '순둥아'한마디면 어디서든 달려왔는데....
봄까지만...그래도 날 풀릴때까지만...응? 순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