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민 끝에 글 올리는데, 길어질 것 같네요.
결혼 10년차예요.
겉보기에는 부족할거 없이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구요.
문제는 남편의 폭언 이예요.
자신이 원하는 결론이나 상황이 안만들어 지면, 또 자신의 기분이 언짢아지는 말을 들을 경우..
점점 말이 거칠어 집니다.
결혼 초, 첫 제사 다녀와서는 갑자기 변한 그 환경들(결혼전 우리집의 제사때는 엄마랑 작은엄마가 다 해주시던걸 내 손으로 직접 하면서 느낄 그 이상한 감정들 있잖아요..)에 어리고 철없는 마음까지 더해졌는지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런데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는 거예요. 이러이러한 이유와 감정때문에 그런거다 라고 말 했는데도 말이죠.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는건 '니까짓게 어디 감히 데리고 살아 주니깐' '나가버려!' 하며 물건을 현관쪽으로 확 집어 던지더라구요. 그런 상황을 몇시간동안 꼼짝없이 당하고서야 조용해졌어요.
그날밤, 이 사람 알고 처음으로 남 같은 모습을 봤어요.
결국엔 며칠 후 제 잘못으로 사과하고 나서야 끝이 났었죠.
그 후로도 1년에 두세번 정도는 어김없이, 왜 갑자기 이렇게 화를 내야 하는지 쉽게 납득되지 않는 상황으로 폭발 했구요.
한 2~3년 전부터는 1년에 한두번 꼴로 줄어든거 같네요..
그럴때마다 심한 욕과 함께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끼는건 물론 자존감의 바닥까지 보게 만들 말들을 막 쏟아 냅니다.
전 조용한걸 좋아하고 누구와 다툼, 싸움같은걸 해본적이 없는지라 그런경우 아무런 대꾸를 못하거든요..
그러다 몇 번,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러워 몇마디 할려치면 그 폭언의 강도는 더 세어 집니다.
ㅆㅂ 이란 욕도 나오구요.
가장 미치게 하는건 '니까짓것' '이까짓것''니가 어디 감히' 하는 그런 말들 입니다.
거기에.. 심한말들 쏟아 부을때 당황해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날 보며 더 쾌감을 느끼는듯, 더 당당하고 거만하게 행동할때면.. 그 수치심 같은 기분들때문에 죽고 싶기도 했어요.
마치 날 어디서 주워다 데리고 살아주는양 말이죠..
그렇다고 무슨 신분상승한 결혼이냐. 것도 아니예요.
친정 부모님 지방에 계시지만 대학교와 초등학교에서 평생을 교육자로 사신 분이구요, 어릴때도 부족한거 없이 자랐습니다.
시댁은 아버님이 자수성가로 대기업 ceo로 퇴직하신 분이구요.
시댁, 떵떵거리게 사시는건 아니고 그냥 여유 있으십니다.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겠으나..
시댁.. 그렇게 화목한 가정은 아니예요.
아들 둘 인데, 모였을때 안 싸운적이 없어요. 며느리나 손주가 있던 말던 시어머니랑 아들, 양쪽다 심한말 오가며 격하게 싸우십니다.
어머님께도 ㅆㅂ이란 욕을 하는 사람입니다. 마치 폭발하는 감정 표출의 추임새 처럼요.
아버님과 어머님 사이 안좋고, 어머님과 장남 사이 안좋고, 어머님과 동서사이 최악이구요.
보면서 돈이 최고가 아니라는거 뼈저리게 느낍니다.
돈이면 다되는 집안 같아요. 남보기에만 그럴싸하게 포장해논집..
이야기가 다른쪽으로 갔네요.. 어쨌든 그런 상황에선 대부분 제 잘못으로 사과가 되고 끝나야 해요.
그렇게 훈련되다 보니 정말 얼마 안가 잊게 되고, 잊을려고 애도 썼고 앞만 보고 살았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남편이 분노조절 장애자는 아닌지 내가 당하는 폭언들이 심각한 상황은 아닌지 의심이 되기 시작하더라구요.
얼마전 터졌을땐 당신의 그런 말들땜에 우울증 올 것 같다고, 맘같아선 병원가서 상담하고 치료받아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왈.. '그러던가 말던가' '가던지 말던지' 그러더라구요..
지금 해외에서 거주중이라 진심 병원 가보고 싶으나 상황이 안되거든요..
그런 생각도 들어요. 결혼 전, 어머님과 남편이 싸우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남편의 다른면에 어떤 모습이 있는지 한번이라도 알았다면 이 결혼이 있을 수 있었을까 하구요.
남편은 자기가 굉장히 옳고 바른 판단을 하고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거 같아요.
과연.. 부모에게조차 심한 폭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사람이... 제대로 된 인격일까요..
10년동안 처가에 전화한번 제대로 안드리고, 친정 부모님 오셨을때 방에 계시던 아빠가 거실로 나오셨는데도 쇼파에 발 쭉 뻗고 삐딱하게 앉아서 티비 보고 있던 사람이예요.
형식적인 예의는 갖출려고 하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런건 전혀 없는 사람 같아요.
왜.. 더 어렸을때, 애를 낳기전에, 애가 하나였을때 이런 생각을 못해 봤는지 바보같기도 해요.
이제야 조금씩 남편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이는거 같은데, 내가 느끼는 이런게 올바른건지 아니면 결혼하고 다 이정도는 겪고 사는건지.. 판단이 서질 않네요.
혹시 이게 권태기와 연관이 있는걸까, 자존심은 센데 자존감이 낮아서 겪게 되는 심리인건지 조차도요.
요즘은 이 생활을 계속 해가야 할까, 지금이라도 정리해가야 하는건 아닐까 혼자서만 머리깨지게 고민합니다.
자기의 부모도 경제적 뒷받침 없어지면 멀리할 사람 같아요.
그렇다고 개막장은 아니구요, 남편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딱 우리 네식구 잘 살아보자고 노력은 하는거 같아요.
어떻게 해서든 부모님 한테 돈 끌어올려고 애쓰는 모습 보면요. 그 모습 조차도 웃기죠.
우리 네식구 같이 어디 여행가는것도 좋아 하구요, 가끔 가방같은 선물 사주고 생색내며 자신의 잘못을 다 덮을려고도 해요.
혹시, 제가 남편 심기를 건드리는게 아니냐 하실수도 있을것 같아요.
한국에서 첫째 낳아 기를때도 육아, 집안일 남편 손하나 까딱 않고 혼자 다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시댁도 갔구요. 친정에서조차 무슨 날만 되면 시어른들 좋아하는 해산물을 잔뜩 보내드렸습니다.
물론 시어머닌 받고 고맙다는 전화조차 몇 번 안 하셨구요.
남편은 그당시 거의 게임 중독 이었어요.
얼마전에 아버님 통해 들어 알게 된건데, 결혼 시킬때도 걱정이 많았나 보더라구요.
저는 몰랐는데 게임을 심하게 좋아해서 결혼생활이나 제대로 할지 걱정하셨나 봐요.
신혼때도 어머님이 회사에 몰래 전화해서 출근했나 확인하고 자리에 없다고 하면 근처 pc방 가서 있는거 확인하고 회사로 다시 보내놓고.. 전 전혀 몰랐어요.
어쩐지 시부모님이 자꾸 남편 게임 못하게 하라고, 자꾸 요즘은 게임 하나 안하나 체크하시더라구요.
왜그러시나 했는데.. 그 이유를 몇년전에서야 알았습니다.
그 게임에 빠지는걸 그렇게도 싫어하셨던게, 게임때문에 난폭해지고 폭언이 심해진다는걸 부모님도 알고 계셨으니깐요.
그걸 듣고 나니 왠지 속아서 결혼한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은 컴퓨터 게임 하는거 많이 줄었습니다. 틈날때마다 스마트폰들고 게임하긴 하지만요.
좋은 모습만, 좋았던 모습만 기억하고 애들보며 살자 생각을 해보기도 하는데,
그 감정의 상처라는게..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네요.
우리는 부부다, 싸울때는 그 싸우는 이유만 가지고 말을 해야지 감정에 상처주는 말들은 하지 말자, 부부사이에 해서는 안될 말이라는게 있는거다 라고 누누히 말하지만... 그런말이 남편을 더 폭발하게 만들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어디 말할곳도 없고, 혼자서 해결하자니 병이 날 것 같아 아주 조그만 부분만 얘기해 봤어요.
82통해서 자존감을 찾아가고 있다면 우스울려나요.
다른 글들에서 봤던 현명하신 분들의 조언... 기다릴께요.
원글 내용은 상황봐서 삭제할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