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감정이 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길어요
화요일 밤에 운동을 다녀왔더니 기말 고사 기간인 딸은 자고 있었습니다.
제가 저녁을 차려주고 치우고 운동갔다 한시간 운동하고 왔으니 공부하다 잠든건 아닙니다.
책상도 깨끗하구요
그래서 깨웠습니다.
안잤다고 하더군요
잠깐 실갱이를 하다가 구겨서 걸어둔 교복을 제대로 옷걸이에 걸라고 잔소리를 했어요
애가 일어나서 교복을 걸더니 갑자기 침대에 가서 주저 앉아요
그러더니 몸을 날려 바닥에 부딪혔어요 머리부분을..쿵소리도 제법 크게 났습니다.
그 당시에 상황에서 보기엔 의도적으로 바닥에 머리를 박은걸로 보여서 화가 났습니다.
괜찮냐고 다가 가니 제가 머리 아픈데 만진다며 짜증을 내고 왜만지냐며 울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눈이 풀리더니 뒤로넘어갑니다.
기절을 했던것 같습니다.
119를 불렀어요
119가 오기까지 정신차리라고 때리고 물을 먹였는데 저녁에 먹은 과일을 올리는겁니다.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눈물이 흐르는데 침착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들고 그래도 계속 손을 떨리고 눈물은 계속나고
그렇게 그렇게 응급실에 갔는데
가는 도중 아이는 정신 완전히 들었구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CT찍었는데 이상 없다고 합니다.
저혈압이랍니다.
90/60
자가 일어나서 순간적으로 기립성 빈혈로 정신을 잃었을수도 있고
엄마 잔소리에 스트레스 받아서 그랬을수도 있답니다.
근데 아이는 너무 태연합니다.
그냥 엠블런스 처음 타본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쓰러진거 기억 안난답니다.
근데요
저 그순간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이 내 아이 같지 않고 낯설게 느껴집니다.
챙겨주기도 싫고 잘해주기도 싫습니다.
어제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기도 싫었어요
아닌척 이 감정을 숨길수가 없어서요
집에들어가서 몸이 아프다고 하고 아침까지 그냥 잤습니다.
근데 아침이 되도 그느낌 그대롭니다.
분노가 치밀거나 걱정이 되는게 아니고 그냥 낯설어요
아무말도 하기 싫고
말대꾸도 하기싫고
상대 하기가 싫어요.
정말 기절한게 맞나?
연기 하는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구요
시험기간에 10시도 안되서 자는 아이 깨워서 책좀 보다 자라고 한게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평소에 대들거나 거부하는 딸은 아니라 순종적인 딸입니다.
지금 제가 느끼는 우울한 감정은 뭐에 대한 것일까요?
알아서 해결을 할텐데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