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공지영, “내 삶의 목표는 자유… 이젠 소설만 붙들고 살겠다”

상선약수 조회수 : 2,442
작성일 : 2013-12-09 13:42:17

소설 ‘도가니’ 이후 5년 만에 ‘높고 푸른 사다리’(한겨레출판)란 장편소설을 들고 독자를 다시 찾아온 작가 공지영. 폐쇄된 공간, 가장 힘없는 약자를 대상으로 자행된 잔인한 성폭력을 거침없이 써내려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그가 이번에 들고 온 새 소설의 화두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거르고 걸러내 결정만 남은 듯한 순수한 ‘사랑’ 그 자체다. 신작 소설을 앞에 두고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높고 푸른 사다리’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출간한 지 얼마 안 돼 거침없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 주요 문고 판매 순위에서 상위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도원을 배경으로 젊은 수사들의 고뇌에 가득 찬 사랑이 펼쳐지는 소설은 마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사랑 앞에 선 자의 한참의 머뭇거림과 느긋한 전개는 스피드 중심의 세상과는 어울릴 법하지 않은데, 도대체 소설의 무엇이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걸까. 작가의 답은 명료했다.

"사랑은 부족하고 섹스는 넘쳐나는 세상, 그래서 사랑은 물론 양질의 섹스조차 못하는 세상"이기에 진정한 사랑에 대한 결핍감은 영원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세상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형식만 있을 뿐"이라며 "사랑은 이미 하는 순간 다 이루어지는 거고 완성돼 있는 것"이란 작가의 굳건한 신념이 더해진다.

"혹 강연을 할 일이 있으면 9·11테러 당시의 예화를 들곤 한다. 생사를 가르는 찰나의 순간, 가족에게 보내는 마지막 문자 메시지에 ‘엄마가 죽더라도 하버드는 꼭 가거라’라거나 ‘어떤 주식을 사고, 팔아라’ 그런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다. 모두, 일제히 ‘사랑한다’는 말들을 했다고 한다. 우린 지금 그것을 놓치고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게 천만금이 있다 한들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번 소설을 다 쓰고 나서 그 진실이 한층 명확해졌다. ‘사랑’은, 한마디로 말하면, 우주의 다른 이름, 생명의 원리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게 바로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 심지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까지 다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건 바로 지옥일 거다. 비록 노숙자라 할지라도 강아지 한 마리를 사랑하고 돌봐주는 마음이 있다면 그에게 세상은 분명 달라 보일 것이다."

"신경숙씨의 ‘외딴 방’이나 ‘엄마를 부탁해’처럼 자기 얘기에서 출발하지 않는 작가가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얘기가 그 사회에서 얘기될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최대한 소설적 전형성을 살려 쓰는 것이다. 이것이 자기고백이나 체험적 수기와 다른 점이다. 때문에 시대 속에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내가 했던 행위가 그 시대 속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해석하고 글로 구현하는 게 바로 작가의 힘이다. 소설적 진실이란 정확히, 딱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현실에서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원래 작가란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떤 ‘딱지’를 붙이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상당히 낮기에, 그런 맥락에서 난 분명히 페미니스트다. 내가 남자로 태어났어도 페미니스트가 됐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데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타고난 성 때문에 차별하고 터무니없이 비하하는 행위에 대해 아주 많이 분노하곤 한다. 작가 앞에 ‘여성’을 붙이거나 외모를 거론하는 것 자체도 성차별이다. 강연할 때 종종 내게 ‘선생님도 차별을 느끼세요?’ 묻는 이들이 있다. 물론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이혼 사실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다. 보수 언론들이 날 미워하는 것도 내가 진보적 성향이라서기보다는 그들이 마초적 성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작가들이 모두 조신하게 생활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이혼했다는 사실만으로 숨어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들의 조폭 수준 문화는 나 같은 여성이 나대는 걸 참지 못할 거다.(웃음) 사실 사생활로만 얘기되기엔 내가 우리 문학에 공헌한 것이 좀 있지 않는가."

"대선 당시 막내가 중2였는데, 처음엔 사춘기라 심한 반항에 우울증이 겹친 줄 알았다. 아이들이 내색을 안 해 몰랐지만, 치료를 받으면서 내 트위터에 달린 댓글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최근 그것이 국정원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짓이라는 걸 알고 더 분노했지만, 한편으론 안도했다. 나를 향한 댓글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내가 밖에서 마주치는 멀쩡한 보통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이 섞여 있었다면 정말 그 악의에 죽고 싶었을 거다. 날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토록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공격의 황폐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말의 힘이 센 줄은 알고 있지만, 정말 심했었다. 후에 나에 대한 댓글이 국정원 작품이란 것을 보도한 신문 기사를 막내에게 보여주면서 같이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아이는 ‘응, 그래?’ 정도의 반응이었지만, 아이의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을 직접 만나면 작품에 집중 못해 피곤한데, 트위터는 오히려 날 (집 밖으로) 안 나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 정치적인 얘기는 재미없고, 부질없이 웃겨서 빵~ 터지게 하는 그런 재치 있는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걸 못하게 하는 이 현실이 싫다."

 

http://www.womennews.co.kr/news/63652#.UqVIOzWwfIU

 

IP : 211.176.xxx.11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말 가슴에 꽂혀요
    '13.12.9 1:45 PM (58.236.xxx.74)

    사랑은 부족하고 섹스는 넘쳐나는 세상, 그래서 사랑은 물론 양질의 섹스조차 못하는 세상”이기에 진정한 사랑에 대한 결핍감은 영원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세상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형식만 있을 뿐”이라며 “사랑은 이미 하는 순간 다 이루어지는 거고 완성돼 있는 것”이란 작가의 굳건한 신념이 더해진다.

  • 2. 카레라이스
    '13.12.9 1:52 PM (117.111.xxx.44)

    저처럼 결혼해서 아내와 정신적 사랑과 섹스도 풍요롭고 이쁜 아이들 듬뿍 충만한 사랑으로 키우는 사람은 뭔가요...^^

    요는 수구꼴통과 싸우면 굉장히 피곤한는 것...

  • 3. ...
    '13.12.9 2:02 PM (1.238.xxx.34)

    저사람은 왜 악플이 다 국정원짓이라고만생각할까요?
    일반인인 저도 댓글단적있거든요 공지영트윗짜증나서요
    얼척없음.

  • 4. ...님아
    '13.12.9 2:10 PM (211.114.xxx.169)

    남에게 짜증낸 것이 뭐 그리 잘한 일은 아니예요.
    공지영씨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 5. ..
    '13.12.9 2:10 PM (182.208.xxx.64)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사람이 야당편에 서면 국정원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지요.공지영,이외수,조국,김제동,송강호도..

  • 6. 요조라
    '13.12.9 2:40 PM (183.96.xxx.112) - 삭제된댓글

    sns 제발 끊으시고 좋은 글과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응원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9518 장윤정 이제는 동생한테까지 디스 당하네요.... 52 ououpo.. 2013/12/09 17,959
329517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온천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5 온천 2013/12/09 3,356
329516 저도 하나만 여쭈어봅니다 사주에 인이 많다는거 4 saju 2013/12/09 1,754
329515 민원24시라는 곳을 가입해서 등본을 뗐는데요 4 ... 2013/12/09 1,223
329514 환갑잔치 돌잔치 부담스러워요 5 ........ 2013/12/09 1,436
329513 기말고사성적 2 초5맘 2013/12/09 1,145
329512 인천카톨릭대 미대에 대해서.. 2 미대 2013/12/09 1,605
329511 인서울 대학중에서 1 ,,, 2013/12/09 1,341
329510 사업체운영하시는분~~~ 89 누구잘못인가.. 2013/12/09 7,413
329509 칼같은 옷수선의 비밀은? 2 현수기 2013/12/09 1,232
329508 코트 허리끈 넣는 실 끊어진거 수선되나요? 5 코트 2013/12/09 10,176
329507 임신하고 제가 식충이가 된 기분이예요. 5 음... 2013/12/09 1,220
329506 유씨성으로 개명할이름 골라주세요~ 3 유씨 2013/12/09 1,471
329505 고등학생도 세계사 배우나요? 8 유자청 2013/12/09 1,527
329504 요즘 유행하는 때밀이장갑 써보신분? 15 ... 2013/12/09 3,390
329503 GS홈쇼핑 쇼호스트 궁금한게 있어서요.. 4 궁금 2013/12/09 8,818
329502 저렴이 버젼 화장품 중에 이것만은 꼭 써봐라 싶은 거 추천 25 쏘럭키 2013/12/09 4,880
329501 새끼고양이 잠시 보호중임돠~ 4 길냥이 2013/12/09 722
329500 차라리 학력고사처럼 점수로만 가는데 더 나은거 아닌가요? 16 2013/12/09 2,774
329499 전남 영암으로의 귀농기 19 2013/12/09 4,808
329498 이사갈 집 청소는 어디까지 해야할까요? 5 ** 2013/12/09 1,788
329497 이과 성향의 아이, 진로 고민입니다. 5 과학 선호 2013/12/09 959
329496 82베스트글-이종혁씨 아빠어디가 싱크대 세수 기사 떳네요. 2 2013/12/09 4,455
329495 모직코트가 구겨졌는데 다리미로 펴질 수 있을까요? 3 밑부분 2013/12/09 1,313
329494 공부..얼마만큼 열심히 해보셨나요? 3 비오는날 2013/12/09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