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이에요. 대충 철도 들고 본인이 많이 부족한 걸 알아서 공부는 안시켜도 열심히 합니다.
오늘 시험이라 주말 내내 아침에 일어나 밤까지 밥먹고 중간에 잠시 쉬고는 밤 늦게까지
공부했어요. 공부하는 건 기특하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저한테 미친듯이 물어봅니다.
시험기간 일주일 전부터 저도 계속 시달렸어요. 중간에 외국에서 살다와서 우리말 이해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 다른 애들은 의문조차 가지지 않을 부분도 얘는 물어봐야 합니다.
선생님 설명도 이해 안가는 부분이 있어서, 체크했다가 집에 와서 다시 물어봅니다.
학원은 수학만 다녀서 어디 사교육 도움받을 데는 없어요. 예전엔 잘 몰랐는데 내신대비
과외라도 시킬까 싶은 생각까지 들어요. 아침 밥 먹는데 며칠 전부터 목터지게 설명해준걸
청아한 눈빛으로 또 물어보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 ㅠㅠ
애 가르친다고 저도 교과서 들여다보고 그래서 아마 제가 가서 시험치면 올백받을 것
같아요. 다른 아이들은 부모한테는 잘 안물어보나요? 아님 다들 열심히 잘 가르쳐주시는데
저만 이리 엄살인가요?
죽이되든 밥이되든 혼자했으면 좋겠는데, 자기 공부한 거 혹시 뭐 빠진 거 있나 물어봐
달라고 하고, 무슨 단원을 언제 공부하면 좋을까 상의하고. 아침에 교과서를 가져가서
볼까말까 정말 진지하게 물어보는데, 완전 폭발해버렸어요.
저 그렇게 다정하고 꼼꼼한 엄마 아니구요, 벼락치기만으로 대학까지 통과했고, 공부하는
거 디게 싫어해서 대학 가자마자 미친듯이 노느라 학점 바닥, 기초 교양 바닥... 그런
인간이에요. 제 밑에서 어쩜 저런 애가 나왔나 한편으로는 고맙긴 한데, 이제와서 같이 교과서
붙들고 이건 뭐니 저건 뭐다, 사전 뒤지고, 국립국어학회인가 홈피 뒤지고, 영어 문법책
들춰보고 그러다보니 이러다보니 저도 피폐해져요. 안해주긴 불쌍해서 물어보면 열심히는
찾아주는데, 다들 이리 해주시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