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 정우성 주연의 영화 비트를 다시 봤어요. 유명한 영화이니 다들 아실것 같습니다.
사실 97년에 개봉했을때 첫 성년이 된 기념으로 극장에서 봤던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어요.
그때도 슬프게 보고 울적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왔던 기억이 있지만 16년이 지나 다시 보니 사실
거의 새로 본 영화 수준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원래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면, 아. 그다음엔 이런 장면이
나오지? 이런식의 느낌이 드는데 너무 오래되서인가 완전히 예상할수없이 새 영화를 본 기분이었지요..
30대 중반이 훌쩍넘은 제가 다시 본 비트는..
물론 정우성과 고소영의 로맨스 자체도 슬펐지만..
영화속에서 고소영이 얄미운 모범생 역할으로 나오잖아요? 겉으로는 노는 척 하면서 친구들을 교란시키지만, 사실은
남몰래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결국 고소영을 따라하다 친구들은 성적이 떨어지게 되고 (그 장면을 다시 보니 저도
고등학교때의 치열했던 내신경쟁의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교육열이 비교적 높은지역의 학교를 나와서 더 그랬던것
같습니다..)
급기야 친구(인경)중 한명은 성적을 비관해 지하철로 투신해 자살을 하고, 고소영은 죄책감은 갖게 되고 그때
부터 어긋나게 되죠. 결국 정신병원에도 갖다오게 되구요.
그걸 보니 갑자기 엊그제 특목고 낙방으로 아파트에서 투신한 한 여중생이 떠올랐어요.
인경을 지하철 선로로 끌어들인 그 사회가,
여중생을 아파트 옥상으로 끌어들인 그 사회가,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이 지나고도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까지 변한것이 없다는 거.
교실내 두꺼운 안경을 쓴 꽉 막힌 모범생의 얼굴과 대비대는 민(정우성)의 목적없고 반항기 어린 눈빛도 인상적이었구요.
결국 방황하는 자를 허용하지 않는 이 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던것 같습니다.. 수능 만점자에 박수를
보내고, 고시 최연소 합격에 환호를 보내는 우리사회의 분위기 -방황할 틈 없이 기계처럼 착착 살아가기를 권유하는 이 사
회가 진정 건강한 사회인지..한번 생각해 볼 문제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