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전설의 도시락

나도 도시락 조회수 : 1,523
작성일 : 2013-12-05 14:45:50

도시락 논란글을 보면서 그 당시 우리 학교 최대의 화제거리였던 제 도시락이 떠 올랐어요.

도시락 하나는 대통령 딸도 부럽지 않게 싸 주셨거든요. 점심 저녁 두끼를 먹으니 반찬 10가지, 국 별도,  과일과 커피, 유자차나 생강차가 든 보온병 2개...도시락짐이 너무 많아서 책은 사물함에 넣어두고  등교길엔 도시락만 가져갔어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보온 도시락이었고, 일제 도시락 통이었는데 저 말고는 그 어디에서도 그런 도시락통을 든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도시락이 상징하는 만큼 엄마는 극성이셨어요. 아침에 7시에 학교앞까지 운전해서 데려다 주시고, 자율학습 끝나는 밤 12시에 학교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제가 깨어 있는 시간엔 언제나 제 등 뒤에서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같이 깨어 있으셨어요.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새벽기도를 다녀와 우리를 깨워 등교준비 시켜 데려다주던 엄마...오빠 고등학교 3년, 저 고등학교 3년 총 5년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다는 그런 극성엄마...제 나이가 40이 넘었으니 그 당시로는 엄청난 치마바람이었어요. 그런 엄마 때문에 숨 막힐 것 같을 때도 많았지만 어쨌든 전 강한 멘탈의 소유자인지라 무사히 공부 마치고 좋은 대학 갔어요.

 

이제 세월이 지나고 저도 애를 키우고, 엄마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되고, 좀 더 깊은 가정 속사정을 알게 되고 보니 이제야 엄마가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그 무렵 엄마가 사기를 당해서 당시 4억돈을 날려 아빠와의 관계가 위태로웠고, 지금도 4억은 큰 돈인데 그 때 당시로는 아파트를 몇 채를 살 수 있는 큰 돈을 날린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엄마가 되어 날 좋은 대학에 보내는 걸로 집안에서 입지를 다지고 싶어했고, 타고난 손재주라고 없는 엄마가 일식, 중식, 한식, 양식 요리학원을 겹치기로 다니면서 매일 상다리 부러지는 밥상을 차리셨고, 결국 제 도시락은 정말 "한"의 결정체였던 거에요. 오늘은 팔보채 먹을래 라고 말만 하면 바로 식탁에 팔보채를 차리던 엄마는 사실 김장 열포기도 버거워하는 잼병이였어요. 지금은 된장찌개 끓이기도 귀찮아하세요.

 

인생의 반전은...시어머니는 우리 엄마보다 더 많은 "한"이 있으시고, 또한 그걸 자식사랑과 음식으로 승화하신 분이시라는 거....우리 엄마의 매일 도시락 반찬 10개는 비교도 못할 정도의 극성을 선보이셨어요. 

 

그런 최강 극성 엄마 밑에서 자란 남편과 저는 음식에도, 사교육에도 완전 초연한 그런 부모가 되었어요.

IP : 223.195.xxx.12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넘 재밌어.
    '13.12.5 3:01 PM (58.237.xxx.199)

    글 아주 재밌으십니다.
    웃고 갑니다~

  • 2. 초연...
    '13.12.5 3:09 PM (115.91.xxx.11)

    끝부분 재밌어요. 초연하게 된 사연이요~

  • 3. ㅎㅎㅎ
    '13.12.5 3:34 PM (14.39.xxx.11)

    마지막 줄에서 웃었어요
    허무 개그 같아요 ㅜㅜ

    그래도 훌륭한어머님이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8988 스마트폰에서도 카톡이 아닌 메세지도 안읽으면 상대방이 알아요??.. 7 000 2013/12/10 1,244
328987 [속보]코레일 이사회,수서발 KTX 법인 설립 만장일치 의결 17 // 2013/12/10 2,217
328986 수서발 KTX 의결됐다네요. 나라가 미쳤군요 9 ... 2013/12/10 1,909
328985 50.60대 할머니 옷 쇼핑몰 어떨까요? 창업 9 의견 2013/12/10 3,916
328984 시금치 나물 간 뭘로하나요? 13 시금치 2013/12/10 2,166
328983 꿈해몽이요 1 돌아와볼턱아.. 2013/12/10 428
328982 일곱살 여아 합기도 사범님이 무섭대요ㅜㅜ 6 어쩌죠? 2013/12/10 1,278
328981 어제 김구라 힐링캠프 보신분? 6 ㅇㅇ 2013/12/10 2,947
328980 외국인의 남자친구 과 흔드는 남자 mindel.. 2013/12/10 927
328979 공공건물 자판기커피 뽑으러 매일 드나드는거 5 오케이 2013/12/10 1,241
328978 항공교통학과에 대해 아시는 분~ 1 ㅇㅇ 2013/12/10 754
328977 초등맘들에게는 좋은 정보*^^* 3 violet.. 2013/12/10 1,084
328976 대만 일정이랑 좀 봐주세요(음식추천도 부탁해요) 5 죄송급해서 2013/12/10 933
328975 2개월 신생아 가끔 발과 입을 떱니다.. 2 2개월 신생.. 2013/12/10 1,150
328974 코레일 이사회, 수서발KTX 운영회사 설립 의결(1보) 3 민영화시작 2013/12/10 579
328973 집 안에 노란 솜 (유리섬유) 보여도 되나요? 6 미국아파트 2013/12/10 2,001
328972 방법을 구해요.. 1 나일론 2013/12/10 411
328971 창신담요가 최선인 줄 알았는데 6 pj 2013/12/10 2,816
328970 스위스 국영방송, 韓 시위대 박근혜 사퇴요구 3 light7.. 2013/12/10 647
328969 자기 치아로 사시는 분 많나요? 5 ... 2013/12/10 1,400
328968 루나틱이랑 220.70 싸질러놓은똥에 댓글좀 달지마세요 12 2013/12/10 974
328967 38개월 아들 너무 귀여워요. 14 엄마 2013/12/10 1,643
328966 예비중2 어떻게 준비시켜야 되나요? 1 중2 2013/12/10 499
328965 스키바지 멜빵 없어도 될까요? 2 .. 2013/12/10 1,016
328964 카톡에서 숨김하면 상대방이 카톡보내지 못하나요? 4 카톡 2013/12/10 2,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