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적으로 게으르며, 손끝이 여물지 못하고
어려서부터 직장다닌 엄마 밑에서 살림조차 배운바 없으나
나름 눈은 높은 게으른 여자로 내년 오십 앞두고 있습니다.
글이 고백처럼 나오네요.
어제 엘쥐에서 나온 가스 건조기를 설치했습니다.
게으른 관계로 온갖 청소용품 주방용품을 뒤지고 다닙니다.
야무지고 부지런한 여자는 두손으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겠지만
게으르고 잔꾀가 많은 여자는 기계만 있으면 뭐든지 될거라는 착각에 빠져 삽니다.
게다가 일요일 밤만 되면 여자의 딸과 정신없이 바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게으른 여편네 석양에 바쁘다"던데 우리는 밤에 바쁘구나 그러면서 히히덕 거립니다.
아침에 가스배관공사하러 왔는데 이십만원을 달랍니다.
첨엔 이십오만원 달라는데 사정사정했더니 오만원깍아줍니다.
인터넷 검색시엔 십만원 내외던데 이 지역은 부르는게 값입니다.
그러면서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 최저가 검색하다가 귀찮아서 주말에 백화점 가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질렀습니다.
사실 집안일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오셔서 건조기 돌릴 일도 별로 없으나 건조기만 있으면
만사가 해결될 것 같아서 직장에서 몇번씩 왔다갔다하며 세탁기 설치하고 건조기 설치하고
그랬습니다.
로봇 청소기도 샀었습니다.
청결에 대한 기준이 낮은 여자는 아주 만족합니다.
로봇 청소기에 만족못하신다는 깔끔하신 여성분들도 있으나
이 여자는 엄청 만족하고 잘 썼습니다. 몇년지나 밧데리가 나가는 통에
박아두다 버렸습니다.
이 게으른 여자는 무려 이십년전에 식기세척기도 샀습니다.
국산사러 갔다가 외제 지르고 왔습니다.
이거 아직 잘씁니다.
어느 아이 생일잔치 갔다가 튀김기도 샀습니다.
그것만 있으면 애 생일잔치에 걱정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 서치 엄청해서 이태리제 델롱기 튀김기 비스듬하게 돌아가며
튀겨진다고 해서 기름도 덜 든답니다. ....샀습니다.
그러나 정작 몇번 쓰지 않았습니다. 사고 보니 기름에 튀긴게 애들 몸에
안좋다고 하요.. 애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과즙짜는 기계, 스팀 청소기, 등등 기계만 잇으면 사다가 쟁입니다.
이렇게 이십년넘게 살림을 햇으니 이제 주제를 알고 기본에 충실해야 할텐데
가스건조기를 지르고 나니 병이 도진 것 같아 괴롭습니다.
이제 늙어서 눈도 침침해지고 더 귀찮아져서 옛날에는
두세번씩 읽고 또 읽던 사용설명서도 안 봅니다.
남들 안쓰는 가전에 대해서 물어볼 거 있으신 분 물어보세요.
최선을 다해 대답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