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는 좀 보기드문 스타일이에요
대학 1학년 입학하고서 한달도 안돼서
교양 수업에서 함께 팀과제를 하게 되면서 처음 지금의 남자친구를 봤어요
팀원이 전부 타과인데 신입생들만 있어서 좀 기억에 남게 재밌게
모여서 과제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서 시간이 흘러서
3학년 때 다시 그 후로 처음 본 남자친구
ROTC 단복을 입고 학교 안에서 마주쳤어요
너무 반가움에
남자친구가 약속을 잡더라고요
그 후로 술친구가 되었어요ㅋㅋ
둘 다 그러게도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관심사가 있을줄이야ㅋㅋ
소주, 맥주, 콜라를 마는 고진감래주를 처음 알려준 것도 남자친구ㅋㅋㅋ
그 후로 둘이서 만나서 종종 술한잔을 하게 됐어요
아주 신난거죠
소주에 치킨을 먹으면 맛있데 이런 것도 이 친구가 알려주고ㅋㅋ
그 때마다
이 친구가 자꾸만 저를 처음 봤을 때 그 때 장면을 말하면서 피식피식 웃는거에요
쟤는 왜자꾸 그 때 얘기를 할까 전 이해를 못했구요
사실 이 때 처음 남자친구를 본 첫인상은 쟤 진짜 못생겼다........누가 사귈지 참....
어린 마음에 심난해했던 게 기억나네요ㅋㅋㅋㅋ
이 얘기를 횟수로 5번의 술자리정도? 그 정도 듣고서야 힌트를 알아챘어요
그리고 서울에 올라와서 혼자 고시원에 들어가 두달간 토익공부할 때
커피한잔 사주고 30분만 절 보기 위해서 멀리서 온 이 친구.....빨리 가서 공부하라고
두번째 힌트
그리고 알오티씨 애들이 연말마다 여자친구 데려와서 하는 축제 비스무리한 게 있는데
2년 연속 절 데려갔어요
그 때에서야.......멍충멍충 열매를 먹고 완전히 힌트를 알아챘어요ㅠㅠ
널 좋아한다 만나보자 이 얘기를 못해서 제 옆에서 맴돌기만 한 거에요
답답할 수도 있는 스타일이죠... 참 저도 저지만 애도 애죠^^;;;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서 사귀게 되었죠
이 친구는 지금까지 저 말고 여자라고는 모르는 모태솔로였고요
전 솔직히 그간 연애를 좀 많이 해봤고요
남자친구는 직업군인이 됐어요 이번에 대위를 달면서요
전 그동안 정말 너무 어이없는 우리들 상황에 세 번 정도
이별을 통보했었어요
남자친구도 너무 상황이 만나지도 못할 상황이었고
마음이식어서가 아니라 기다리다 지쳐서......
남자친구도 그걸 알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이러다저러다 말을 못해요....
직장 다니는 중에 대학원도 동시에 다녔고
지금은 공무원으로 있으면서 박사과정 유학 파이팅 넘치게 준비 중이고요
그래요 상황이 쉽지가 않아요......이 상황에서 대화가 많이 필요한 게 맞는 것 같아요
얘기할 주제들이 무겁고요
그렇지만 피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밖에 없는 주제들인데
저는 너무 한꺼번에 하면 남자친구가 힘들 것 같아서 슬쩍 툭툭 하나하나 던지는 식으로
얘기를 하나씩 던져서 최대한 부담없이 얘기하려고 하는데......
이놈의 남자친구가 그 때마다 하루정도 전화를 걸러요
얘기꺼내기 많이 부끄럽지만....그동안 이 친구랑 좀 플라토닉(?)적으로 만나왔고요...;;;;;
저랑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저한테 부모님 뵙자고 자꾸 얘기를 해요
우리 연애 끝까지 가보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어떻게 사람이 하루아침에
좋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이 돼 난 그런거 몰라
내가 그냥 그런 사람이고 난 쓰레기가 아니니까 뭐 이런 식으로 말해요
좀 진지하고 엄청 순진한 남자죠 고지식한 거일수도 있고 착하고 고집있는거 저도 알고요
서로가 멀리 있고 얼굴도 못 보는 상황에서
남자친구가 매일 저한테 전화 꼬박꼬박 해주거든요
이제는 우리도 멀리 돌아왔기 때문에 저도 기다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 사람의 상황, 결정 모든 거...
이번에 진급해서 휴가 5개월만에 나와요
우리 부모님한테 허락맡고 여행가자고 그러더라고요
마냥 좋아하고 설레하길래 너무 좋아하지마
이번엔 꼭 할 얘기거리들이 마냥 좋지만은 않으니까
이런 얘기 꺼내면 하루 전화를 거르고
제가 은근히 연락하길 기다리더라고요
요새 와서 부쩍 심하네요...........이 남자가 이런걸로 마음 칼같이 먹고 헤어져! 하는 스타일 아닌 거 알아요
그래서 전 기다리고요
왜 그런건지 얘기 들어오면 되는 거니까
다만 하루걸러 하루 요새 계속 이러니까 저도 짜증이 나거든요.........저도 제가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잘 전달이 됐으련지.....이 남자랑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아요.....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이 사람이랑
전달을 하고 싶거든요 우리 둘이 풀어나갈 문제들이니까
내 얘기를 오해없이 있는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는데....너랑은 이러이러해서 힘들어 안돼 그렇니까 우리는
못 만나 헤어지자 이런 전개가 아닌데...왜 제맘을 몰라줄까요 답답해요....그동안 이 남자가 저한테 미안할 상황이었지만
이대로 결혼하면 이젠 제가 엄청 많이 미안해 할 차례에요
그럴 일들이 많고요......함께 극복할 것도 많고 제가 지워야 할 짐도 많은데....
같이 잘 헤쳐나가고 싶은데.....그동안 못 쌓았던 추억들 이제부터 해보자고도 하고 싶고
이런 마음 제가 말 안하는데 알 턱이 없겠죠......그냥 하소연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