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초반, 친구가 팀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대요.
1년 프로젝트 기간동안만요.
전에 제가 프리랜서로 그 쪽 일 몇건 도운 적이 있는데
그땐 서로 잘 맞는다 생각하고 좋았거든요.
근데, 상근직이 되고 일의 절반은 제가 처음 해본 일이라 너무 힘드네요.
무엇보다 상사 친구 눈치 보는 게 제일 힘들어요.
오히려 주변 다른 직원들은
제가 나이도 있고, 상사 친구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서로 조심해서 잘 지내는 편인데
요즘은 마감이 닥쳐 이 친구가 서너 시간밖에 못자고
일에 매달려서 엄청 힘든 상태긴 한대
저한테 가장 차갑고 공격적인 것 같아요.
모든 사람한테 다 좋은 사람이면서... 원래 인간성으로는 누군가한테 흠잡힌 일 없는 친구구요.
좀 익숙했던 일 할때까진 제가 많이 주도적으로 끌어왔고
친구도 많이 고마와 했죠.
근데, 막바지 작업이 시작되면서 제가 다들 야근할 때 야근 맘놓고 못하는 상황이고
(애가 어려요, 봐줄 분도 마땅찮고, 친구도 이 사실은 알고 시작했고)
기획 이후 실무에서는 제가 무경험자라는 걸 알면서도 저를 쓴거였구요.
저도 후반 작업을 제가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고, (정교함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실수하면 큰 사고라,
근데 제가 무경험이니, 아직 눈에 보이는 사고는 없었고.)
역시나 하다보니 예상보다 힘들고 제가 못하고 버벅대기도 하고,
야근을 남들처럼 하지도 못하구요.
그렇게 저한테 불신이 좀 싸였나봐요. 오늘은 맘먹고 야근하려고
남편도 일찍 들어오라 했는데... 그냥 집에 가라고... **씨랑 둘이 하면 된다고
이럴 땐 정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어느날부터 친구가 점점 저한테 차가와지는 게 느껴져요.
사실 제가 아이 때문에 술 자리나 회식을 잘 못가서 친구랑 일 말고는 얘기할 기회가
많이 없기도 했구요. 점심 때도 늘 다른 직원들이 있으니..
몇달간 개인적인 얘기, 진짜 이런 속마음은 서로 얘기나눈 적이 없네요.
우리 친구라고 모두들 알고 있는데
그 친구는 저 말고 모든 사람한테 친절하네요.
섭섭하기도 하고, 기대했던 만큼 잘 하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버벅대는 통에 니가 더 힘들겠다.. 충분히 이야기 나눌 시간도 만들어지질 않고..
다른 후배 직원들 보기 부끄럽기도 하고.
둘이 따로 엄청 친하진 않았지만, 모임 일원이라 20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친군데...
앞으로 3주면 마무리 될 일이라
꾹 참고 내가 할수 있는 일들을 하며 자리를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데,
이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친구 하나 잃는 것 같은 느낌때문에 참 마음이 안 좋아요.
뭘 어찌 해야 좋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