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승려 1천명 시국선언…“특검수용하라”
“정부여당 태도 따라 수위 높일 것, 빨라질 수도”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대한불교 조계종 승려 1000여명이 28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한 박근혜 정부의 참회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정부 여당의 태도에 따라 불교계의 문제제기 수위를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전 교육원장 청화스님 등 승려 17명은 28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1012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전 교육원장인 청화스님과 결사추진본부장 도법스님,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 중앙종회 부의장 법안스님 등 승려 1012명이 동참했다.
시국선언문을 통해 이들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을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린 심각한 헌정질서 파괴'라고 규정하고 "과거 개발독재정권이 현재 우리사회에 다시 재현되고 있어 수행자로서 무한한 책임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은 국가기관이 동원된 불법 선거운동의 과정을 명확히 밝혀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고 국민에게 참회해야 한다"며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의혹을 명확하게 해소하기 위해 특검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념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중단해야 한다"며 "기초노령연금제도 확대 등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민생 우선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전향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청화스님은 "종교인이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그런 스님이나 성직자들이 나선 것은 정치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국가기관들이 대대적,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고 이것이 문제가 돼 수사를 하는데 왜 수사까지 방해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선 그어 이야기했던 득을 본 것이 없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불의한 것을 법에 의해서 조사하도록 하지 않느냐"며 "엄연히 법을 어긴 것은 법에 의해 조치돼야 한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고 그 뜻을 전달하기 위해 오늘 자리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퇴휴스님은 "국민이 불안해 하고 국론이 분열돼 서로 다투는 상황을 만든 1차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고 싶다"며 "시국선언에 참여한 스님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후손들에게 여법하게 계승될 수 있도록 국민들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선언은 종교가 사회 문제에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세간의 고정관념을 허물고 한국 불교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퇴휴스님은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 동참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저희는 사실 발빠르게 문제제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즉각적으로 의사표명을 했기 때문에 뜻을 모아 정부 여당의 태도를 지켜보고자 한다"며 "태도 여하에 따라 종교로부터 전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향후에 단계적으로 해야 할 상황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또 "수위는 정부 여당 태도에 달렸다고 생각한다"며 "안일한 태도라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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