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한 달 전 쯤 일이에요.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 맑은 가을 날이었는데 마침 분리수거일인데다가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허겁지겁 쓰레기를 버리러 갔지요.
기온은 찼지만 햇볕이 잘 드는 분리수거 쓰레기장의 한 귀퉁이 버려진 스툴에
비쩍 마른 새끼 고양이가 앉아 볕을 쬐고 있다가 제가 급하게 다가서는 소리에 놀라 도망가면서
저를 원망스레 돌아보더라구요.
방해한게 미안해서 또 안쓰런 마음에 다가갔지만 도망가고 저도 외출하던 길이라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날 밤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면서 혹시나 싶어 길냥이 용으로 사둔 어린 고양이용 사료와 물을 갖고 나갔어요.
새벽 두 시 쯤이라 아무도 없겠거니 했는데 어떤 중년 아저씨가 역시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나오셔서 흠칫했어요,
길냥이 밥 주는 거 들켜서 봉변 당할까봐.
야옹야옹 소리만 내던 녀석이 그 아저씨가 들어가니 모습을 나타냈는데 낮에 본 그 녀석인거예요, 예상한대로.
저를 경계할 것 같아 밥만 놓아두고 가려고 했는데
글쎄 이 녀석이 밥엔 관심이 없고 제게 다가와 제 다리 사이를 들락날락 하면서 부비대는 거예요.
순간 가슴이 철렁했죠. 이게 바로 집사로 간택된다는 건가
하지만 정말 부담스럽고 두려운 마음 백배였습니다.
제발 이러지마 난 널 데려갈 수 없어, 이럼 안 돼..하면서도
너 나랑 같이 갈래 하면서 손을 내밀어 안아볼까 하니 뒷걸음 치더군요.
그러다 다시 다가와 제 다리 사이를 오가고 목덜미를 살짝 쓰다듬는 건 허락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저를 따라오다가 어느 지점 자기 영역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더이상 발을 떼지는 못하고
원망스런 울음 소리만 내는 걸 들으며 집에 들어와야 했습니다. 아 냥이야 왜 하필 나를 고른거니...
다음날 쓰레기장을 내다보니 제가 밥 준 자리에 있던 차가 빠져버려 사료와 물그릇이 훤히 보이더군요.
아파트 청소아저씨한테 들키기 전에 치워야지 했는데 잠시 주춤한 사이 싹 치워져 있더라구요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확인도 못했는데 말이죠.
그 새끼 고양이는 제가 좋아하는 노랑이나 고등어, 까망이는 아니었구요,
한 세 가지 색깔의 털이 섞인 얼룩이덜룩이였습니다.
다시 또 만나게 되면 아무래도 데려오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밤에 다시 나가봐야지 했는데
그날부터 제가 심하게 아파 집 밖에 나갈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근 한 달간 병원만 간신히 왔다갔다하느라 고양이를 보러 갈 수가 없었어요.
아직도 아프지만 더이상 쓰레기를 쌓아둘 수 없어 이따가 나가게 되었을 때
그 냥이를 만나게 되면 어쩌죠?
만나도 안타깝고 못보게 되면 해코지 당해서 변을 당한게 아닐까 싶어 마음이 쓰일 것 같아요.
고양이, 나한테 왜그랬을까요? 냥이들, 너무 서글픈 짐승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