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힘이 있을 땐 모른다

-_- 조회수 : 1,521
작성일 : 2013-11-26 08:48:11
http://hani.co.kr/arti/opinion/column/612634.html?_fr=mr1
어떤 정권이든 권력형 비리나 인사 전횡으로 인한 패가망신은 단골 메뉴다. 
최고권력자를 향한 권력 실세들의 과보호 행태 또한 그렇다. 
그런 순간 균형감각이란 눈 씻고 찾으려 해도 없다. 
권력형 청맹과니가 되어서다.
 눈을 뜨고 있되 앞을 보지 못한다. 
뒤늦은 후회와 깨달음은 권력이 사라진 다음에야 온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향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질타는 
청맹과니 같은 발언처럼 느껴진다. 
감히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사제단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겠지만 
이번에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그는 ‘사제복 뒤에 숨어서 대한민국 정부를 끌어내리려는 
반국가적 행위를 벌이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제대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사제복을 벗고 말씀하셔야 한다’고 일갈했다.
 남다른 정보력과 인맥, 최고권력자의 신임으로 막강실세라 불린다는 
윤상현 의원다운 과감한 발언이다. 하지만 도를 넘었다. 
그건 그의 표현대로 ‘국가원수를 폄훼하는 용납될 수 없는 언행’ 따위를 뛰어넘는 막장의 언어다.
 윤 의원의 세계에선 그럴지 몰라도 세상에서 국가원수를 폄훼하는 언행이 최고로 중차대한 
사안은 아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정치집단이나 관변단체가 아니다. 
최고권력자의 종교나 정치성향과도 아무 상관이 없다. 
어떤 정권에서든 종교적 양심과 정의에 반하는 일들에 대해서 죽비를 들어 
깨우침을 준 한국 사회의 허파 같은 조직이다. 
지난 40년간 그래 왔다. 
국회의원 배지 떼고 사제복 벗고 만나서 이종격투기라도 하겠다는 심사가 아니라면 
사과하고 철회해야 마땅한 발언이다. 
물론 윤 의원은 그렇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권력의 중심부에 있을 땐 자기 객관화가 쉽지 않다. 
자기 행위는 동기부터 이해하고 남의 행위는 현상부터 받아들이려는 인간의 속성이 극대화된다.
 권력은 유한한 것이라는 속성을 관념에서만 받아들일 뿐 현실로 인지하지 못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스타들이 훗날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것은
 자신의 인기가 사그라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루에 1000통 넘게 오던 팬레터가 어느 날부터 누가 채간 것처럼 한 통도 
안 오는 현실이 올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겠나. 
권력은 대체로 임기가 정해져 있다. 
어느 시점부터 힘이 소멸될 것인지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나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평범한 직장인들조차 은퇴한 뒤에야 현직 프리미엄에서 비롯한 
현실적 오해와 착각이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한다고 고백할 정도다.

전두환 같은 최고권력자 출신은 단임제 실천을 최대의 치적으로 내세운다. 
그 기저에는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종신 대통령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포기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희생정신이 있다. 
물론 대단한 착각이다. 
하지만 현직에 있을 때는 그나 측근이나 그런 인식이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으리라.

인간은 자기 존재감이 극대화될 때 ‘살아 있네!’란 느낌을 생생하게 실감한다. 
내 일거수일투족에 의미를 부여하고 내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현직 권력은 
그런 점에서 뿌리칠 수 없는 중독물질에 가깝다. 
‘자기’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반응 앞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제를 못한다. 
권력엔 그런 속성이 많다. 권력에 중독되는 이유다.

힘이 있을 땐 그런 것들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달라진다. 
한가하거나 관념적인 명제가 아니다. 
물레방아처럼 반복되는 역사적 삽질을 방지하는 실천적 솔루션이다. 
윤상현 의원 같은 현직 실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다.
IP : 211.220.xxx.15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패랭이꽃
    '13.11.26 8:56 AM (186.135.xxx.34)

    그렇죠. 아무리 서슬퍼렇던 권력도 다 끝이 있더라고요.
    화무십일홍. 박근혜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그녀가 당선되어서 박정희에 대한 지나친 우상화가 깨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녀가 그 동안 선거에 나서서 얼마나 많이 한나라당이 이겼나요. 이제 그 우상이 깨질 때가 되었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그녀를 통해 박근혜라는 우상이 깨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깨질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주위 사람들이 이명박 때보다 오히려 더 기괴하거든요.

  • 2. 맞아요.
    '13.11.26 9:08 AM (211.114.xxx.169)

    박통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시대가
    드디어 오는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7083 서울이 고향이면서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오래 사신 분들은... 4 궁금 2013/12/04 998
327082 우주의 시간 3 상대성 2013/12/04 844
327081 남편이 이혼을 극도록 끔찍해 하는데요 4 ... 2013/12/04 2,730
327080 부츠 좀 골라 주세요. 5 부츠 2013/12/04 1,759
327079 아들이 결혼 했는데 며느리를 뭐라 부를까요? 54 호칭? 2013/12/04 30,398
327078 위장전입은 어디다 신고 하나요? 1 소송중 2013/12/04 1,736
327077 앞으로 10년간 살 집이요. 어디가 좋을까요? 9 아파트 2013/12/04 1,915
327076 이건 무슨증상일까요 손가락통증 2013/12/04 501
327075 정관수술후 자연 임신 되신 분 듣고 본 적 있으세요??? 13 2013/12/04 5,438
327074 12월의 열대야라는 드라마 기억나세요? 9 우주 2013/12/04 1,514
327073 그 때 그 아이의 공허한 눈빛이 늘 가슴에 남아있어요 3 할 수 없어.. 2013/12/04 2,266
327072 표창원 “靑 공범대인가? 내가 본 범죄 용의자들 딱 그모습 11 어린이 뒷조.. 2013/12/04 1,472
327071 핸드폰을 잘못만져 전화번호가 지워졌는데 복구 가능해요? 6 .. 2013/12/04 2,654
327070 미국에서 사올만한 아기용품 뭐가 있을까요? sisi 2013/12/04 802
327069 법적으로 13세 이상이면 합의하에... 4 ........ 2013/12/04 1,100
327068 朴 공약’ 위해 초중고 예산 2451억원 삭감 5 첨병 2013/12/04 807
327067 어디서 사세요? 호두 2013/12/04 523
327066 비평준지역 고등입학..조언부탁드려요. 2 조언좀.. 2013/12/04 657
327065 남동생이 걱정되서 잠이 안오네요 20 남동생걱정 2013/12/04 10,299
327064 전기난로 사도 괜찮을까요? 전기난로 2013/12/04 465
327063 부츠 나무하나라는 브랜드 아세요? 3 부츠 2013/12/04 4,220
327062 음악 듣는방법 좀 알려주세요 1 ... 2013/12/04 359
327061 공무원 7천여명 여론조사 “朴 국정수행 잘한다” 11.4% 4 출범 2013/12/04 1,203
327060 대박 유행 예감, 벌어지는 모든 일은 ‘박통의 개인적 일탈? 종북으로 난.. 2013/12/04 726
327059 우리은행, 관객수 따라 우대금리 주는 예금 '변호인' 출시 변호인 2013/12/04 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