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만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상식과 양심을 가진 시민들이 그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방사능과 원전, 송전탑이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잡아먹는 것을 막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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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이 망쳐놓은 밀양의 일상... 23일 오후2시 서울광장에서 탈핵집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29101&CMPT_CD=P...
내일은 23일 토요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일상을 즐기면서 주말을 보낼 겁니다. 그렇지만 벌써 9년째 일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에 반대하는 주민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추운 겨울을 산속에서 보내야 합니다. 이 분들의 일상은 어느날 갑자기 높이 100미터가 넘는 송전탑이 마을주변에 꽂힌다고 발표되는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일상이 사라진 밀양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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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동안 송전선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재검증하자는 주장, 꼭 필요하다면 마을구간만이라도 송전선을 지중화하자는 주장, 피해가 적은 쪽으로 송전선이 지나가게 해 달라는 주장을 해 왔지만, 묵살당했습니다. 평생 집회 한 번 안 해본 분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병원에 실려가고, 고소·고발을 당하고, 가처분신청을 당하면서 평화롭던 일상은 사라졌습니다.
정년퇴임하고 여생을 농사지으며 살겠다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소박한 바람은 무너졌습니다. "평생 농사짓고 자식키우던 땅을 빼앗기고 어디에 가서 살라는 것이냐?"는 할머니들의 호소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밀양을 지나가는 76만5천 볼트의 송전선은 고리-신고리에 있는 원전단지에서 출발합니다. 그 송전선이 필요없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밝혀낸 진실입니다. 더 이상 새로운 원전을 짓지 않고, 고리1호기 같은 낡은 원전만 폐쇄한다면 밀양 송전탑은 필요없습니다. 그래서 밀양 송전탑은 원전과 이어져 있고, 후쿠시마와도 이어져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상은 참 소중합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의 사람들도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일상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중에 2011년 3월 11일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저는 기억을 합니다. 저는 어느 토론회 자리에서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토론이 끝날 때 쯤에 토론회장 뒤쪽에 있는 사람들이 웅성댔습니다. 끝나고 보니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가 덮쳤던 것입니다. 그리고 후쿠시마의 원전에서 이상이 생겼고 4개의 원전이 하나하나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쏟아져 나온 인공방사능 물질은 광범위하게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후쿠시마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으로 나눠졌습니다.
방사능과 원전, 그리고 송전탑
우리나라 국민들은 후쿠시마 이후에 상당히 많이 피폭을 당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났는데 왜 우리가 피폭을 당했냐구요?
공기중으로 날아온 방사능은 미량이었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일본에서 들어온 먹거리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내부피폭을 지속적으로 당해 왔습니다.
2012년에만 일본에서 수입된 냉장 명태에서 34회, 냉동 고등어에서 37회, 냉동 대구에서 9회나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그러나 그 생선들은 모두 수입돼 우리나라에 사는 누군가의 입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산 수산물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기 시작했을 때, 정부는 '안전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대책을 세웠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무대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시민들은 당하지 않아도 되는 피폭을 많이 당했습니다. 우리의 몸속에 들어온 방사능 물질은 짧게는 100-200일, 길게는 수십년동안 핵붕괴를 일으키면서 방사선을 내뿜게 됩니다. 왜 이런 위험에 국민들을 노출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태아, 영·유아, 어린이들이 방사능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도 임신한 여성의 뱃속에 있던 태아나 어린이들이 방사성물질이 들어간 식품 때문에 내부 피폭을 당했습니다. 그 결과 기형아 출산, 소아암 발생 등 끔찍한 일들을 겪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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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정부는 '적당한 양의 방사능 물질은 먹어도 된다'라고 얘기합니다. 최근 들어서야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같은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면 반송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십만, 수만 kg의 수입물량 중에 표본으로 1-2kg을 떼내서 검사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검사방식도 허술하게 변경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정밀분석기에서 1만초 동안 검사하고 있었는데, 검사시간을 1800초로 단축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걱정이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암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는 인생이 끝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 확률이 1천분의 1이든, 1만분의 1이든 그 사람에게는 세상 전부가 사라지는 일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굳이 우리를 방사능의 위험에 노출시키려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여전히 방사능에 대해 무대책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원전확대 정책을 추진할 수 없습니다. 원전을 가동하는 이상 방사능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적당한 양의 방사선 피폭은 인체에 해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갖은 고장과 원전비리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23개인 원전을 41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원전도 걱정입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영향은 먹거리를 조심해서 피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대책이 없습니다.
사고확률이 너무 높은 원전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건설된 원전은 577개정도 됩니다(가동중인 원전은 437개). 그런데 그 중에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그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1원전 1,2,3,4호기 4개)에서 초대형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577개 중에 6개가 노심융해 또는 폭발급 사고를 일으킨 것입니다.
만약 자동차 577대를 만들었는데, 그 중 6대가 폭발했다고 합시다. 그런 자동차를 누가 타겠습니까? 그런데 원전은 사고가 나면 광범위하게 땅과 바다가 오염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병을 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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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가 자연재해 때문에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의 실수, 기계의 노후화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원전은 부품만 200만개가 되는 거대한 기계입니다. 이 기계의 안전성을 100% 보장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우리나라 원전에는 그동안 위조부품, 중고부품, 짝퉁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작년 2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낡은 고리1호기에서 냉각수공급이 끊겨 원자로의 온도가 올라가는 위험천만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치입니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도 원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민들의 목소리는 정치의 세계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했습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난 것입니다.
후쿠시마 전 일본의 상황은 무서우리만큼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과 비슷합니다. 시민들의 방사능과 원전에 대한 우려는 높아져 가는데 정부관료들과 정치인들은 반대입니다.
그래서 지금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일(23일)은 토요일입니다. 잠시 우리의 일상을 유보하고 오후 2시에 서울시청 광장에서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송전탑 공사중단 신규 원전 철회 노후 원전 폐쇄로!'라는 탈핵집회를 진행합니다.
밀양, 청도, 당진같은 송전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지역주민들도 함께 합니다. 삼척, 영덕의 신규원전 지역 주민들도 이 자리를 찾습니다. 그리고 방사능에 대해 걱정하는 시민들도 모입니다.
일본에서는 지금 고이즈미, 호소카와, 하시모토같은 전 총리들이 원전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보수성향의 정치인들이 이렇게 원전에 반대한다는 것은 이미 원전을 둘러싼 논쟁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전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고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만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상식과 양심을 가진 시민들이 그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방사능과 원전, 송전탑이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잡아먹는 것을 막는 길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