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님...

막내 며느리입니다. 조회수 : 1,161
작성일 : 2013-11-22 12:10:41

지난 주 수요일 시아버님이 영면하셨습니다.

 

 

저녁에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배추 겉절이와 총각김치를 담는다고 부산을 떨고 있을 때였습니다.

7시 반경 걸려 온 신랑의 전화에 어떻게 김치 마무리를 했는지

어찌 짐 가방을 꾸렸는지 기억도 없습니다.

대구행 기차에 몸을 싣고 나서야 아버님 생각이 났습니다.

그제서야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버님..향년 81세...

 

 

막내 아들인 우리 부부를 참으로 예뻐하셨습니다.

당신께서 서른 다섯에 보신 자식이라 그런지...

그리고 대학생인 큰 조카보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5학년인 저희 딸을 정말 많이 예뻐하셨습니다.

손주라고 해 봐야 세 명이 전부이고 느즈막히 본 손주라 더 이쁘셨나 봅니다.

항상 손녀딸이 오면 과자 사주신다고 손 잡고 가게를 다녀오시고

딱히 수입이 없으신데도 항상 손녀딸 용돈을 두둑히 쥐어주시며

공부 잘해라 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씽크대 음식물까지 당신이 직접 수거해 버리시면서

시어머니보다 더 깔끔하게 집안 정리를 하셨습니다.

바라는 것도 원하는 것도 없으시다고 항상 말씀하시며

가끔 드리는 안부 전화에도

에미가 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우린 신경쓰지 마라  너네 잘 살면 그걸로 된다

음식 타박 한 번 없이

맛있다 좋다 괜찮다 만 얘기하셨습니다

 

 

서울 아들네 오는 것도 부담될까 봐

전세집을 옮기거나 집을 사 이사 했을때만 올라오셔서

딱 하룻 밤만 묵고 가셨브니다.

어머님이 애들이 오라고하니 같이 다녀오자고해도

꿈쩍도 안하셨습니다.

그러다 이 삼주전

어머니에게 서울 아들네 어찌 사는지 보고싶다며

월말에 다녀오자고 얘기해 놓으셨답니다.

 

 

대구에 기차를 타고 내려 갈 때면

말씀도 없이 기차역에 일찍 나오셔서

저희 내외와 손녀딸을 기다리곤 하셨습니다.

 

 

당신이 해준 게 없다고 항상 안타까워하시며

아파서 병원에 가셔도 일이 있어도

서울에 알리지 말라며

어머님과 두 분이서 해결하시곤 했습니다.

 

 

두 달전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가셨을 때

연락처가 없어서 자식들이 오기 전까지

그 삭만한 곳에서 몇 시간을 혼자 계셨는데

지난 주 수요일

집에서 홀로 운명하셨습니다.

건강하게 퇴원하신지 불과 삼주만에...

언제 몇 시쯤 돌아가셨는지

뇌출혈로 쓰러지시면서 얼마나 고통스런 시간이

계속되었는지 아무도 모른채

그렇게 홀로 먼 길을 가셨습니다.

 

 

행여 자식들 부담지울까봐

그렇게 서둘러 가셨나봅니다.

평생을 그렇게 사시더니...

 

 

아버님

명절 때 저희랑 고스톱 치시면서

즐겁게 웃으시던 모습 이제는 더 이상 뵙지 못하겠네요.

저희도 자식에게 아버님만큼의 부모가 되어야지라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그저 부모와 자식이 서로 바라는게 없이 따뜻한 말과 눈길로 지켜봐주어야 함을 새삼 느낍니다.

 

 

아버님 그립습니다.

편히 잠드세요.

IP : 218.237.xxx.3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11.22 12:15 PM (124.49.xxx.19) - 삭제된댓글

    읽는 제가 눈물이 다 나네요, 저희 친정아버지도 뇌졸중으로 병원에 계시는지라...
    아마 하늘에서 잘 지켜보고 계실겁니다,

  • 2. ㅠㅠ
    '13.11.22 12:30 PM (182.210.xxx.57)

    에휴
    부디 영면하시길......

  • 3. 아버님
    '13.11.22 2:27 PM (219.248.xxx.31)

    좋은곳에서 편히 쉬세요..

    글 읽으며 저희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울컥합니다..
    이번 여름 63세 너무 젊은 나이에 가셨거든요..ㅜㅜ
    아버지 너무 보고 싶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28540 자랑하는절친에게.. 2 pp 2013/12/09 968
328539 초5 왜이리 컴퓨터로하는 모둠활동이 많나요? 6학년때도 많나요?.. 5 컴맹아들 2013/12/09 1,002
328538 순교의 피흘림도 마다하지 않을 것 3 light7.. 2013/12/09 801
328537 주말에 남편과 같이 김장 했어요... 6 일년농사 끝.. 2013/12/09 1,219
328536 생리 주기별 컨디션, 널뛰는 변화로 저처럼 힘든 분 많으신가요?.. 2 여자라서힘들.. 2013/12/09 1,593
328535 이제 당신의 조건을 말해보세요~ 18 .. 2013/12/09 2,686
328534 언니동생들..제 연애 스토리 조언좀 부탁해요 5 어뜩 2013/12/09 1,147
328533 행복의 조건... 1년 동안 개선됐나요 /한국일보 설문조사 펄펄 2013/12/09 512
328532 다시한번 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 김치 관련, 주소랑 자료 보.. 45 모범시민 2013/12/09 10,472
328531 미러리스카메라.. 소니가 대세인가요?? 2 .. 2013/12/09 1,228
328530 ”새누리당 미래 어둡다”.. '박근혜 키즈' 손수조 어쩌다.. 10 세우실 2013/12/09 1,420
328529 비는 추적추적내리고,바람이 부는지 나뭇잎은 떨어지고... 날개 2013/12/09 644
328528 고기를 구워먹는 전기팬 알려주세요 2 급합니다 2013/12/09 967
328527 높임말 문의 6 높임말 2013/12/09 534
328526 청약부금을 바꾸려면.. 2 .. 2013/12/09 671
328525 점심 뭐 드실 건가요? 8 ... 2013/12/09 1,428
328524 공유형모기지론에 대해서 문의드립니다. 어렵네요 2013/12/09 680
328523 자랑이라 오해 하지 마시고 ... 11 행복한 고민.. 2013/12/09 2,808
328522 뜬금없는 제주맛집 목록 투척 66 문여사에게 2013/12/09 15,595
328521 잘 씻는데 아저씨(?)냄새나는 신랑... 8 최새댁 2013/12/09 5,175
328520 안철수 대선유세 당시 같이 찍은 사진 버려야겠어요ㅣ 30 헐....... 2013/12/09 2,183
328519 좋은 차 있는게 현실적으로 여자 만나기 더 낫겠죠?? 13 ... 2013/12/09 1,638
328518 내일 초3 기말고사 보는데... 4 초삼 2013/12/09 1,051
328517 어제 서울대 도자과 갔던 얘기에요~ 1 .. 2013/12/09 1,275
328516 진짜사나이 졸업하고 1박2일로 갈아탑시다 37 허참 2013/12/09 7,571